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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미국과 공조 도청 스캔들 일파만파…폭로 잇따라



유럽/러시아

    독일, 미국과 공조 도청 스캔들 일파만파…폭로 잇따라

    • 2015-04-30 22:08

     

    독일과 미국 정보기관의 합작 도청 스캔들이 독일 정부의 거짓말 논란으로 번졌다. 도청 자체도 큰 문제이지만 연방의회에 사실을 숨겼거나 부실하게 알렸다는 게 더 부각되는 양상이다.

    발단은 최근 연이어 터져나온 진보 언론의 폭로성 보도다.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30일(현지시간) 연방정보국(BND)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정치 스파이' 행위를 도왔다고 1면 머리 기사로 보도했다.

    SZ는 공영 방송 WDR, NDR과의 합동취재 결과를 전하는 기사에서 프랑스 외무부,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 관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를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 신문은 작년 10월에도 NSA가 에어버스 같은 대형 우주항공업체와 프랑스 정부기관을 감시하려 한 것을 독일 당국이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번 보도는 따라서 이 사안의 실체적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선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신문은 2002년부터 미국과 공조 사찰 행위가 시작됐다고 전하고, 2002∼2013년까지 전화번호 69만 개가 대상에 오르고 IP 추적이 780만 차례 이뤄졌다면서 이 가운데 4만 개 추적 파일 정보는 폐기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3일 슈피겔 온라인은 BND가 NSA로부터 유럽 주요 군수산업체 인터넷 IP 주소 등을 넘겨받아 대신 사찰했다면서 작년 에어버스로 이름을 바꾼 EADS와 유로콥터, 프랑스 정부기관들을 대상으로 적시했다.

    잇단 양국 합작 도청 폭로 보도의 화살은 2005∼2009년 총리실장을 지낸 토마스 데메지에르 내무장관으로 향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국방장관과 함께 '포스트 메르켈' 후보군에 포함된 실세 장관이다.

    그가 표적이 된 것은 2008년 총리실장 재임 당시 독미 합작 경제도청 행위가 있었다고 보고받고도 대응 조처를 하지 않은데다 의회에도 해당 사실을 정확하게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데메지에르 장관은 동독 공산주의 정권이 무너지고 나서 통일 직전까지 동독의 마지막 정부를 이끈 로타어 데메지에르 전 총리의 사촌 동생이다. 데메지에르 전 총리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당시 정부 대변인에 앉혀 전국적 인물로 만드는 데 이바지한 인연이 있다.

    데메지에르 장관은 29일 성명에서 "기밀을 취급하는 규정을 따랐을 뿐"이라면서 거짓말을 하거나 법적인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연방의회는 정부가 아니라 언론의 보도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계속 접하는 상황이 되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베른트 릭싱어 좌파당 당수는 게르하르트 신들러 BND 국장의 사퇴를 촉구한 데 이어 데메지에르 장관에 대해서도 그가 연방정부에서 각료로서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티안 린트너 자유민주당(FDP) 당수는 "BND가 모든 기준을 깨트리고 말았고 이제 누구도, 그 무엇도 안전하지 않다"면서 메르켈 총리에게 우선적으로 프랑스 등 유럽 파트너국과 EU에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집권 소수당인 사회민주당(SPD) 소속의 크리스티안 플리제크 의회 내 NSA 관련 조사위원회 위원장은 "모든 사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자"면서 당국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런 비판 여론에 탄력받아 독일 일부 언론에선 데메지에르 내무장관에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비꼬거나 "거짓말을 하려거든 그럴싸하게 하라"라고 비난하는 제목의 기사들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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