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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근 "(김)시래야, 너의 농구는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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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동근 "(김)시래야, 너의 농구는 이제부터다"

    [임종률의 스포츠레터]

    '둘 다 멋졌다' 모비스 가드 양동근(6번)은 LG 김시래(왼쪽)와 4강 플레이오프 대결에서 우정어린 명승부를 펼쳤다. 사진은 26일 5차전 경기 모습.(울산=KBL)

     

    모비스와 LG의 '2014-2015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가 막을 내렸습니다. 모비스가 26일 홈에서 5차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2년 연속 챔피언의 저력을 확인했습니다.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모비스는 사상 첫 3연속 우승에 도전합니다.

    '봄 농구'를 접었지만 LG의 투혼도 값졌습니다. 에이스 데이본 제퍼슨이 퇴출된 악조건, 오리온스와 6강 PO에서 최종 5차전까지 가며 고갈된 체력에도 모비스를 마지막 경기까지 밀어붙였습니다.

    이번 PO의 핵심은 가드 전쟁이었습니다. 바로 모비스 주장 양동근(34 · 181cm)과 LG 야전사령관 김시래(26 · 178cm)의 대결이었습니다. 리그 최고 선수의 완숙미와 이제 그 자리에 다가서려는 패기가 그야말로 불꽃 튀는 접전을 펼쳤습니다.

    특히 두 선수의 끈끈한 인연 때문에도 더 관심을 모은 대결이었습니다. 양동근은 2012-2013시즌 신인이던 김시래와 모비스의 우승을 합작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김시래가 LG로 이적하면서 둘은 2년 연속 봄 농구에서 얄궂게 맞닥뜨려야 했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챔프전, 올 시즌에는 4강 PO에서 만난 겁니다.

    '아직 멀었다' 모비스 양동근(6번)이 18일 4강 PO 1차전에서 LG 김시래(왼쪽)을 제치고 슛을 시도하는 모습.(자료사진=KBL)

     

    둘의 대결은 막상막하. 김시래는 선배에 버금가는, 개인 기록만 보면 어쩌면 능가하는 활약을 펼쳤지만 끝내 넘어서지는 못했습니다. 전성기에 접어든 운동 능력은 있었지만 익을 대로 익은 양동근의 노련미까지는 어쩌지 못했습니다.

    1차전에서는 양동근의 완승이었습니다. 1쿼터 자유자재로 김시래를 상대로 득점을 쌓으며 14점을 몰아쳤습니다. 양 팀 최다 28점(5도움)을 폭발시킨 양동근은 3점 6도움에 머문 김시래를 압도했습니다.

    2차전에서는 김시래의 반격. 10점으로 득점은 많지 않았지만 양 팀 최다 9도움을 올려 LG의 75-69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양동근도 풀타임을 뛰며 14점 4도움으로 활약했지만 팀 패배를 막지 못했습니다.

    예열을 마친 둘의 대결은 본격적으로 타올랐습니다. 3차전에서 양동근이 18점 6도움, 김시래가 21점 5도움으로 호각지세를 이뤘습니다. 4차전은 김시래가 21점 7도움에 승리까지 견인하며 15점 4도움의 양동근에 살짝 앞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양동근의 영양가는 높았습니다. 상대 양우섭의 끈질긴 밀착 마크 속에서도 제몫을 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5차전에서 고비마다 16점(4리바운드 3도움)을 올리며 해결사 역할을 해냈습니다. 김시래도 22점(3리바운드 4도움), 개인 1경기 최다 득점으로 분전했지만 혼자서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넘어설 거야' LG 김시래(왼쪽)가 20일 4강 PO 2차전에서 모비스 양동근(6번)을 제치고 레이업슛을 하는 모습.(자료사진=KBL)

     

    결국 PO 5차전은 김시래의 군 입대 전 마지막 경기가 됐습니다. 올 시즌 뒤 김시래는 상무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할 예정입니다. 양동근과 대결도 잠시 휴식기에 들어갑니다.

