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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로 빚은 '장수상회' 값진 도전…이제 좀 철든 기분"



영화

    "용기로 빚은 '장수상회' 값진 도전…이제 좀 철든 기분"

    [노컷 인터뷰] 강제규 감독 "50대…그동안 놓친 것들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시간"

    강제규 감독 (이하 사진=빅픽쳐)

     

    '은행나무 침대'(1996), '쉬리'(1999), '태극기 휘날리며'(2004) 등의 작품으로 한국영화사에 굵직굵직한 발자취를 남겨 온 강제규(52) 감독. 그에게 9일 개봉하는 '장수상회'(제작 ㈜빅픽쳐·CJ엔터테인먼트)는 터닝포인트 같은 영화다.

    영화 장수상회는 70대 성칠(박근형)과 그의 마음을 뒤흔든 금님(윤여정), 그리고 둘의 마지막 연애를 응원하는 사람들을 둘러싼 이야기를 그렸다. 강 감독이 50대에 접어들어 만든 첫 작품이기도 하다.

    3일 서울 삼청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강 감독은 "장수상회는 나름의 도전이었다"며 "그 보폭이 크진 않지만 설레고 긴장하게 만드는 지점이 있었다"고 전했다.

    "장수상회 시나리오를 보면서 가졌던 정서나 감정을 화면에 어떻게 담아낼까, 그 불확실성이 어떤 결과물로 나타날까에 대한 궁금증이 그 어느 때보다 컸어요. 특히 코미디 요소, 캐릭터들의 연기 패턴 등과 관련해 해보고는 싶었지만 용기가 안 나고 두렵기도 했던 지점들이 있었는데, 이러한 면에서 기존보다 많이 나아갔죠."

    그는 자신의 30대, 40대를 두고 "뒤도 안 돌아보고 저 멀리 있는 목표를 향해 우직하게 달렸던 시절"이라고 표현했다.

    "그때는 뭔가 뜻을 세우면 앞뒤 안 재보고 미련하게 돌진했죠. 주변에서 '저렇게 해도 되나' 싶었을 겁니다. 그렇게 달리면서 놓친 것들이 참 많아요. 50대 문턱에 들어서면서 주변을 바라보게 되더군요. 그 동안 못 봤던 것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시간이 좋습니다."

    강 감독의 변화하는 가치관, 세계관은 영화 장수상회에도 오롯이 녹아든 모습이다. "이제 조금 철이 드는구나 싶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제 생각이 변하면서 영화도 변하는 식으로 같이 성장하는 게 흥미로워요. 재미를 찾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빈자리를 채워가고 부족했던 지점을 수정해 가는 게 쉽지는 않지만, 작품에 하나하나 투영하고 접목시켜서 얻은 결과를 보며 신선한 쾌감을 얻고 있습니다."

    ▶ 최근 만난 영화계 한 인사가 "강 감독과 배우 박근형이 좀 더 일찍 만났으면 어땠을까"라는 말을 하더라. 박근형이 암흑가의 거물로 등장하는 액션 블록버스터.

    = 저를 일찍 만나는 것보다도 한국영화계가 좀 더 성숙해서 선생님 같은 훌륭한 연기자들을 다양하게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결과물을 일찍부터 만들어냈다면 한국영화가 더 다양해지고 완성도도 높아졌을 것이다.

    선생님 연배의 잭 니콜슨,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등 외국 배우들이 지금도 꾸준히 작품에서 중요한 배역을 차지하는 것을 보면 우리 현실이 더욱 아쉽다.

    영화 '장수상회'의 한 장면.

     

    ▶ 지금 시점에서 '실버 로맨스'가 필요하다고 본 까닭은.

    = 장수상회는 동시대를 사는 모두를 위한 영화이지, 특정 세대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녀나 손자들이 아버지, 할아버지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영화를 보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역시 손자 손녀를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 영화다.

