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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작가 "서울 지하철 그래피티, 수준낮고 범죄다"



문화 일반

    현직 작가 "서울 지하철 그래피티, 수준낮고 범죄다"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레오다브 (그래피티 아티스트)

    여러분 혹시 알록달록한 지하철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최근 스프레이가 잔뜩 뿌려진 서울 지하철 사진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것을 '그래피티'라고 하는데 보통 담장이나 교각 등에 스프레이로 흔적을 남기는 것을 뜻합니다. 최근 발견된 이 그래피티에 대해서 경찰은 호주 출신의 외국인들의 소행으로 추정을 하고 있는데요. 올해만 서울 지하철 4곳에 이 그래피티가 그려졌습니다. 이들은 왜 하필 지하철에, 무슨 이유로 그래피티를 남기는 걸까요? 화제의 인터뷰, 그래피티 전문가에게 궁금증을 해소해 보겠습니다. 그래피티 아티스트 레오다브 씨를 연결하죠. 안녕하세요.

    ◆ 레오다브> 예.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박재홍> 레오다브 씨는 그래피티를 얼마나 하신 겁니까?

    ◆ 레오다브> 제가 1998년부터 시작을 했거든요. 그래서 중간에 군대 갔다 온 시간을 제외하면, 한 16년 정도 된 것 같아요.

    ◇ 박재홍> 그러면 그래피티를 주로 어디에 그리시는 건가요?

    ◆ 레오다브> 저 같은 경우에는 주인이 없다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주인이 없어 보이는 벽이나 낡은 벽이요. 그리고 요즘 같은 경우는 행사 같은 것들도 많잖아요. 그런 것들도 있고요. 인테리어 측면에서도 많이 사용을 하고요. 여러 가지로 다 그리고 있어요.

    ◇ 박재홍> 제가 그래피티를 '스프레이로 벽이나 교각에 흔적을 남긴다.' 이렇게 소개했는데요. 전문가로서 그래피티를 어떤 장르라고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 레오다브> 이번에 지하철에 한 건 '트레인 버밍(TrainBombing)' 이라고 하고요. 그래피티 하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가장 로망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것이고요. 그래피티라고 하면 보통은 스프레이로 하는 것만 알고 계신데요. 딱 스프레이로만 그려야 된다는 건 아니고요. 거리의 벽에다가 그려진 많은 것들이 거의 다 그래피티라고 볼 수 있죠.

    ◇ 박재홍> 최근에 서울 지하철 왕십리역에 오전 3시쯤, 그러니까 새벽에 호주인으로 추정되는 백인 남성들이 환풍구 덮개를 열고 들어와서 지하철에 그래피티를 그린 거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지하철 4곳에요. 영단어도 쓰고 그랬는데요. 사진 보셨죠?

    ◆ 레오다브> 예.

    ◇ 박재홍> 그러면 이건 오로지 스프레이로만 한 겁니까? 이렇게 그리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나요?

    ◆ 레오다브> 그 정도로 하려면 글쎄요. 제 기준이면 한 20분? 빨리 하면 20분 정도면 하고 나올 것 같은데요.

    ◇ 박재홍> 그렇군요. 전문가의 생각으로 봤을 때 20분 정도 걸린다.

    ◆ 레오다브> 예. 그렇게 디테일하게 하고 갈 시간이 안 될 것 같고요. 들어가서 재빨리 하고 나와야 하는 시간이니까 더 빨리 했을 수도 있고요. 그분들 같은 경우는요.

    ◇ 박재홍> 영어 단어가 있었거든요. 이게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겁니까?

    ◆ 레오다브> 보통은 자기 이름, 닉네임이라고 하죠. 태그네임 같은 걸 사용하고요. 추적 같은 걸 피하기 위해서 아예 다른 이름을 쓰기도 해요. 자기가 활동하는 이름 말고 알려지지 않은 다른 이름을 가지고 사용하기도 해요.

    ◇ 박재홍> 그리고 거기에 자기가 담고 싶은 메시지를 담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요.

    ◆ 레오다브> 지금 서울 지하철에 한 것 같은 경우는 딱히 메시지가 있는 것 같지는 않고요. 그냥 자기 이름이나 크루 이름 같은 걸 쓴 것 같고요. 메시지를 쓰는 경우도 있기는 하죠.

    ◇ 박재홍> 주로 어떤 메시지를 담나요? 반전이라든지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는 경우도 있습니까?

    ◆ 레오다브> 글쎄요. 지하철에는 보통 그런 메시지를 잘 담지는 않고요. 자신의 크루가 내세울 수 있는 그런 문구, 슬로건 같은 것들이죠. 우리 크루는 어떻게 활동하고 있다거나 아니면 누구를 추모를 한다거나, 그런 정도로 많이 쓰고 있어요.

    ◇ 박재홍> 크루라고 말씀을 하시는데요. 이게 그러면 그래피티가 개인으로 하기보다는 그룹별로 모여서 하는 경우가 있나 보네요?

    ◆ 레오다브> 그렇죠. 지하철 같은 곳에 들어가려고 하면 망 볼 사람도 필요하겠고요. 혼자 하시는 분들도 있기는 한데 혼자보다는 여러 명이 한꺼번에 들어가서 하는 경우가 많죠.

