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세월호 얘기 그만하라고? 그 말을 그만해야"



제주

    "세월호 얘기 그만하라고? 그 말을 그만해야"

    제주CBS 시사매거진 제주, 파란바지 구조영웅 김동수씨 인터뷰

    제주CBS 시사프로그램, 시사매거진 제주(제작 김영미 PD, 진행 류도성 아나운서)는 세월호 참사 당시 많은 승객들을 구조한 파란바지의 영웅, 김동수(50)씨를 16일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그는 사고 트라우마로 최근 자해를 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김동수씨는 "세월호 얘기를 그만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말 자체를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뷰를 진행한 류도성 아나운서가 김동수씨와의 대화를 정리했다.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침몰 당시 많은 승객들을 구조한 화물차 기사 김동수(50)씨. 제주CBS

     

    2014년 4월 16일 이후 대한민국의 시간은 멈춰버렸다는 표현으로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말하곤 한다. 이 말에는 여러 가지 뜻이 담겨 있겠지만 인터뷰를 하기 위해 필자 앞에 앉은 세월호 구조 영웅 김동수 씨는 “정말 시간이 멈췄다”고 말했다. 시간이 4월 16일에서 멈춰버린 것처럼 반복적으로 필름이 돌아가듯 1년을 살아왔다고 한다.

    “지금 이 시간쯤이면 세월호에서 내가 뭘 하고 있었는지.. 자꾸 생각이 나요. 창문만 봐도 학생들이 생각나고, 그 때는 왜 그렇게 차분하게 생각하지 못했는지 자꾸만 생각나고..”

    그렇게 생사의 갈림길에서 단원고 학생들을 구한 ‘파란바지의 영웅’ 김동수 씨의 시간은 여전히 2014년 4월 16일에 멈춰있다.

    안산에 있는 트라우마센터를 다녀오고 아침 일찍 제주에 도착했다는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이제 막 트라우마 치료를 받고 온 사람에게 다시 그 날의 일을 떠올려달라고 말을 꺼내기가 망설여졌고,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치료는 잘 받고 오셨냐’는 질문에 “오늘 컨디션이 최악입니다.”라고 돌아오는 답변이 내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었다.

    안산 트라우마센터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 후유증으로 굳어버린 몸을 풀기 위해 마사지도 받고, 정신적 안정을 위해 상담을 받고 왔다고 한다. 안산이 멀기도 하고 찾아가기도 번거롭지만 세월호 생존자들과 만나 그동안 지냈던 얘기들을 하다보면 그나마 마음이 편해진다고 한다.

    몸 상태는 괜찮냐는 질문에 “나도 모르게 몸과 마음이 따로 놀아요. 앞에 아무것도 없는데 물체가 있는 걸로 착각하고 자꾸 착시현상이 나타납니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우선 잠을 못 잡니다. 개개인마다 몸 상태가 다른데, 자기 얘기를 잘 안 해주니까.. 당시 생존자중에는 운전하다 보면 갑자기 눈 앞에 물체가 나타나서 급브레이크를 밟는다고 하고, 아직도 배를 타면 마음의 안정이 안돼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힘들겠지만 1년 전 오늘 얘기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하루에도 계속.. 창문만 봐도 학생들 생각이 나고 그 때 일이 자꾸 생각납니다. 시간을 보면 이 시간에는 그랬었지, 뭘 하고 있었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가 계속 필름 돌아가듯이 생각나요. 그런데 제일 힘든 게 주변에서 왜 잊지 못하냐고 하는 말이 가장 힘듭니다.”

    주변에서 정말 그런 말들을 많이 하는지 되물었다.

    “지금은 다 보상 받지 않았냐, 성금은 얼마 받았냐, 왜 그 일을 아직 못 잊느냐, 이런 말들이 더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피해 낮에는 병원 갈 때 빼고는 잘 나가지 않아요. 밤이 되면 밖으로 나오고.. 어릴 때 기억이, 상처가 50이 넘는 나이에도 남는데, 저는 더 큰 충격을 받았는데 그걸 잊으라고 왜 저한테 하는지..”

    원망 섞인 말에 이어 죄책감까지 든다고 한다.

    “지금도 생각하면.. 내가 더 차분했으면 배 지리도 잘 알고 해서 내가 들어가서 손만 잡고... 아니면 나오라고만 했어도 이런 참극 없었을 텐데... 그리고 팽목항에 도착하고 나서도 배 안에 2-300백 명 있다고 해도 이런 죄책감은 안 들었을 텐데...” 라며 말끝을 흐렸다.

    생사의 갈림길에 수많은 학생들을 구하고 나왔지만 유가족에게는 여전히 죄인이라고 말한다.

    “요즘 유가족을 만나도 보고, 연락도 주고받는데, 죄인인 제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자제분과 가족들이 희생됐는데, 제가 그 가족들을 놔두고 온 건데,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힘들어하는 모습에 얼마 전 있었던 피해 배.보상 설명회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

    정부에 섭섭한 부분이 많은지 물었다.

    “세월호를 탔다는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정부한테는 완전히 배제돼 있습니다. 배∙보상 문제도 보면 참고사항도 없고, 준비도 없이 책만 읽다가 갔습니다. 그게 설명회라는 게 이해가 되지 않고.. 솔직히 제가 해수부 직원하고 일대일로 만났을 때 민원인 취급하듯이 대하더라구요. 우리는 트라우마가 있어서, 조금이라도 이상한 말 들으면 격분하고 하는데, 저도 그 분하고 말하다가 참다 참다가 격분하기까지 했습니다. 그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다면, 세월호에서 살아나온 사람들이고, 또 트라우마 치료받는다는 걸 알면 상냥하고 자세하게 얘기해야 하는데, 자신들이 갑이라고 생각해서 대하는게...”

    유가족을 생각하면 배상, 보상 문제를 말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는 질문을 건넸다.

    “배∙보상 문제 중에서도.. 생존 화물차 기사들은 아무것도 못하고 생계가 막막한데, 우리가 보상을 먼저 받겠다는 것도 아니고, 화물차에 대해서 차 값이라도 받으면 어느 정도 생계가 유지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배상에 중점을 둬서 차 문제를 많이 말을 하는 겁니다. 국가 지원은 작년 11월로 끊겼고, 아이 엄마도 일을 하고, 딸 둘이 아르바이트하고, 고3 딸은 학원도 그만두고 석 달 아르바이트해서 생계에 보태기도 했습니다. 국가 지원금도 4인 기준으로 108만원이었는데, 제가 한번 8일 입원하고 입원비가 107만 8천원이 나온 적도 있었습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