    사실 양동근은 김시래의 우상과도 같은 선수입니다. 김시래는 2012-13시즌 프로 데뷔한 모비스에서 양동근을 만났고, 농구는 물론 철저한 관리까지 모범적인 선배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양동근도 재능이 철철 넘치는 후배가 예뻤습니다. 그 시즌 양동근은 김시래의 가세로 부담이 훨씬 줄었고, 김시래도 양동근으로부터 많이 배웠습니다. 정규리그 2위에 이어 챔프전 우승까지 찰떡 호흡을 자랑했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김시래는 모비스를 떠나야 했습니다. 2012-13시즌 SK와 쟁패하던 모비스가 높이 보강을 위해 로드 벤슨을 받는 대신 시즌 뒤 김시래를 LG에 내줘야 했던 겁니다. 2013-14시즌 김시래는 LG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고, 양동근의 모비스는 PO에서 우승했습니다. 올 시즌도 두 팀은 어쨌든 봄 농구에 성공해 한 마디로 '윈-윈'이었습니다.

    '그때가 좋았을까' 지난 2012-13시즌 4강 플레이오프 때 양동근과 김시래가 모비스에서 함께 뛸 때 모습.(자료사진=KBL)

     

    둘의 우정은 여전합니다. 지난 시즌은 물론 올 시즌에도 둘은 경기 전후, 중에도 얘기를 주거니 받거니 했습니다. 5차전 경기 시작 전에도 양동근은 김시래의 머리를 쓰다듬어 애정을 확인했습니다. 경기 후에도 양동근은 코트 위에서 김시래를 위로했습니다.

    경기 전 "오늘이 입대 전 마지막 경기가 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던 김시래는 "져서 아쉽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없는 힘까지 짜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후련한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어 선배와 맞대결에 대해 "사실 동근이 형과 비교되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럽다"면서 "워낙 잘 하는 형이라 배울 점이 많다"고 겸손함을 드러냈습니다.

    양동근도 후배의 성장이 대견하기만 합니다. 경기 전 양동근은 "시래를 비롯해 LG 선수들이 연이은 격전으로 힘들 텐데 정말 잘 해주고 있다"면서 "강인한 정신력으로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입대를 앞둔 후배에게 정이 담뿍 넘치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경기 후 양동근은 "농구도 농구지만 (상무 생활은) 정신적으로 성숙이 된다"면서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많은 것을 느낀 시간이었다"며 군 선배로서 충고했습니다. 이어 "인생에 있어서 성숙하는 시간이 될 것 같다"면서 "시래는 이미 성숙했지만 더 많이 배우고 올 것"이라고 신뢰를 보냈습니다.

    '2년 뒤에는 누가 웃을까' 4강 PO에서 모비스 양동근과 LG 김시래가 리바운드를 다투는 모습.(자료사진=KBL)

     

    어쩌면 둘의 대결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릅니다. 김시래가 제대하면 2016-17시즌 후반기, 혹은 2017-18시즌에나 복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때가 되면 양동근도 이미 30대 후반입니다.

    하지만 양동근은 올 시즌 정규리그 전 경기에 나섰고, 출전 시간 전체 1위(평균 34분56초)였습니다. 그의 강철 체력을 감안하면 김시래가 돌아와도 충분히 맞설 수 있을 겁니다. 과연 둘이 우정어린 대결을 다시 펼칠 수 있을까요?

    p.s-유재학 모비스 감독도 경기 후 "끝까지 열심히 뛴 김시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칭찬했습니다. 이어 "국가대표팀에도 세대 교체를 해야 하는데 패스 능력까지 갖춘 김시래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유 감독은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끈 대표팀 사령탑이기도 했습니다. 이후에도 대표팀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 명장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김시래가 양동근과 함께 태극마크를 달 수도 있을 겁니다. 둘의 우정은 더 깊어지고 김시래는 쑥쑥 더 크게 자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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