    ◇ 박재홍> 제가 궁금한 건 왜 하필 이 낯선 나라까지 와서 굳이 지하철을 찾아와서 그렸을까. 이 부분입니다. 왜 지하철입니까?

    ◆ 레오다브> 지하철은 의정부도 가고 수원도 가고요. 예를 들어 기차에다가 그리면 서울에서 부산도 가고 이런 식으로 하루 종일 돌아다니잖아요. 벽 자체가요.

    ◇ 박재홍> 많은 사람이 볼 수도 있고요.

    (사진=중앙일보 제공)

     

    ◆ 레오다브> 예. 그러니까 아무래도 더 재미있는 장소가 되는 거죠, 그래피티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요.

    ◇ 박재홍> 그러면 그래피티 하는 분들에게는 이런 지하철이 로망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 레오다브> 예. 가장 좋은 장소죠. 그것 아니면 큰 트럭들 있잖아요. 뒤에 컨테이너 달고 있는 트럭들이요. 그런 것들도 마찬가지죠.

    ◇ 박재홍> 그런데 그래피티를 놓고 '불법행위이자 낙서다.' '아니다, 예술이자 문화다.' 이렇게 갈리기도 하고요. 과연 예술로 볼 것이냐, 테러냐 이런 논쟁도 있는데요. 어떻게 보세요?

    ◆ 레오다브> 이건 뭐 보는 사람들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이게 불법이긴 해요. 벽에다가 한다는 것 자체가 허가를 받지 않고 하기 때문에요. 그래서 그림에 대해서 작가들이 책임을 졌으면 좋겠어요. 이것도 자기의 작품이니까요. 어느 정도 책임감을 가지고 그냥 자기 이름을 쓰는 것도 좋지만, 뱅크시처럼 메시지가 있는 그림들도 좀 남기고요. 그냥 낙서가 아니라 문화에서 예술로 넘어가는 그런 단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 박재홍> 예.

    ◆ 레오다브> 외국의 경우는 그래피티로 유명한 뱅크시나 스페이스 인베이더나 이런 사람들의 작품을 보려고 사람들이 여행을 가는 경우도 많고요. 스페이스 인베이더 같은 경우는 그 사람들의 작품들만 모아놓은 여행 가이드북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우리나라도 많은 생각을 가지고 벽에다가 그림을 남겼으면 좋겠어요.

    ◇ 박재홍> 그런데 이제 이번의 지하철 그래피티를 보면 분명히 재물손괴죄에 해당하고요. 그러니까 환풍구를 뚫고 들어왔고, 지하철에 그림을 그리지 않았습니까? 말하자면 공공영역의 기물 파손인데요. 그러면 이것을 문화나 예술로 볼 수 있을까? 범죄 혹은 테러가 아닌가? 이런 시각이 있습니다.

    ◆ 레오다브> 그래피티 하는 사람들이 그래피티 문화에 대해서 좋은 이미지로 만들려고 했던 것들이 많이 무너진 것 같기는 해요. 물론 지하철에다 하고 싶죠. 지하철에다가 하고 싶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지키면서 지금 하고 있는 건데요. 외국 작가들이 와서 이렇게 하고 가면 지금처럼 인터뷰도 하게 되고 사람들 사이에서 그래피티라는 게 무엇인지도 좀 많이 알려지기는 하겠지만, 지금 그려지는 그림들 자체가 퀄리티가 있다거나 사람들이 봤을 때 '오 멋있다, 멋있는데 뭐 어떠냐?' 이런 반응이 좀 나와야 저희들도 사람들한테 이것도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이 되는데요. 뚫고 들어가서 그림을 남겼는데 그림 퀄리티도 솔직히 말해서 좀 아쉬운 수준에서 끝나버리다 보니 이게 어떻게 보면 더 불법적인 이미지로 가는 게 아닐까, 그게 아쉬운 것 같아요.

    ◇ 박재홍> 그러면 답을 명확히 내리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보실 때 이번 지하철 사건을 한정적으로 보시면 예술이라고 평가하세요? 아니면 테러라고 평가하십니까?

    ◆ 레오다브> 넓은 의미에서는 테러가 맞긴 하겠죠. 그러니까 제가 만약에 한다면, 이왕 하기로 했으면 멋진 작품을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 박재홍> 마지막으로 앞으로 그래피티를 보시는 분들이 있을 거 아닙니까? 그와 관련해서 아티스트로서 대중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 레오다브> 우리나라도 그래피티 문화가 들어온 지도 꽤 됐고요. 지금 외국에서도 인정받으시는 분들도 많이 있거든요. 너무 그래피티하면 '낙서', 글자들이 못 알아보니까 '욕' 같다고 생각한다거나 그림들이 과장돼 있으니까 혐오스럽다는 표현보다는 더 넓은 의미의 미술 행위라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 박재홍> 넓은 의미의 예술로 봐달라, 이런 말씀이시네요. 말씀 여기까지 들을게요. 고맙습니다.

    ◆ 레오다브> 감사합니다.

    ◇ 박재홍> 화제의 인터뷰, 그래피티 아티스트 레오다브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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