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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세월호와 함께 침몰하다



문화 일반

    '표현의 자유'…세월호와 함께 침몰하다

    [문화연예 세월호 기획⑪] "표현의 자유…군사정권시절보다 퇴보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문화·예술·언론·연예계에서도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CBS 노컷뉴스 문화연예팀이 '세월호 연속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기사 싣는="" 순서="">
    ① '예능 대세' 유병재가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법
    ② 김탁환 "세상은 추리소설처럼 '사필귀정' 아니더라"
    ③ 세월호 가족에게 '가족'으로 불리는 언론인
    ④ "1주기 지나면 언론은 또 썰물처럼 다 빠지겠죠"
    ⑤ "단상 위 대통령과 무릎 꿇은 母…내겐 충격적"
    ⑥ 배우 최민수, "세월호 참사는 미래에 대한 수장식"
    ⑦ '세월호 1주기'…다큐 영화 '다이빙벨'이 남긴 것
    ⑧ 형제자매들…"부모님 앞에서 슬픈 내색 못해요"
    ⑨ [르포] '아고라' 된 광화문 광장…꿈틀거리는 시민들
    ⑩ 배우 정진영 "세월호는 '비극'…유가족 발언 '경청'해야"
    ⑪ '표현의 자유'…세월호와 함께 침몰하다
    (계속)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과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거세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데에만 급급해 비난이 일고 있다.

    윤철면 씨가 제작한 전단

     

    ◇ "전단 살포는 원시적이지만 이 방법 밖에 없어"

    지난 2월 15일 부산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 8,000장이 뿌려졌다.

    전단에는 세월호가 침몰하는 바다를 배경으로 기모노를 입은 박 대통령이 등장한다.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는 제목으로 '7시간?', '나라꼴 자~알 돌아간다'는 익살스런 비판도 담겨있다. 컬러 전단을 만드는데 들어간 비용 10만원은 그가 두 달동안 모은 것이다.

    약 일주일 후인 2월 23일 오전, 경찰 9명이 전단 제작자인 윤철면(46) 씨의 집에 들이닥쳤다. 그에게 적용된 법조항은 세가지다. 첫째는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둘째는 자동차 관리법 위반, 세 번째가 경범죄(쓰레기 무단투기)이다.

    4월 13일 오후 그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다. 하지만 잠시 후 "검찰 조사받는 중"이라는 문자와 함께 검사실에서 조사받는 자신의 모습을 보내왔다.

    '지금 심경이 어떠신가요?'하는 질문에는 "황당.. 짜증.. 답답.. 똥맛이라고나 할까요?"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윤철면 씨는 검찰 조사중 간신히 연결된 통화에서 "표현의 자유가 과거 군사정권시절인 70~80년대보다 퇴보했다"고 단언했다.

    전단을 제작한 이유와 관련해서는 "세월호와 관련해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적인 뉴스는 사라졌다. 설사 비판적인 뉴스가 생산되더라도 포털사이트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전단 살포가 원시적인 방법이지만 국민이 정치적 의사표현을 할 길은 현재 이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당대의 정치현실이나 사회상을 비판하는 풍자나 해학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엿한 문화적 장르로 평가받아 왔다. 이를 통해 대중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동시에 풍자의 대상이 된 인물이나 제도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시민들의 풍자나 해학을 용인하지 않고 무리하게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참여연대 이지은 간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은 국정 운영의 최고 책임자로서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면서 "어떤 결과가 뒤따를지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국가의 통치자들을 비판할 자유가 있는 사회가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와 선체인양을 촉구하며 열린 집회에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참가자들이 청와대 행진을 시도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 "집회 참가자 무차별 연행…의사표현이 단속 대상될 수 없어"

    자영업자 김성태(55) 씨는 지난해 5월 17일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선도 행렬을 따라 서울시 계동 현대본사 근처까지 행진했다.

    하지만 경찰에 막혀 인도에서 쉬다가 연행돼 검찰로부터 기소 유예 처분을 받았다. 그는 이 일을 겪은 후 심리적으로 위축돼 세월호 관련 집회나 시위에 자주 참석할 수 없었다.

    이날 김 씨와 함께 경찰에 연행된 시민은 모두 119명에 달한다. 김 씨는 특히 "경찰이 처음부터 '해산목적'이 아닌 '연행목적'으로 도로를 봉쇄하고 시민들을 토끼몰이해 강제 연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세월호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국민의 의사표현이 단속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이후 잠잠하던 집회 단순참가자들에 대한 '무차별 대규모 연행'은 세월호 참사 이후 다시 시작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실이 경찰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성태 씨가 연행된 지난해 5월 17일 이후에도 18일 97명, 6월 10일 69명, 24일 30명 등 5월, 6월 두달 동안에만 약 320명이 연행됐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주말 세월호 관련 집회와 행진 과정에서 유가족들을 연행하고 참가자들을 향해 캡사이신을 살포한 데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의 입장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침묵행진 '가만히 있으라'를 제안했던 용혜인(경희대 4학년) 씨 역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용 씨는 집회·시위를 주도하면서 당초 신고한 일시와 장소, 방법 등에서 벗어나게 행동했고, 일반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정권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것이 죄라면 기꺼이 전과자가 되겠다"는 글을 남기며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용 씨는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를 억압하는 공권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학우들에게 세월호 1주기를 알리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1일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노란 리본 뒤로 다이빙벨을 선적한 바지선이 전남 진도항으로 들어서고 있다. 윤성호기자

     

    ◇ "영화판에선 '세월호' 언급 여부가 검열의 기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표현의 자유 침해는 영화계에서도 큰 과제로 떠올랐다.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시장은 지난해 9월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에 대해 "영화제에서 상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반대의사를 표명해 외압 시비가 일었다.

    대형 멀티플렉스들도 상영관 배정과 대관 업무에서 '다이빙벨'을 철저히 소외시켰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직영하는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플러스' 역시 상영을 공식 거부했다. 영진위는 "세월호 사건이 아직 진상 규명 전이고 공적인 기금으로 운영되는 극장의 특성상 상영 이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작품을 틀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다이빙벨' 배급사인 시네마달 김일권 대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어떤 영화를 개봉하거나 영화제를 진행할 때 세월호를 언급하고 있냐, 아니냐가 검열의 기준처럼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식이 특정 영화를 상영 못하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영에 가담한 곳에 대해서는 지원이나 권리를 박탁해 버리는 식이어서 더 큰 문제"라며 "극장이 탄압받는 구실이 되는 것이다.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300명이 넘는 귀중한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세월호 유가족을 물론 시민사회와 많은 국민들은 여전히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철저한 진실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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