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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 어린이날, 흙탕물 마시고 전염병 우려까지…"



아시아/호주

    "네팔의 어린이날, 흙탕물 마시고 전염병 우려까지…"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박재홍의 뉴스쇼]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CBS 박지환 기자

    지금 우리는 어린이날 연휴에 맑은 날씨를 즐기고 있습니다만, 이 시간 네팔은, 대지진에 이은 우기로 전염병 창궐을 걱정하는 상황입니다. 그나마 극적으로 구조된 어린이들의 소식이 현지에서 희망의 빛이 돼주고 있는데요. 자, 지금 네팔은 어떤 상황인지, 현지로 가보죠. CBS 보도국 박지환 기자가 네팔 카트만두 현지에 나가 있습니다.


    ▶강력한 지진 이후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고 하던데. 현지 상황 어떻습니까?

    = 예. 약 열흘전 쯤 7.8의 강력한 지진 이후 간헐적으로 여진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네팔과 미국 지질학회는 강진 이후 진앙지를 중심으로 규모 4.0에서 5.0까지의 여진이 12차례 관측됐다고 밝혔습니다. 제가 지난달 28일 카트만두에 도착해 오늘로 8일째 취재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그동안 지진을 경험한 적이 없는 저도 꼭 출렁이는 배 위에 있는 것처럼 새벽이나 한밤중에 몸이 위아래로 흔들리는 여진을 여러차례 느꼈습니다. 여진은 첫 진앙지인 고르카 지역 뿐만 아니라 카트만두와 외곽마을인 키르티푸르, 파나오티, 둘리켈 등 소도시에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강진으로 도로와 통신이 끊기고 전기마저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고 하는데 지금도 그런가요?

    = 수도 카트만두와 관광도시 포카라 등 주요 도시의 경우 복구작업이 본격 시작되면서 전기와 통신이 원래 상태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이곳 카트만두에 제가 처음왔을 때만 해도 강진 발생 이틀만이어서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밤이 되면 도로에 가로등 불빛이 없을 정도였는데요. 지금은 네팔정부가 주요 도시에 전력을 풀가동하면서 상황이 나아지고 있습니다.

    지금 이곳 시간이 새벽 4시30분쯤인데 숙소에서 창밖을 바라보면 일주일 전과는 달리 가로등 불빛이 일렬로 쭉 늘어서 있는 게 보입니다. 하지만 카트만두에서 조금만 벗어나 산악지역으로 들어가면 전기와 통신이 끊긴 곳이 대부분입니다. 특히 산간마을로 가는 도로도 유실된 곳이 많아 전기와 통신 등의 네팔 전체의 기간시설이 복구되는 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네팔 현지 수색 구조는 마무리 단계라고 하는데, 현재까지 사망자와 부상자 수가 얼마인가요?

    = 예. 어제 네팔 내무부 공식집계로는 7365명이 사망하고 14366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또 네팔 전역에 약 60만 채의 집이 완전히 부숴지거나 반파됐으며, 인구 2800만명 가운데 약 810만명이 지진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강진 열흘이 지나면서 네팔 정부는 34개 해외구조팀에 인명 구조팀을 철수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외신보도들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제 인명구조보다는 복구와 재건 쪽으로 네팔 정부가 가닥을 잡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런데 지금 네팔에 우기(몬순)가 곧 시작될 예정이어서 주민들에게 설상가상의 피해를 안길 것으로 염려된다는 소식 있고, 1주일째 노숙 중인 이재민들 사이에서 전염병 창궐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는데, 지금 현지민들은 어떤 상황인지요?

    = 앞서 말씀드린 대로 카트만두 등 주요 도시의 경우, 전기와 통신이 복구됐고, 상하수도 시설도 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산간 마을로 가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저희 CBS취재진이 카트만두시에서 44㎞ 떨어진 멜람치 지역과 54km 떨어진 '까부레 블란초' 등 산악지역을 둘러봤습니다. 지진에 이은 산사태로 한 마을이 흔적조차 남지 않았는데요. 이 마을에 사는 쩐드리 버하우드 바리씨의 말을 들어보시지요.

