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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교과 한자병기 필수" vs "광복 70주년에 기가 차"



교육

    "초등 교과 한자병기 필수" vs "광복 70주년에 기가 차"

     


    박광민 (한국어문회 연구위원)
    - 한글과 한자어는 구분해서 생각할 수 없어
    - 한자를 몰라 한글 오용 사례가 너무 빈번
    - 1000자 정도로도 충분, 어릴 때 배워야 효과 커

    이대로 (국어문화운동실천협의회 회장)
    - 한자 병기는 일본 식민지 교육 잔재
    - 한글 전용으로도 오용 사례는 충분히 교정 가능
    - 한자능력시험만 돕는 꼴, 사교육 팽창 불보듯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박재홍의 뉴스쇼]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박광민 (한국어문회 연구위원), 이대로 (국어문화운동실천협의회 회장)


    ◇ 박재홍> 초등학교 3학년에서 6학년 교과서에 일부 한자를 병기하려는 교육부 방침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교육부는 한자교육 강화를 명분으로 교과서를 병기하겠다는 입장이고, 한글교육단체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찬반 입장을 들어보죠. 먼저 찬성 입장입니다. 한국어문회 박광민 연구위원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박광민> 안녕하십니까?

    ◇ 박재홍> 먼저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교육부의 방침에 대해 찬성하시는 이유, 말씀해 주실까요?

    ◆ 박광민> 먼저 저는 한자와 한문의 개념부터 분명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지정하는 것은 한자 교육입니다. 두 글자나 세 글자를 모아서 하나의 어휘를 이루는 한국어를 적는 것은 국어로써의 한자입니다. 조선왕조실록이나 징비록과 같이 조선시대의 여러 기록에 쓰인 한문 문장들은 한 글자 한 글자가 모두 어휘 역할을 하는데 이것은 한문입니다. 한자는 한국어이고 한문은 외국어라고 할 수 있는데, 한글만 쓰자는 분들은 자꾸 한문교육을 하려는 것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수천년간 한자로 우리 문화를 꽃피워왔고 한글과 한자는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입니다. 한자는 어려서 공부해야 평생 기억할 수 있습니다. 언어 교육에 가장 적합한 연령은 3, 4세부터 13, 14세인데 한자를 공교육에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 박재홍> 그래서 이제 많은 선생님들이 ‘초등학교부터 한자교육이 필요하다’ 이런 심각성을 말씀을 하시는데 실제로는 어느 정도입니까?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

    ◆ 박광민> 젊은이들이 지금 한글표기를 할 때, 어이와 아이를 정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제시를 재시로 적는다든가, 또 국기게양할 때는 어이를 적어야 되는데 계양이라고 여이라고 쓴다거나 결제와 결재를 구분 못한다거나 개발과 계발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고, 또 풍비박산을 풍지박산이라고 강의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또 절체절명을 절대절명이라고 하는 신문기자도 많습니다. 만약에 이분들이 바람 풍, 날 비, 무리 박, 흩을 산을 배웠다면 풍비박산을 풍지박산이라고 할 리가 없죠. 한자를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이런 현상이 나오는 것입니다.

    ◇ 박재홍> 그래서 아까 말씀하셨던 오용의 문제라든지 맞춤법 문제는 꼭 한자로 병기를 해야만 해결될 것인가. 한글전용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는 건가요?

    ◆ 박광민> 일상용어는 한글만 가지고도 의사소통이 가능하죠. 그렇지만 학술용어나 전문용어는 모두가 한자어인데 한자를 사용하지 않게 되니까 한자가 빠진 자리에 지금은 영어가 들어가고 있습니다. 한글학회에서 지금 일본어를 해야 한다고 늘 말씀하시는데, 일본어의 잔재를 버리기는커녕 지금도 일본에서 번역한 신조어를 뜻도 모른 채 한글로 쓰는 이런 경우가 생기는 겁니다.

    ◇ 박재홍> 따라서 우리가 학술적인 면에서도 이해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 박광민> 그렇습니다.

    ◇ 박재홍> 그런 것은 영어 자체로 이해하면 안 되는 건가요?

    ◆ 박광민> 그러니까요. 초등학교부터서도... 지금 진행자께서도 그렇게 말씀을 하시니까요. 지금 영어를 중점적으로 공부한 세대가 3, 40대 나이가 될 때쯤은 한 4, 50년 후에는 이건 뭐냐. 한글만 가지고 뜻도 안 통하는데 이럴 바에는 차라리 영어로 쓰게 하는 그런 주장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박재홍> 일각에서는 한자 병기 표기방식이 일본 식민지 교육에 길들어진 방식이다, 이런 지적도 하지 않습니까?

