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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 '덴마'는 언제 다시 연재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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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학술

    "양형! '덴마'는 언제 다시 연재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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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웹툰 덴마의 첫 장면. (덴마 1-1화 파나마의 개 캡처)
    "덴마를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

    네이버 웹툰에 '덴마'라는 작품이 있다. 인기 순위로 따지면 중하위권에 있지만, 매니아들의 충성도를 따지면 네이버 웹툰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광팬들을 다수 보유한 중독성 강한 작품이다.

    덴마의 작가는 바로 양영순. 팬들에게 '양형'이라는 친근한 애칭으로 불리는 그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한국 만화계에 혜성같이 나타나 '성(性)'을 유쾌하게 풀어낸 만화 <누들누드>로 당시 중학생이었던 기자에게 강제로 성에 눈 뜨게 해준 스승이다. 이후 그의 작품은 내용에 관계없이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믿고 보게 됐다.

    방대하면서도 기발한 이야기 전개에 '양영순은 천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수차례 해왔고, 그가 그린 여체를 보면서 '어떻게 하면 이렇게 므흣(!)하게 그릴 수 있단 말인가'하며 감사해했다.

    매번 이야기가 재밌어질만 하면 반복되는 (자의든 타의든) 연재 지각과 중단은 팬들을 조금씩 등 돌리게 했지만, 언제부턴가는 그것마저 길들여져서 연재해주는 것만으로 감사해 했다.

    그가 사라진 추억의 포털 '파란'을 거쳐 2010년 1월 '네이버'에서 덴마를 연재할 때까지만 해도, 사실 100화 정도 그리면 많이 하는 거겠지라는 불온한 생각으로 클릭했었다.

    그런데 이게 뭔 일인가. 2014년 7월까지 주 3회꼴로 700화를 넘게 연재하는 사상 초유의 일로 놀라게 하더니, 그 다음에는 '3개월만 쉬고 오겠다'고 해 놓고는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해명 없이 연재를 하지 않는 뒷통수 강타 신공을 펼치고 있다.

    덴마 단행본. (사진 제공 = 네오북스)
    그런 그가 최근 웹툰 '덴마'를 책(DENMA THE QUANX, 네오북스)으로 출간했다. 책으로 나온다는 이야기는 1~2년 전부터 들어왔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 몰라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주 책이 곧 나오고, 이를 기념해 작가와 팬의 대화가 열린다는 게 아닌가. 팬심 99, 기자심 1의 심정으로 취재를 결심했다. 그리고 덴마 팬이라면 모두가 궁금해야 할 바로 그 질문 '덴마는 대체 언제부터 다시 연재할 건지'의 답을 반드시 듣고 오리라 다짐했다.

    그렇게 지난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자음과모음 북카페에서 진행된 양영순 작가와 팬 30여 명의 모임에 참석해, 이날 나온 대화를 일문 일답 형태로 정리했다.

    뱀발> 작품에 대한 질문 말고도 양형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나의 이 노고가 덴마 소식에 목 마른 덴경대들에게 조금이라도 단비가 되기를 바란다. 믓시엘.
    (*덴경대 = 덴마에 등장하는 경호대 '백경대'를 패러디한 것으로 덴마 경호대를 의미함. 주로 마감 시간을 못 지켜 비난받는 양영순 작가를 댓글로 쉴드 쳐주기.)
    (*믓시엘 = 덴마에 등장하는 태모신교에서 쓰이는 말로, 기독교의 '아멘' 같은 것.)

    10일 저녁 합정동 자음과모음 북카페에서 열린 양영순 작가와 팬들의 대화. (네오북스 제공)
    <사회자(덴마 편집자)와 양영순 작가의 대화>

    ▶ 먼저 오늘 온 팬들에게 인사를 부탁한다.
    = 추운데 오셔서 감사드린다.

    ▶ 여기 온 사람들 아마 꼭 물어보고 싶은 그게 있을 거다. 모두가 알 거다. 그건 이따 질의응답시간에 한목소리로 묻기로 하고, 먼저 양영순으로 삼행시를 해 달라.
    = 아, 이런 거 잘 못하는데. 양 - 양영순입니다. 영- 영순이라고 불러주세요. 순-순이라고 부르셔도 돼요. 죄송하다. 아이고 민망해.

    ▶ 제가 쓴 보도자료는 마음에 드나? '별에서 온 천재 만화가, 신神이라 불리는 남자'라고 썼는데.
    = 네, 만족스럽고. 음. 사실 기억은 잘 안 나. 그것보다 책 뒤에 추천사 있는데 '성실한 만화가'로 바꿔 달라고…(웃음)

    ▶ 여기 온 팬들에게만 알려줄 덴마 비하인드 스토리 없나. 아니면 이상형이라던가.
    = 이상형이라.. (양 작가가 잠시 고민하는 동안 팬들 사이에서 '포니 테일'이라는 말이 나왔다) 나는 여성 허벅지를 본다. 허벅지가 굵은 여성, 말 같은 여자.