    "마을 주민들이 큰 천막 하나에서 몸을 웅크리고 잡니다."

    평소 물을 길어 먹던 우물도 파괴돼 진흙이 섞인 물을 마시는 주민들도 있었습니다. 다른 주민의 말을 들어보시지요.

    "식수가 없어 진흙 물을 마시고 있습니다. 괴롭습니다."

    조만간 우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텐데요. 이럴 경우 아직 수습되지 못한 시신과 동물 사체 등이 썩어 지하수로 흘러들 수 밖에 없고 식수를 지하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산간지역 주민들은 전염병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현지 주민들이 구호 물품 분대 문제에 대한 불만이 크다고 들었습니다. 무능력한 네팔 정부를 향해 현지인드리 부글부글 끓고 있다면서요?

    = 예. 그렇습니다. 카트만두 남쪽 인근도시 써나가우도 CBS취재진이 가봤는데요. 이 곳은 카트만두 전통 원주민인 네와리족이 사는 지역인데 가옥들이 무너져 100제곱미터, 한 30평 정도되는 허름한 천막을 쳐놓고 일가친척 80명이 달싹 붙어 추위를 피하고 있었습니다. 마을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습니다.

    "집에 들어갈 수가 없어요. 언제 무너질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건 전혀 없어요. 모두들 밥 걱정뿐이에요."

    네팔 정부가 지진 초기 대응에 실패했고 정부 차원의 구호품이 전혀 나오지 않아 배를 곯고 있다는 게 대부분 주민들의 말이었습니다. 또다른 외곽도시인 박타푸르에서 만난 라제르라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정부가 해준게 아무것도 없어요. 하다못해 구호품 하나 가져다 주지 않아요."

    이처럼 현지 네팔인들은 자국 정부를 거의 신뢰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수도 카트만두를 벗어나 조금만 외곽지역으로 들어가면 구호물품을 둘러싸고, 소요사태까지 벌어지는 모양새라고 하는데, 소요 가능성도 실제 나타나는지요?

    = 예. 그렇습니다. 저희 취재팀은 산악 마을은 '사삔 울레니'라는 곳에 구호품을 전달하는 민간 선교단체를 뒤따라가봤습니다. 가는 도중 강진으로 14명이 숨진 '뻐다' 마을 사람들 수십명이 구호물품을 실은 트럭을 막아섰스니다. 일부는 CBS취재진이 탄 차량에 매달리기까지 했는데요.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에게도 구호물품을 달라며 성난 표정을 지었습니다. 급기야 총으로 무장한 현지 경찰까지 제지했지만 속수무책이었고 자칫 물리적 충돌까지 이어질 뻔했는데요. 군인까지 나서 조만간 구호품을 전달해주겠다고 달랜 뒤에야 소동은 끝났습니다. 뻐다 마을뿐 아니라 싸삔 올레니 마을을 가는 중 곳곳에서 이같은 상황이 여러번 다시 연출됐습니다. 약탈과 소요사태까지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대부분의 산간마을에 구호품 지급이 늦어지면서 당장 가족을 먹여야 하는 현지 마을 청년들을 중심으로 이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우리 여행객과 교민들 상황도 궁금하데요. 네팔 한국대사관이 지진 발생 직후 대응을 잘못해 교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는데, 예를 들면 어떤 건가요?

    = 예. 참 어처구니 없는 일도 많았는데요. 지진 발생 이후 히말라야 베이스캠프에는 우리 산악인이 수십명 고립돼 있다가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하지만 주네팔 한국대사관이나 외교부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는데요. 특히 이들이 산에서 고립돼 있는데 "내일 특별기가 인천공항으로 출발하니까 신청해라" 등의 외교부 문자를 받은 겁니다. 로체원정대를 이끌던 김홍빈 대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전날 문자를 보내면 머해요? 산에 있는 사람들은 뭐해요? 산에 있는 사람들은 문자를 보니까 화만 나지요."