    그럼에도 콘텐츠 부분에서는 필요한 작업이라고 봤다. 한국 관객의 세대별 확장 속도는 굉장히 빠르다. 수치로도 나타나듯이 50대, 60대, 70대가 빠르게 극장으로 유입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상당히 적다. 생산과 소비의 맥락에서 볼 때 장수상회는 그러한 콘텐츠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영화계에서 보다 다양한 기획이 나오길 바란다.

    ▶ 철저한 사전준비로 실제 촬영에서는 한두 테이크만에 모두 마무리해 배우들을 힘들게 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 배우들이 편한 것도 중요하지만, 그럼으로써 연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봤다. 하루에 같은 장면을 10여 차례나 찍으면 감정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우리 영화에는 박근형 윤여정 선생님을 비롯해 조단역이 38명 나온다. 이들이 잘 놀 수 있도록, 집중해서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 일이었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한두 테이크만에 모든 것을 얻으려 애썼다. 철저한 사전준비에 집중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영화 속에 극적인 반전을 넣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 개인적으로 제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선물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다. 장수상회를 만들면서 노년의 로맨스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그 외 보너스로 색다른 선물을 드리고 싶었다. 반전은 그렇게 탄생한 선물이다.

    ▶ 장수상회는 아버지 비중이 큰 이야기라는 점에서 '국제시장'과 겹친다는 목소리도 있다.

    = 관객들이 아버지 세대를 떠올리는 일부 공통점이 나올 수는 있지만, 메시지 등에서 국제시장과는 분명히 다른 영화다. 굳이 설명한다면, 장수상회는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자식들, 손자 손녀 각각의 입장을 포함한 다초점 영화라 할 수 있다.

    ▶ 앞서 제작보고회 등을 통해 실제 아버지 어머니께 바치는 영화라고 밝힌 바 있다. 자전적 이야기가 많이 포함됐나.

    = 한국 사회가 급속하게 노령화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아픔과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현실적인 아픔의 유형 중에서도 노화로 인한 질병은 우리네 가정을 붕괴시키기도,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는 일부 가정에서 일어나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이젠 보편화된 일상이다. 제 경우에도 어버님이 현재 병을 앓고 계시고, 어머님은 3년 전 병세 악화로 돌아가셨다. 그래서 장수상회에 대한 감정 이입과 공감의 폭이 컸다.

    강제규 감독

     

    ▶ 실제 부모님을 떠올리면 어떤지.

    = (골똘히 생각하더니) 요즘 사람 같지 않으셨다. '저렇게 착한데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시나' 싶을 정도였다. 한 예로 어머님께서는 생전 당신 몸도 안 좋으시면서 삼시세끼 밥을 지어 아버지를 챙기셨다. "제발 좀 쉬시라"고 말씀드려도 그러셨다. 그만큼 두 분은 각별하셨다.

    ▶ 자식을 키우면서 부모님을 자주 떠올릴 텐데.

    = 자식 키우면 부모를 알게 되는 것 같다. 모두 다 비슷할 것이다. 아들이 둘 있는데 '내 기억 속에 아버지는 이러이러하게 자리잡고 계신데, 나는 아들들에게 어떤 아버지일까'를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

    ▶ 오프닝·엔딩 시퀀스에서 주인공들의 청춘 시절을 넣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우리네 부모·조부모에게도 저렇게 아름다운 때가 있었지'라는 아련함이 밀려 오더라.

    =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첫사랑의 애틋함과 설렘이 가슴 깊숙한 곳에 뭉쳐져 있을 것이다. 제게도 그러한 설렘과 풋풋함이 있는 것처럼 성칠과 금님도 아련한 추억을 갖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감정이 프롤로그와 에플로그에서 보다 애틋하고 아름답게 그려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공을 많이 들였다. 적합한 장소를 고르고 고르던 중 충북 보은에 있는, 속리산에서 30~40분 떨어진 곳에서 찍었다.

    ▶ 50대가 되니 어떤 느낌인가.

    = 막연하게 '이제 조금 철이 드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는 시선도 그렇고,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도 변했다. '성숙' '성장'이라는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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