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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어른-아이' '아이-어른' 아닌가요?"



공연/전시

    "우리 모두 '어른-아이' '아이-어른' 아닌가요?"

    [노컷 리뷰] 연극 '이 아이'

    연극 '이 아이' 중 한 장면. 사진=한강아트컴퍼니 제공

     

    이혼한 아버지를 더 이상 보고 싶어 하지 않는 5살 딸, 실직한 아버지에게 폭언을 퍼붓는 15살 아들, 자기 아이를 이웃부부에게 주는 미혼모, '학교에 가지 말라'고 10살 아들을 붙드는 우울증의 엄마, 시체안치소에서 아들의 시체를 확인하는 엄마, 손자 양육에 간섭하는 할아버지와 이에 맞서는 아들, 출산이 두려운 산모 등.

    연극 '이 아이'(Cet enfant)는 보편적인 테마인 가족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극은 10개의 독립적인 에피소드로 구성됐는데, 각 에피소드마다 두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해 가족의 위기상황을 단면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상적인 가족상이나 평범한 가족의 전형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은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

    연극은 등장인물이 어떻게 해서 혼자 애를 낳았는지, 왜 이혼을 했는지 등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지만 이혼, 실직, 폭력, 우울증 등을 겪었다는 것을 드러냄으로써 각종 사회문제를 환기시킨다.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 아이가 되지 못한 아이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혼한 아버지가 5살 난 딸을 오랜만에 만나는 장면. 딸은 아빠한테 "당신도 컸어요?"라고 묻고, 아빠는 딸한테 "몰라"라고 답한다.

    그런가 하면 우울증에 걸린 30대 엄마가 등교를 막자 10살 난 아들은 화를 내는 대신 엄마가 상처받지 않도록 좋은 말로 달랜다. 이렇게 아이는 아이 같지 않고 어른은 어른 같지 않다.

    연출을 맡은 까띠 라뺑은 "우리는 모두 어린시절의 기억을 간직한 채 어른이 된다. 모두 어른-아이, 아이-어른인 것이다"며 "가족문제는 인류 보편적인 문제인 만큼 한국 관객도 공감할 만한 이야기"고 전했다.

    연극 '이 아이'는 프랑스 극작가 겸 연출가 조엘 폼므라의 희곡이 원작이다. 조엘 폼므라는 미리 써둔 희곡이 아니라 극장에서 자신의 극단 배우들과 연습하는 과정에서 얻은 이미지를 공연 텍스트로 만드는 '토털연극'을 지향한다.

    4명의 배우(박현미, 김시영, 홍성춘, 신용진)가 아이와 어른을 오가며 다양한 역할을 소화한다. 빼어난 연기력 덕분에 아이 역이 어색하지 않다.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프랑스어권 현대극을 꾸준히 소개해온 극단 '프랑코포니'의 9번째 공연이다.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3월 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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