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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아닌 '사람' 신해철…그리고 남겨진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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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왕' 아닌 '사람' 신해철…그리고 남겨진 '가족'

    휴먼다큐 사랑 '단 하나의 약속'…삶의 끝에서 다시 희망 긷는 신해철 가족 이야기

    고 신해철이 생전에 함께한 가족(사진=MBC 제공)

     

    지난해 10월 27일 '마왕' 신해철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그가 떠난 자리에는 아내 윤원희(39) 씨와 어린 딸 지유(9)와 아들 동원(7)이가 남았다. 그들은 "제발 아프지만 말라"던 고 신해철의 당부를 기억하며 지금도 서로를 보듬고 있다.

    오는 4일 밤 11시 15분 방송되는 MBC '휴먼다큐 사랑'에서는 '단 하나의 약속'(연출 김동희)이라는 제목으로 고 신해철의 가족 이야기를 들려 준다.

    신해철의 미국 유학 시절 처음 만난 두 사람. 원희 씨가 골드만삭스 일본지사에서 근무하게 되자 두 사람은 미국과 일본을 오가는 장거리 연애도 마다치 않았다. 그만큼 뜨거웠고 운명 같았던 사랑. 하지만 행복한 순간도 잠시, 원희 씨는 호치킨 림프암 진단을 받게 된다.

    당시 림프암은 겨드랑이까지 전이된 상태였고 자궁경부암 초기 증세까지 더해져 상황은 심각했다. 헤어짐을 각오한 원희 씨에게 먼저 청혼을 한 건 신해철이었다. 그는 남자 친구가 아닌 남편으로서, 가족으로서 원희 씨의 곁을 지켜 주고 싶다고 했다.

    결혼 뒤 재발과 수술을 몇 차례 반복하는 동안에도 그는 항상 원희 씨 곁을 지켰다. 오히려 피할 수 없는 죽음이기에 하루하루 더 행복하게 살자고 했다. 그런데 그렇게 고마운 사람을 잃었다. 그에게서 받은 사랑과 행복을 평생 갚으며 살 줄만 알았는데, 그를 먼저 떠나보내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 잠들기 전에도 거실에 있는 아빠 사진 앞으로 향하는 남매

    왼쪽부터 고 신해철의 아내 윤원희(39) 씨, 아들 동원 군, 딸 지유 양(사진=MBC 제공)

     

    이른 데뷔 탓에 오랫동안 대중의 시선에 노출된 채 살았던 신해철. 그런 그에게 가족은 유일한 안식처였다. 아내의 방사선 치료로 임신을 피해야 했던 기간이 5년. 임신이 가능하다는 진단을 받고 어렵게 얻은 딸 지유와는 더욱 각별했다. 오래도록 그를 괴롭혀 온 우울증을 치유할 수 있었던 것도 지유 덕분이었다.

    아빠와 함께 침대에서 장난치다 잠드는 것을 가장 좋아했던 아이들. 그가 떠난 지금도 아이들은 여전히 아빠를 찾는다. 집을 나설 때도, 맛있는 걸 먹을 때도, 재밌는 일이 있는 날에도, 잠들기 전에도, 남매는 제일 먼저 거실에 있는 아빠의 사진 앞으로 향한다. 마치 그곳에 아빠가 있기라도 하듯 남매는 전과 다를 것 없이 아빠와의 대화를 이어 간다. 보이지 않고 만질 수만 없을 뿐, 아이들의 일상 속에 아빠 신해철은 여전히 살아서 함께하는 존재다.

    여전히 해맑은 아이들이지만 아빠의 부재는 아이들에게도 상처로 남았다. 아빠의 부음에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목 놓아 울던 지유는 의젓한 맏딸이 돼 엄마와 동생을 챙긴다.

    동생의 신주머니 바느질을 돕는 지유의 고사리 같은 손, 슬픔으로부터 엄마와 동생을 지키고 싶은 지유의 마음은 아빠를 꼭 빼닮았다. 아빠를 유난히도 좋아했던 딸. 하지만 이제 다시는 아빠를 볼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보고 싶다는 말도 차마 쉽게 하지 못하는 지유다.

    동원이는 유치원을 졸업하고 올봄 누나와 같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혹여 아빠가 없어 아이가 기 죽지는 않을까 걱정도 됐지만, 아빠를 대신해 입학식에 총출동한 가족들의 마음을 아는지 동원이는 시종일관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학교에서 받은 간식을 집에까지 남겨 와 기어코 서로 나눠 먹는 남매. 이 아이들이야말로 가족을 지키는 등불이다.

    ◇ 떠나기 전 1년 함께 산 어머니…"아직도 문소리 나면 아들 같아"

    고 신해철의 어머니 김화순 씨(사진=MBC 제공)

     

    신해철이 떠나기 1년 전, 형편이 나아지지 않았지만 부모를 모시며 살갑게 살고 싶다는 아들의 제안을 달갑지 않게 받아들였던 어머니 김화순 씨. 1년이라도 같이 살아 보고 아들을 보낸 것이 그나마 그녀에게는 유일한 위안이다. 아직도 문소리가 나면 아들인 것만 같다는 어머니.

    신해철은 억만금을 줘도 아깝지 않은 아들이기도 했지만 어린 손주들의 아비이자 생때같은 며느리의 남편이었다. 아들은 떠났지만 남은 손주와 며느리를 향한 안쓰러움에 어머니는 맘 놓고 슬퍼할 수 없다. 대신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리를 하고 며느리가 맘 놓고 일을 할 수 있도록 집안을 돌본다.

    지유와 동원이가 예쁘고 바르게 커가는 것이 어머니에겐 하루를 버틸 힘이 된다. 아들을 대신해 아이들을 건강하고 바르게 키우는 일이 어머니에게는 또 하나의 삶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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