    ◆ 박광민> 식민지 교육과는 전혀 관련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한문 중심의 어문생활에서 국한 혼용으로 바뀐 것이 1894년 고종 10년으로부터 비롯됐는데요. 1895년 1896년 소학교 교재가 많이 간행됐습니다. 이 책들을 읽어보면 한자가 혼용이 되어 있는데요. 지금의 한글 전용 문장보다 이 책들은 전부 옛 한글들이 섞여있거든요. 그런데도 지금의 한글 전용 문장보다 훨씬 읽기 편하고 또 전달이 상당히 잘 됩니다.

    ◇ 박재홍> 그리고 또 하나, 교과서의 한자 병기를 할 경우에 암기자료이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외워야 되기 때문에 또 학생들이 부담을 갖게 되고, 초등학생들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지 않겠느냐. 더 나아가서 사교육을 유발하지 않겠느냐, 이런 지적도 가장 큰 논란 아니겠습니까?

    ◆ 박광민> 1000자 정도면 상대어와 유의어 등을 활용하면서 10만 어휘 정도를 활용할 수가 있습니다. 한자가 수만자나 되어서 어렵다는 것은 정말 진실을 덮어가려는 거짓말입니다. 성인이라 해도 2000자 내외면 일상생활이 충분합니다. 논어에 사용된 한자 자정이 1355자이고 맹자에 사용된 한자 자정은 1809자에 불과합니다. 한자를 가르쳐본 분들은 하나같이 초등학교에서 하루 두세 글자 정도 한자를 가르치는 것이 결코 어린이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그 경험담을 말씀으로 하고 있고요. 많은 학부모가 한자를 교육하고 있는 현실에서 공교육에서 한자를 교육하는 것은, 사교육에서 한자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는 학생들에게 교육균등의 기회를 주는 것이고, 사교육을 공교육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도 있습니다. 지금 제 외손자아이를 일주일에 한 번, 20분 정도씩 가르치는데요. 66개월째부터 가르쳤습니다. 그래서 이 아이가 한 반년 정도, 그러니까 일주일에 20분씩 공부하는 겁니다. 한 6개월 정도 공부하고 나니까 학교 교자를 쓰면서 “할아버지 이거 나무 목자가 없으면 사귈 교자죠” 이렇게 본인이 유추해서 써요. 이 아이가 지금 올해 학교를 들어갔는데, 8살. 다른 아이들도 우리가 가르치기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단 말이죠.

    ◇ 박재홍>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박광민> 네, 감사합니다.

     


    ◇ 박재홍> 한국어문회 박광민 연구위원을 통해서 초등학교 한자 병기 교육의 찬성 입장 들어봤습니다. 이어서 반대 입장 들어보겠습니다. 국어문화운동실천협의회 이대로 회장 연결되어 있습니다. 회장님, 안녕하세요?

    ◆ 이대로> 안녕하세요.

    ◇ 박재홍>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 교육에 반대하신 이유는요?

    ◆ 이대로> 한자 혼용이나 한자 병기는 일본 식민지 교육 때 길든 일본식 말글살이입니다. 그런데 광복 뒤부터 이분들이 일본처럼 한자혼용을 하거나 병기하자고 꾀한 정책입니다. 우리말을 우리 글자를 적는 말글살이가 가장 좋고, 1300년 전 우리 글자 없던 신라 때부터 일본식 말교육을 하면서 우리 겨레가 간절히 바라던 소원이었기에, 우리 글자를 한글로 교과서를 만들고 교육을 했습니다. 그 결과 광복 뒤에 문맹률이 80%였으나 지금은 온 국민이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었고 그리고 더욱이 우리말을 한자 혼용하자는 신문까지도 한글로 적고 있어서 우리 말의 독립이 이루어지려고 하는 때, 또 광복 70년이 되는 때에, 일본 식민지 때 쓰던 일본식 학술용어를 그대로 쓰게 하면서 초등학교 교과서까지 병기하자니 어처구니가 없고 기가 막입니다.

    ◇ 박재홍> 그런데 이제 찬성측에서는 1894년 대한제국 때 칙령으로 국한체 혼용이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과연 일제의 잔재인 것인가 이런 반론도 있습니다.

    ◆ 이대로> 그때 그렇게 했지만 그때 칙령을 그렇게 한 것은 한글을 살려쓰자고 그렇게 한 겁니다. 그리고 일제 때 일본 한자 혼용을 반대하고 우리 선각자들이 한글을 살려쓰려고 노력을 해서 그리고 광복 뒤에는 그 바탕에서 한글로 우리 글살이를 한 것입니다. 일본 식민지 때 한자 혼용에 길들인 사람이 계속 일본처럼 한자 혼용하고 병기하자고 주장한 것입니다.

    ◇ 박재홍> 그런데 교육부에서는 한자교육 강화 여론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를테면 선생님의 77.5%. 그리고 학부모의 83%가 이러한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에 긍정적이다, 이런 얘기도 하고 있습니다마는.

