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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보다 못해" 야신의 걱정과 한화의 '눈부신 4월'



야구

    "쌍방울보다 못해" 야신의 걱정과 한화의 '눈부신 4월'

    '내가 괜한 걱정을 한 건가?' 김성근 한화 감독(왼쪽 작은 사진)은 올 시즌 전 팀 전력이 예전 쌍방울보다 못할 수도 있다며 걱정했지만 4월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다. 사진은 25일 SK에 끝내기 승리를 거둔 뒤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자료사진=한화)

     

    '만년 하위팀' 한화의 선전이 눈부시다. 4월까지 일정을 마친 가운데 13승11패 승률 5할4푼2리로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4위에 올라 있다. 우승후보로 꼽힌 SK와 같은 성적이다. 3위 롯데와 0.5경기, 1위 그룹 두산-삼성에 3경기 차다.

    최근 6년 동안 5번,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꼴찌에 머문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적이다. 시즌 초반이지만 확실히 달라졌다는 인상을 준다. 최근 두 시즌 한화는 승률 3할대에 허덕였다. 4월까지 성적으로만 보면 13승9패, 5할9푼1리였던 지난 2001년 이후 구단 최고 승률이다.

    당초 김성근 한화 감독(73)은 시즌 전 걱정이 많았다. 개막 미디어데이 때는 호기롭게 "올해 가장 마지막(성적 순으로 감독 입장)에 들어왔지만 내년에는 두 번째로 입장하겠다"고 말했지만 속내가 그렇게 편하지는 못했다. 그동안 워낙 전력이 약했기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지인들에게 이따금씩 근심을 털어놨다. 그는 "지금 한화는 예전 쌍방울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감독은 지난 1996년부터 99년 중반까지 쌍방울을 이끈 바 있다. 1991년 KBO 리그에 합류한 쌍방울은 95년까지 3번이나 최하위에 머물렀을 만큼 전력이 처졌다.

    한화는 그 당시의 쌍방울보다 못하다는 냉정한 평가였다. 여기에 지난 시즌 뒤 '비활동 기간' 합동 훈련 논란이 불거지면서 양껏 담금질을 할 수 없었던 상황도 있었다. 아무리 '야신'으로 불리는 김 감독이라도 단기간에 한화를 바꾸는 것은 벅찼다.

    '어떻게 다듬어야 하지?' 김성근 감독이 지난해 마무리 훈련에서 황재규의 투구 동작을 지켜보는 모습.(자료사진=한화)

     

    김 감독의 우려대로 한화는 올 시즌 어이없는 플레이가 속출하기도 했다. 본헤드 플레이로 경기 흐름이 끊기고 패배로 이어졌다. 부상자도 발생했다. 선발 이태양이 시즌을 접었고, 마무리 윤규진도 어깨 통증으로 이탈했다. 정근우, 조인성도 뒤늦게 부상 복귀를 했거나 앞두고 있다. 4월 중순에는 빈볼 논란 악재까지 터졌고, 한화는 7~8위 하위권에서 맴돌았다. 정말 20년 전 쌍방울보다 못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오히려 빈볼 논란 이후 반등했다. 이후 12경기에서 8승4패, 승률 6할6푼7리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주말 SK와 홈 3연전을 쓸어담은 게 컸다. 경기 후반 허물어졌던 예년과 달리 끈질긴 승부욕과 집중력으로 연이은 접전에서 이겼다. 한화의 13승 중 절반 가량인 6승이 역전승이었고, 3번이나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멘탈도 강해졌다. 현재 한화의 정신력은 20년 전 쌍방울과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다. 한화의 수호신으로 거듭난 권혁은 "스프링캠프에서 엄청난 훈련을 소화해내면서 팀 분위기가 정말 끈끈해졌다"고 강조한다.

    김 감독은 5년 동안 혹독한 신생팀의 적응기를 겪던 쌍방울을 맡은 첫 해 가을야구를 이끌었다. 70승54패2무, 승률 5할6푼3리로 정규리그 2위에 올랐다. 이듬해는 71승53패2무, 승률 5할7푼1리로 3위에 올라 플레이오프까지 나섰다. 상대적으로 빈약한 전력이었지만 집중 훈련과 강한 정신력으로 강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진정한 돌격대(레이더스)의 모습이었다.

    19년 세월이 지나 김 감독은 다시 최하위권 팀을 맡았다. 그리고 첫 해 4월 나름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전력과 부상, 예기치 못한 논란 등 고비를 이겨내고 5할 이상의 승률을 올렸다.

    '너 손 꽤 작구나' 김성근 감독이 경기 후 주장 김태균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자료사진=한화)

     

    하지만 아직 시즌 초반이다. 앞으로 120경기가 남아 있다. 126경기를 치렀던 20년 전이면 거의 한 시즌이나 다름 없는 긴 일정이다. 시즌 초반 스타트를 잘 끊긴 했지만 앞으로도 기세가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더군다나 한화는 연일 가을야구를 연상케 만드는 격전을 치르고 있다. 선수들의 체력과 부상이 염려되는 부분이다. 전력도 아직 정상이 아니다.

    선발 전환한 안영명이 다승(4승)과 평균자책점(1.69) 1위의 깜짝 활약을 보이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한화 마운드의 씁쓸한 현실이 담겨 있다. 외국인 1, 2선발 유먼과 탈보트가 나란히 1승2패로 주춤하다. 탈보트는 제구 난조로 평균자책점이 7.66이나 된다.

    배영수(12.10), 유창식(7.85) 등 다른 선발 요원들도 부진하다. 권혁(1승1패 4세이브 3홀드, 3.33), 박정진(3승1패 1세이브 4홀드, 2.45)이 잘해주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선발진이 살아야 불펜도 받쳐줄 수 있다.

    다만 김 감독이 투수 운용에 일가견이 있어 그나마 버텨낼 가능성은 적잖다. 김 감독은 쌍방울 시절부터 부족한 선발 자원에도 이른바 '벌떼 야구'로 벌충했다. 전천후로 나섰던 김현욱 현 삼성 코치가 대표적이다. 김 코치는 97년 20승2패 6세이브를 올렸고, 98년에도 13승7패 4세이브로 활약했다.

    김 감독의 걱정대로 한화는 정돈이 덜 된 팀이었고, 여전히 전력이 불안한 면도 있다. 그러나 시즌을 치르면서 차츰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과연 한화가 19년 전 김 감독이 이끈 쌍방울처럼 올 시즌 돌풍을 이어갈 수 있을까. 일단 지금까지라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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