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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민 "감독님, 저 때려줘야 할 바보는 아니죠?"



야구

    박석민 "감독님, 저 때려줘야 할 바보는 아니죠?"

    '올해도 잘 해보재이~' 삼성 류중일 감독(왼쪽)이 지난 1월 구단 시무식에서 주장 박석민과 악수하며 올해 선전을 다짐하는 모습.(자료사진=삼성 라이온즈)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케이티-삼성의 시즌 1차전이 열린 3월31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 경기 전 류중일 삼성 감독은 3월29일 SK와 대구 홈 경기 때 박석민의 어이없는 주루사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당시 삼성은 SK에 5회초까지 1-6으로 밀리다 5회말 2점을 내며 추격하던 분위기였다. 1사 만루에서 최형우의 큼직한 타구가 워닝 트랙 부근에서 잡혔다. 정상적이라면 3루 주자의 태그업으로 1점을 더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1루 주자 박석민이 2루를 돌아 3루 쪽으로 맹렬히 달려갔고, 귀루하던 2루 주자 박한이를 앞지른 것. 후위 주자의 선행 주자 추월로 자동 아웃이었다. 더욱이 3루 주자 김상수가 홈을 밟기 이전 일이라 3아웃이 돼 득점도 무산됐다. 결국 삼성은 추격에 찬물이 끼얹어지며 3-7로 졌다.

    그런 박석민을 따로 불러서 혼을 내지 않았느냐는 질문이다. 이에 대해 류 감독은 "따로 불러서 뭐 하겠노"라고 반문하면서 "예전 90년대 일본 주니치 사령탑이던 호시노 센이치 감독처럼 방으로 불러 한번 때려줄까?"라며 웃었다. 선수 본인이 가장 크게 실수를 통감할 것이라는 뜻이다. 더욱이 박석민은 10년차 이상 고참에 올 시즌은 주장까지 맡았다.

    박석민은 지난달 29일 SK전에서 의욕이 앞서 선행주자 박한이를 앞서는 우를 범했다.(자료사진=삼성)

     

    하지만 아쉬움이 없을 수는 없었다. 류 감독은 "바보 아니냐"면서 "눈이 2개인데 그걸 못 보노"라며 또 한번 웃음을 터뜨렸다. 당시 박석민은 중견수 조동화가 타구를 놓친 제스처를 취하자 홈까지 뛰어들 생각으로 전력질주했으나 좌익수 이명기가 잡은 것을 보지 못했다. 경기 후 박석민은 "명백한 내 실수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뉘우쳤다.

    류 감독은 사실 29일 경기 전 일부 해설위원들이 선수들의 본헤드 플레이에 너무 거센 비난을 퍼붓는 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 바 있다. 선수들 입장에서 그 상황이 어떻게 나왔는지를 조금은 헤아려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류 감독에게도 박석민의 주루사는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박석민은 31일 경기에서 멋지게 만회를 해냈다. 특히 환상적인 호수비로 팀의 위기를 막아냈다.

    삼성이 8-6으로 불안하게 앞선 8회 1사 케이티 공격. 윤도경은 풀카운트 끝에 날카로운 좌선상 타구를 날렸다. 3루 베이스를 지나 파울 라인 바깥으로 흐르던 까다로운 타구였다. 만약 빠지면 2루타는 기본이 될 만했다.

    하지만 박석민이 거구를 날려 물찬 제비처럼 타구를 잡아냈다. 한 바퀴를 구른 박석민은 곧바로 일어나 노 스텝으로 송구했다. 다이렉트로 뻗은 송구는 1루수 구자욱의 글러브로 빨려들었다. 간발의 차로 아웃. 득점권을 막은 기가 막힌 수비였다.

    '감독님 보셨죠?' 삼성 박석민이 3월31일 케이티와 경기에서 8회 환상적인 수비를 선보인 뒤 손가락으로 동료들을 가리키는 모습(왼쪽)과 이를 본 류중일 감독이 벤치에서 일어나며 박수를 치는 모습.(사진=스카이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이를 지켜보던 류 감독은 벤치에서 박수를 치며 벌떡 일어났고, 마운드의 안지만도 고마움을 드러냈다. 사실 삼성은 4회초까지 6-1로 앞서다 4회말에만 선발 백정현과 권오준이 5실점하며 동점을 허용했다. 만약 8회말 실점했다면 승부는 안갯속으로 빠질 수 있었다.

    그런 위기를 박석민이 막아낸 것이다. 자신도 대견했는지 아웃이 되자 박석민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박석민은 5타수 2안타를 때려내며 타석에서도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박석민이 그렇게까지 바보는 아니었다. 자신의 실수를 곧바로 벌충하는 선수였다.

    케이티전에 앞서 류 감독은 "예전 선동렬 선배에게 들으니 주니치 시절 호시노 감독에게 선수가 방으로 불려가면 2가지였다고 하더라"고 회상했다. "하나는 잘했다고 주는 상금이고, 다른 하나는 못해서 받는 구타였다"는 것이다.

    만약 류 감독이 호시노 감독처럼 할 수 있다면 이날만큼은 박석민에게는 상금을 줘야 할 것이다. 물론 요즘 같은 때 선수를 때리면 큰일이 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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