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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투저에 불문율도 바꾼다?" 웃픈 KBO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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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고투저에 불문율도 바꾼다?" 웃픈 KBO의 민낯

    '그냥 웃지요' 롯데 황재균(오른쪽)이 12일 사직 한화전에서 5회 빈볼을 맞고 그라운드로 나와 웃음을 지으며 두 팀 선수들이 벌이고 있는 그라운드 대치 상황을 바라보는 모습.(자료사진=롯데 자이언츠)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가 뜨겁다. 연이은 끝내기 승부도 불을 지폈지만 벤치 클리어링까지 한몫을 했다. 주말 롯데-한화의 사직 3연전이 특히 그랬다.

    10일 첫 대결부터 한화의 달라진 뒷심과 롯데 장성우의 끝내기 홈런으로 불씨가 타올랐다. 눈앞의 승리를 날린 한화는 다음 날 불펜 안영명의 선발 역투로 되갚았다. 그런 두 팀의 승부는 12일 마지막 날 빈볼과 그라운드 대치로 대미를 장식했다.

    승부는 15-3, 롯데의 대승이었다. 5회 이미 15-1, 게임이 사실상 끝났다. 그러나 5회말 롯데 황재균이 상대 이동걸에게 빈볼을 맞으면서 확 타올랐다. 두 팀 선수들이 몽땅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대치 상황을 벌였다.

    큰 탈 없이 마무리됐지만 앙금은 남았다. 경기 후 롯데 이종운 감독은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가 잘못한 것은 없다"면서 "앞으로 한화와 10경기 이상이 남았는데 우리 선수가 다치면 배로 되갚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른바 빈볼(bean ball)은 야구의 불문율 때문에 벌어진다. 상대의 심기를 크게 건드리는 상황이 생기면 고의로 타자의 몸을 맞히는 일종의 보복이다. 불문율을 어기는 행위란 선수를 다치게 하거나 홈런 뒤 과장된 세리머니, 큰 점수 차에서 이기는 팀이 도루, 번트 등을 해서 상대를 자극하는 것들이다.

    이번에는 어떨까. 과연 황재균과 롯데가 불문율을 어긴 것으로 볼 수 있을까. 그리고 요즘 시대에 불문율의 기준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옳은 것일까. 이번 논란의 핵심이자 과제다.

    ▲롯데는 과연 불문율을 어긴 것일까

    '우리가 너무 많이 쳤나' 롯데 김민호 수석코치, 이종운 감독(왼쪽부터)이 12일 사직 한화전에서 만루홈런을 때린 김대우와 세리머니를 펼치는 모습.(자료사진=롯데)

     

    한화 관계자는 "아마도 선수들이 롯데가 큰 점수 차에서 도루를 해서 자극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10일 1차전에서 롯데는 8-2로 앞선 6회말 황재균이 2루타를 친 뒤 3루 도루를 감행했다. 이에 롯데 최준석과 한화 김태균, 양 팀 주장이 경기 후 말을 주고받았다. 황재균은 12일에도 7-0으로 앞선 1회 도루를 시도했다.

    이에 한화는 단단히 화가 났다. 4회말 이미 신인 투수 김민우가 타석에 들어선 황재균의 등을 맞혔다. 5회는 이동걸이 잇따라 몸쪽 공을 던져 의도를 분명하게 노출한 뒤 세 번째 공으로 기어이 황재균을 다시 맞혔다. 이에 롯데도 뿔이 나 두 팀 선수들이 뛰쳐 나와 그라운드에서 맞섰고, 이동걸은 퇴장을 당했다.

    흔히 경기 후반 승부가 기운 이후 리드하는 팀의 도루는 엄금이다. 하면 무조건 빈볼이 날아온다. 6회말 8-2는 사실 좀 애매하다. 8, 9회라면 모를까, 6회 6점 차는 요즘 KBO 리그에서는 안심할 수 없다.

    실제로 한화는 8회 1점, 9회 5점을 올리며 동점을 만들었고, 연장 11회 김태균의 역전 홈런까지 터지면서 롯데를 벼랑에 몰았다. 비록 롯데가 장성우의 11회말 끝내기 투런포로 이기긴 했지만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KBO 리그는 지난해 극심한 타고투저 양상을 보였다. 10점, 20점 핸드볼 스코어가 속출했다. 그러다 보니 5점 차는 순식간에 뒤집을 수 있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개막전에서 신생팀 케이티는 롯데에 5회초까지 8-2로 앞서다 9-12로 졌다.

    롯데가 억울해 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롯데는 실제로 6점 차 리드를 뒤집어도 봤고, 뒤집혀 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6회 6점 차 도루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12일 경기 1회 7-0에서 도루도 경기 초반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빅이닝 속출, 불문율도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한화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수 있다. 가뜩이나 마운드가 허약한 상황인데 6, 7점 차에서 롯데의 도루는 역린을 건드렸다는 느낌을 받았을 수 있다. 10일 무서운 뒷심은 어쩌면 황재균의 도루가 촉발시킨 것일 수도 있다.

    때문에 불문율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레전드급 선수 출신의 한 해설위원은 "사실 불문율이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면서 "그 팀이 어떤 상황에 처야 있는지, 또 그 팀의 분위기가 어떤지를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기 때문에 이번 사태에 대해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고 판단을 유보했다.

    '우리는 규진이도 없고, 탈보트도 탈탈 털렸거든' 한화 김성근 감독(왼쪽부터)과 선발 탈보트, 최근 부상으로 빠진 마무리 윤규진.(자료사진=한화 이글스)

     

    그럼에도 불문율의 기준이 재정립돼야 할 필요성은 제기된다. 또 다른 고참급 해설위원은 "야구가 미국에서 왔지만 빈볼과 불문율도 그대로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면서 "특히 요즘처럼 빅이닝이 속출하며 구원투수가 부족한 추세라면 우리 실정에 맞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이스급, 그러니까 리드를 지켜낼 수 있는 투수, 불펜도 강하다면 그 팀은 크게 앞설 경우 번트나 도루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외의 경우라면 어느 팀도 안심할 수 없는 게 요즘 한국 프로야구의 실정이다.

    이 해설위원은 "8, 9회 10점 차라면 모를까 중반이라면 아무도 마음을 놓지 못한다"면서 "선수들도 구원 투수가 어떤지 다른 팀의 사정을 뻔히 아는데 불문율을 획일적으로 적용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마무리가 약한 팀이라면 번트가 나와도 상대도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번 빈볼과 그라운드 대치 논란은 KBO 리그의 슬픈 자화상일 수 있다. 지금까지 생각해온 야구 통념이 깨지는 황당한 경우가 자주 발생해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선수층이 얇고 편차가 크다는 씁쓸한 민낯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전 불문율을 그대로 적용하기도 난처한 시대가 온 것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현재 한국 프로야구의 현실을 직시하고, 선수들은 물론 관계자들까지 불문율의 기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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