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9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9일 첫 데뷔한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의 핵심은 '경제 정책의 대전환'으로 요약된다.
'소득주도형 성장'이라는 새로운 경제성장론을 선보인 문 대표는 구체적인 숫자를 나열하며 최저인금 인상, 법인세 정상화 등을 방법으로 내세웠다.
경제 문제에선 보수정당으로서는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상당부분 겹치면서도 각론에선 차이를 보였다.
특히 안보부분에서도 남북관계 개선이 '최고의 안보'라며 미국의 고(高)고도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 도입을 주장한 유 원내대표와 대조를 이뤘다.
▶ 문재인-유승민, 한목소리로 '서민·중산층'"국민들은 불공정한 경제로 지갑이 비었습니다"
문재인 대표의 신(新)경제론은 경제구조의 개혁을 큰 줄기로 한다.
이는 유승민 원내대표가 과감하게 좌클릭하며 제시한 '신보수론'에 대한 대응이지만 유사점이 많다.
문 대표는 2013년 기업들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가운데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차 등 3곳의 이익이 37.3%나 되는 점을 지적하며 "이렇게 왜곡된 경제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월급여가 208만원도 안되는 월급쟁이가 절반이 넘는다", "상위 10%가 국민전체 소득의 44.8%를 차지한다"면서 저조한 가계 수입과 양극화로 "무슨 소비여력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문 대표는 서울 성북구에서 생활임금제도를 시행하면서 소비가 증가한 사례를 들기도 했다.
그가 "최저임금이 어느정도 수준에 오를 때까지 두 자리수 정도의 최저임금 인상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법인세 정상화 등도 소비를 늘리고 경제를 살리는 방법으로 제시했다.
표면적인 내용만 보면 유 원내대표의 경제 정책도 이에 못지 않다.
유 원내대표는 "일가친척에게 돈벌이가 되는 구내식당까지 내주고 동네 자영업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부끄러운 형태를 스스로 거두어야 한다"며 재벌 개혁을 들고 나왔다.
그는 공정성과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도 했다. 횡령 등을 저지른 재벌그룹 총수에 대한 약한 처벌을 꼬집으며 '법 앞에서의 평등'을 강조했다.
유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서도 "공약가계부를 더이상 지킬 수 없다"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됐다"며 직설적으로 날을 세워 야당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초이노믹스'에 대해서도 "단기부양책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면서 청년일자리 확충과 저출산 대책 등을 역설했다.
8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文, 소득주도형 경제론… 柳, 사회적경제 주목문 대표의 소득주도형 성장론 속에는 최저인금 인상 외에 전월세상한제, 반값등록금, 생애주기별 맞춤형 의료복지 인프라 확충, 통신비 인하까지 다양한 내용이 들어있다.
큰 틀에서는 '공정한 시장경제'를 키워드로 하는 유 원내대표의 재벌개혁론도 포함된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는 소득성장론도 재검토돼야 한다며 선을 긋고 있다. 그는 "적정한 속도의 최저임금 인상,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지출의 확대는 빈곤과 양극화 해소라는 차원에서 동의한다"면서도 "2100년까지 저성장의 대재앙이 예고된 우리 경제에 대해 이 정도의 내용을 성장의 해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사회적 경제'에 주목했다.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자활기업, 마을기업, 농어촌공동체회사 등으로 복지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적 경제에 대해 "복지와 일자리에 도움이 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역사적 진화"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이 역시 진보진영에서 일찌감치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어서 문 대표와 정책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 '평화=안보' '사드 필요' 안보론은 큰 차이문 대표가 최근 천안함 침몰 사건을 북한 소행으로 규정한 것은 안보분야에서의 대표적인 우클릭 행보다.
하지만 이날 연설에서는 안보분야에서 기존 행보와 다른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대부분의 내용이 '평화가 곧 안보'라는 참여정부때의 정책 기조를 따랐다.
다만,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을 거론하며 "새누리당 정부는 평화에도 실패했고 안보에도 무능했다"고 비판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참여정부때 없었던 일이 보수정권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문 대표는 2004년과 2007년 남북장성급 회담과 2차 국방장관회담을 예로 들며 "남북 간의 군사적 합의만 제대로 실천해도 우리 장병들과 국민이 희생당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북경제협력도 안보 차원에서 접근했다.{RELNEWS:right}
5.24조치 완화, 금강산관광 재개, 개성공단 활성화 등 남북경제협력은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만 평화와 안보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는 "북한은 이성적인 대북정책이 통하지 않는 상대"라며 보수적인 대북관을 드러냈다. 문제의 핵심을 북한 미사일로 간주한 만큼 직접적인 군사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국민들은 언제 우리를 향해 날라올 지 모르는 핵 미사일을 머리에 이고 살고 있다"며 사드 배치 문제를 언급했다.
유 원내대표는 야당을 겨냥해선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반대하는 야당은 북한의 핵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