    ◆ 이대로> 그건 교육부가 한자 병기를 꾀하는 단체 주장만 듣고 대변하고 여론을 조장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진실은 그 반대입니다. 올 2월 28일 한길리서치라는 여론조사기관 발표를 보면 초등 교원 66%가 반대하고 찬성은 34%입니다. 그리고 교원 90%가 넘는 사람들이 학생들 학습부담이 늘고 교원 수업부담도 늘어난다고 했고요. 한자 급수시험이 늘어나고 한자 사교육이 늘어나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전부 반대한다고 했고요. 지난 4월 20일 보도에는 교원 10명 중 9명이 반대한다고 했습니다. 교육 전문가들이 모두 반대하는 것입니다.

    ◇ 박재홍> 하지만 이제 이렇게 교육현장에서 반대한다 이렇게 말씀하시지만, 교육현장에서는 한자를 몰라도 너무 몰라 가지고 이제 한글을 잘못 쓰는 경우도 있고, 또한 외래어 같은 학문용어를 잘못 번역하고 번역을 일본보다 늦게 한다, 또 학문 발전에 저해된다, 이런 반론도 있습니다.

    ◆ 이대로> 그건 그들 이야기입니다. 저도 대학까지 나왔지만 일본 학술용어를 그대로 한자로 쓰는 것이 문제지. 한글로 쓴 건 문제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 박재홍> 또 하나 이제 국한자 혼용론자들의 주장은 한글 창시자인 세종대왕도 ‘한자어는 한자로 또 토박이말은 훈민정음으로 적는다’, 이런 원칙을 세웠던 만큼 한글전용은 옳지 않다...

    ◆ 이대로> 이건 대꾸할 가치도 없는 억지소리입니다. 세종대왕이 한자말은 한자로 적고 토박이 말은 한글로 적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운 일이 없습니다. 자신들 주장이 궁색하니까 세종이 한글이라는 새 글자를 만들고 어쩔 수 없이 그때 쓰던 한자를 설명한 것까지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런 말을 하는 이가 국어학자 전문가라니 진짜 답답합니다.

    ◇ 박재홍> 본인들이 유리한 면으로 해석하고 있다?

    ◆ 이대로> 해석뿐이 아니죠. 억지주장을 하고 있는 거죠.

    ◇ 박재홍> 억지주장까지 말씀을 하시는데. 그리고 한글 전용이 우리의 선택이 아니었다 이런 주장도 하는데. 이제 개화기 때 서양인들이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날 한글 전용은 광복 후에 군정청과 최현배 씨 등이 합작한 정부의 강요였다 이런 주장이 있는데요.

    ◆ 이대로> 개화기의 서양 선교사들이 와보니까 자신들이 쓰는 영문자보다 더 좋은 소리글자가 있는 걸 보고 한글로 성경을 만들고 선교했습니다. 그걸 우리가 보고 그 말글소리가 좋다는 것을 깨닫고 우리 스스로 한글을 시작했다면 말이 됩니다. 그런데 언제 서양인들이 한자를 못 쓰게 하고 한글만 쓰게 했습니까? 또 미국 군정 때 미국인이 그렇게 했나요? 우리 선각자들이 우리 겨레와 우리말을 살리려고 애쓴 것까지 그렇게 뒤집어 씌우고 있으니까 참 답답합니다.

    ◇ 박재홍> 사실과 다르다 이런 말씀이신가요?

    ◆ 이대로> 그럼요.

    ◇ 박재홍> 그건 주장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에요. 그리고 또 하나 이제 학생들이 부담이 된다 이런 주장이 가장 큰 논리인데. 앞서 말씀하신 분은 직접 손주에게 가르쳐보니까, 이를테면 일주일에 20분만 해도 아이들이 금방 따라하더라, 초등학교 입학 전인데. 따라서 학교 현장에서 교육해도 부담이 안 된다, 이런 반론도 있습니다.

    ◆ 이대로> 사교육이 그렇게 하면 일어나지 않을 거다. 시험은 한자에 출제하지 않겠다 하는데, 그 말은 한자단체가 돈벌이로 하는 한자검정시험을 돕겠다는 말이 됩니다. 그리고 영어조기교육을 할 때도 교육부는 사교육이 안 늘어난다고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안 늘어났나요? 이건 국민들을 바보로 알고 속이는 것이고요. 꼼수입니다. 꼼수. 오히려 교과서에 그렇게 섞어 쓰면 다른 과목 교육까지 안 됩니다. 이건 제가 대학에 들어가서 국어운동 학생회를 만들고 정부에 건의하고, 이건 잘못이다,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도 그 잘못이라는 걸 깨닫고 70년부터 다시 한글전용을 해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그걸 지금 또 박근혜 대통령이 일본 사람들 한자 혼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고 하는 것은 저는 여러 가지 남달리 의미를 가지고 보고 있습니다.

    ◇ 박재홍> 여기까지 말씀 듣죠. 고맙습니다.

    ◆ 이대로> 네, 고맙습니다.

    ◇ 박재홍> 국어문화운동실천협의회 이대로 회장이었습니다. 초등학교 한자 병기 교육 반대 입장을 들어봤는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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