    강진 직후 대사관이 보인 대응에도 교민 불만이 쏟아졌습니다. 교민들이 빈공터에 나와 3-4일간 추위에 떨고 있는데 대사관은 교민들을 긴급구호품 지급이나 비상연락망 가동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교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한국 대사관에서 뭘 하는지 우리는 아무 것도 몰라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요."

    결국 CBS가 이런 부분을 기사로 지적하자 최용진 네팔대사관은 그제 교민들을 찾아와 앞으로 교민안전대책을 강화하겠다고 사과 아닌 사과를 했습니다. 이곳 현지 교민 분위기는 과히 좋지만은 않습니다.


    ▶이런 가운데에도, 어린이들의 극적인 구출이 현지인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고 있다구요?

    = 예. 생후 넉 달밖에 안된 아이가 무너진 잔해더미에 갇혀있다가 22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돼 이곳 네팔에서는 구조에 활기가 띄기도 했습니다. 현지 방송들과 외신들도 아이의 모습을 집중보도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지난달 30일에는 카트만두의 무너진 건물 잔해에 갇혀 있던 15살 소년이 대지진 5일만에 기적적으로 구출되기도 했습니다.

    이 소년이 구조된 직후 햇빛에 눈을 깜빡이자 주위에 몰려 있던 구조대와 시민드이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생존 골든타임이 이미 한참 지났기 때문에 이제 실종된 가족이 있는 현지인들은 차라리 시신이라도 빨리 찾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구출된 아이들도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아이들은 희생된 것이 현실인데, 어린이날이라 이런 현실에 더 가슴이 아픕니다. 지금 아이들에게 가장 긴급히 필요한 것은 뭔가요?

    = 예. 한국은 오늘 어린이날이지 않습니까? 이곳 네팔에도 어린이 날이 있습니다. 발디바스라고 불리는 데 매년 9월 14일입니다. 학교를 가지 않고 쉬는 것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어린이들을 위한 축복의 날이라는 의미는 없습니다. 현지인들은 유명무실한 공휴일이라고 하는데요. 역시 지진 피해자 중 상대적 약자는 여성과 어린이일텐데요. 앞서 말씀드린대로 산간 지역에 있는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음식물과 의약품입니다. 민간 차원의 구호활동이 활발히 진행 중이지만 네팔 산악지역이 워낙 넓고 접근하기도 어려운데요. 이런 아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 등이 가장 절실할 것 같습니다.


    ▶현지에서 구호 활동들을 지켜보시면서, 우리가 가장 효과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구호 참여의 길, 무엇인지 알려주신다면요?

    = 예. 지금은 현지에서 지원활동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사람을 구조하는 작업과 부상자를 치료하고 각종 물품을 전달하는 구호활동으로 나뉘어 병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네팔 지진은 피해가 단기에 끝나는 재해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길이 끊긴 산간마을이 많고 대규모로 무너진 건물들이 단시간에 원상복구될 수 없는 만큼 장기적으로 건축봉사 등의 구호활동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당연히 재건 기간에 주민들이 쉴 수 있는 쉼터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일자리 제공, 학교와 커뮤니티 등 교육지원 등도 병행돼야 할 텐데요. 이런 활동에 직접 참여하기 힘드시다면 기아대책이나 굿피플 등 국제구호단체들이 이곳에서 지원활동을 하고 있으니 이런 단체들을 통해 후원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 한국교회봉사단은 차후 네팔의 재건까지 생각하며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성금이 네팔 한인 선교사협의회 재난대책본부에 전달이 돼 적재적소에 구호물품들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각종 기관들이 참여하는 네팔 후원 특별 모금에도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도 한 방법이겠습니다.

    지금까지 카트만두에서 전해드렸습니다.

    네팔 현지에 나가 있는 CBS 보도국 박지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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