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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원의 깨톡]다 좋았던 수원의 ‘축구잔치’, 아쉬웠던 딱 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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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해원의 깨톡]다 좋았던 수원의 ‘축구잔치’, 아쉬웠던 딱 한가지

    수원 삼성 서포터들은 지난해 인종차별 현수막을 걸어 물의를 빚은 일본 J리그 우라와 레즈의 서포터를 향해 ‘STADIUM FOR FOOTBALL NOT ONLY FOR KOREAN(한국인만을 위한 것이 아닌 축구를 위한 경기장)’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수원=오해원 기자 ohwwho@cbs.co.kr

     

    기분 좋은 역전승에 관중의 성숙한 매너까지 현장에서 지켜본 수원 삼성의 2015시즌 출발은 흠잡을 것 없었습니다. 하지만 즐거울 것만 같았던 ‘축구 수도’ 수원의 ‘축구잔치’에도 옥에 티는 있었습니다.

    지난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우라와 레즈(일본)의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G조 1차전. 한일 양국의 프로축구를 대표하는 인기구단의 2015년 첫 번째 맞대결에는 총 1만3806명의 관중이 찾았습니다.

    수원월드컵경기장의 규모는 총 4만4000석이지만 수원은 올 시즌 관중석 2층을 폐쇄하고 2만석 규모의 1층만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수원은 창단 후 K리그에서 8시즌 간 경기당 가장 많은 평균 관중을 불러모으며 ‘축구 수도’를 자부했습니다. 하지만 평균 2만명의 관중이 찾아도 2층 관람석이 대부분 비어있는 만큼 경기 몰입도가 떨어졌고, 이를 막기 위해 수원 구단은 과감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여기에 수원은 K리그에서 가장 먼저 모든 관중의 유료화를 선언했습니다. 최근 수원은 모기업이 바뀌면서 구단 살림이 예전만 못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경기당 평균 2만명에 가까운 많은 관중이 찾지만 이 가운데 1/4가량은 무료관중이라는 자체 평가를 하고 모든 관중의 유료화를 추진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의 시발점인 2015시즌 홈 개막전에 1만3806명의 관중이 찾으며 수원 구단은 상당히 만족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실제로 쌀쌀한 날씨의 평일이라는 악조건에도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은 1만3806명은 수원의 AFC 챔피언스리그 홈경기 개최 사상 최다 관중 신기록입니다.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인기 클럽인 우라와의 대규모 원정 응원단도 신기록 작성에 한몫했습니다.

    ◈인상 깊었던 ‘STADIUM FOR FOOTBALL NOT ONLY FOR KOREAN 현수막

    2015시즌 첫 홈 경기, 그리고 상대가 우라와라는 점에 착안한 수원 서포터들은 깜짝 이벤트도 마련했습니다. 바로 지난해 인종차별적인 현수막을 내걸었던 우라와의 일부 극성 팬을 향해 정중하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경기 시작과 함께 수원의 서포터석 2층 상단에는 ‘STADIUM FOR FOOTBALL NOT ONLY FOR KOREAN(한국인만을 위한 것이 아닌 축구를 위한 경기장)’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등장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3월 8일 우라와의 홈 경기장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 ‘JAPANESE ONLY(일본인 외 사절)’이라고 적힌 현수막과 함께 전범기가 걸렸던 사건을 비꼰 것입니다.

    하지만 이 현수막은 상대를 도발하기보다 축구와 축구장의 진정한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분명한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우라와의 대규모 원정 응원단도 대형 현수막에 크게 반발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들도 추운 날씨 속에 그라운드에 나선 선수들을 응원하는 단결된 목소리를 내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습니다.

    양 팀 서포터들의 쉴 새 없는 응원에 선수들도 신난 듯 했습니다. 전반 추가시간에 원정팀 우라와가 먼저 골을 넣으며 승기를 잡았지만 홈 팀 수원은 후반에만 2골을 몰아치며 극적인 역전승으로 새 시즌을 기분 좋게 시작했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전원이 유료관중으로 채워진 수원월드컵경기장을 뜨겁게 달구며 ‘축구 수도’의 진면모를 보여주기에 충분한 경기였습니다.

    지난 25일 수원 삼성과 우라와 레즈의 2015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G조 1차전은 양 팀 서포터의 돌발행동을 막기 위해 모든 관중의 소지품을 사전 검사했다. 사진은 소지품 검사를 하는 우라와 원정 서포터의 모습. 수원=오해원 기자 ohwwho@cbs.co.kr

     

    ◈ 예상 못한 돌발 행동, '축구 수도'의 옥에 티

    하지만 그라운드 안과 밖에서 모두 기분 좋은 결과를 얻었던 이 경기에서도 분명한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한 극성 축구팬의 그릇된 행동이 모두가 박수를 쳤던 ‘축구잔치’의 흥을 깨고 말았습니다.

    경기 초반 수원 서포터와 마주보는 우라와 원정 서포터 뒤에서 누군가 태극기를 들고 응원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누가 봐도 분명하게 우라와 서포터를 더욱 자극하기 위한 돌발행동이었습니다. 누구도 예상 못한 돌발 행동에 일부 우라와 서포터가 반발하고 나섰고, 약간의 몸싸움은 있었지만 경기장 안전요원이 순식간에 제압했습니다.

    우라와 구단 관계자는 극성 팬의 돌발 행동을 막지 못한 수원 구단에 공식 항의했습니다. 수원 구단 관계자는 어떠한 변명도 하지 못하고 사과만 했습니다. 아무리 돌발 행동이라고 하지만 모든 가능성을 막기 위해 경기장에 출입하는 팬들의 소지품을 검사했던 만큼 일본 원정석을 겨냥한 태극기 응원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라와 원정 응원석까지 찾아가 태극기를 꺼내 들었던 극성 팬은 자신의 속옷 하의에 태극기를 숨기고 들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기 전 아무리 꼼꼼하게 소지품을 검사한다고 하더라도 속옷의 안쪽까지 확인할 수 없는 만큼 분명한 의도를 갖고 경기장에 들어왔다는 것이 드러난 것입니다. 수원 구단 관계자는 “아무리 검사를 한다고 해도 속옷까지 검사할 수는 없는 만큼 이번 행동이 안타깝기만 하다”고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물론 태극기를 들고 응원하는 행동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모든 행동은 올바른 의도를 가지고 적절한 때와 장소에서 해야 합니다. 수원과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극성 팬이 했던 한순간의 돌발 행동은 자칫 국제적인 이슈로 문제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축구팬 한 명의 돌발 행동은 모처럼 축구로 하나가 된 ‘축구 수도’의 축제 분위기를 그르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일본 J리그 우리와 레즈는 지난해 3월 8일 사간 도스와 홈 경기에 'JAPANESE ONLY'라는 현수막을 내건 서포터의 돌발 행동으로 J리그 역사상 첫 무관중 경기를 치렀다. SNS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현장 사진에는 이 현수막과 함께 전범기도 함께 걸려있어 더욱 논란이 됐다.(자료사진=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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