    이 근처 사신다 하더라도 이 시간에 여기 오신 거 감사하다. 오신 분들 특별히 덴마 좋아해서 오신 분들이니까. 스토리 마지막 장면 구상하고, 지금 작업 중인데 그러면 마지막 장면을 말해 줄게. (팬들이 놀라서 웅성거렸고, 결국 안 듣는 것으로 합의. 양 작가는 계속 알려주겠다고 했지만 팬들이 거부.)

    ▶ 엔딩 말고 엔딩까지 몇년 남았나.
    = 개인적인 목표는 덴마가 탈출하려는 작전이 들어가고, 짧게는 1년 반에서 2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드시 2년 안에 해야지 이런 건 아니고 그 정도면 되지 않을까. 지금 에피소드 길어지고 있는데 다이크 캐릭터 나오고 바로 결론 넘어갈 것 같다. 결말을 알려줄까?

    ▶ 2010년 1월 8일부터 연재를 시작해 2013년 9월 23일까지 총 585화를 연재한 뒤, 마지막 작가의 말에다가 “지금까지는 프롤로그였다”고 써서 독자들을 놀라게 했는데.
    = 아, 그건 네이버 담당 편집자가 쓴 거. 무슨 패러디라고 하던데. 그게 진짜 프롤로그라면 힘들 것 같다. 이렇게 길게 연재하는 것도 처음이고, 이런 호흡의 작품 처음하다 보니 쉽지 않더라.

    양영순 작가. (유연석 기자)
    ▶ 데뷔할 때 '섹스와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고. 섹스와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이 오면 우리 삶이 윤택해질까, 혼탁해질까.
    = 난무하는 세상이 아니라 섹스와 폭력이 난무하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고 했는데. 개인적으로 섹스는 난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난교의 개념은 아니고, 사랑하는 방법에 있어서 섹스할 시간을 확보한다는 건 대단히 중요하다 생각한다.

    ▶ 여수에 만나러 갔을 때도 어느 커플이 등대 앞에서 사진 찍고 있자, 쟤들 뭐하냐고 들어가서 하기도 바쁜 시간에(웃음)라고 했는데. 그럼 폭력은?
    = 폭력은 곤란한 거 같고.

    ▶ 생각이 달라진 건가.
    = 아니, 그건 같은데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이 아니라 만화라고. 개인적으로 영화관에서 영화 보는 커플이라던가 여행다니는 커플보면 되게 안타깝기도 하다. 이 귀한 시간에 왜 저러고 있나. 여러분들 섹스를 많이 하셨으면 좋겠다. 그런 시간을 확보하고. 제가 올해 마흔 중반이 됐는데, 이상한 얘기지만 먹고사는 데 바쁘면 섹스할 시간이 없다. 이게 참 폭력적인 상황이다. 곤란하다. 섹스할 시간을 달라.

    ▶ 만화 보면 여자 캐릭터 다 예쁘다. 특히 굵은 허벅지와 골반부터 허벅지까지 라인. 언젠가 여자를 잘 그리는 게 중요하다 했는데, 그릴 때 공을 많이 들이는 편인가.
    = 출판 시절에 여자 캐릭터를 예쁘게 잘 그리는 사람은 만화가들 모임에서 우월한 게 있었다. 작품이 안 팔려도 우월해지고 동경을 받는 무언가랄까. 여자를 예쁘게 잘 그리는 건 대단한 강점이다. 여자를 예쁘게 그리는 남자 작가는 모든 걸 다 그릴 수 있다.(웃음)

    덴마에 등장하는 여자 캐릭터들은 허벅지가….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네이버 웹툰 덴마 41화 캡처)
    ▶ 만화가가 되기 위해서 어떤 재능이 있어야 하는가.
    = 재능이 꼭 필요한 건 아니다. 재능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지만. 만화라는 작업은 소설과 비슷하다. 시는 노력한다고 해서 잘 쓰는 게 아니다. 신이 옆에서 시성을 줘야 하는 것인데. 그렇다고 소설가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고되게 반복되는 훈련을 통해 길러질 수 있다. 만화도 꾸준히 관심 갖고, 사회생활 문제 없다면, 시간이 지나면 다 채워지는 것 같다. 여기에 만화가 지망하는 분이 있다면 당장 1~2년이라는 가까운 미래에 안 되는 것을 답답해하지 마시고 꾸준히 하면 되는 것 같다고 말해주고 싶다.

    ▶ 지금 여수에서 공부방을 운영 중이던데.
    = 내가 아니고 집사람이. 집사람이 딸 친구들 만들어주려고 공부방 만들어 교육한다. 서울에서 작가를 모셔와 한 달에 두 번 글 쓰는 수업을 하고, 팟캐스트에서 역사 기행 하시는 분 모셔와서 한 달에 한 번씩 수업도 한다.

    만화를 그리다 보니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글쓰기 훈련을 못 받았는데, 자기 생각을 글로 옮겨서 누군가 설득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아이들이 글을 한 달에 두 번 쓰는 게 괄목상대하는 게 보인다.

    ▶ 나도 공방에 가서 만학도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을까.
    = 시작점이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떤 얘기를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작가 중에 40~50살에 처녀작을 내는 분도 있다. 가슴 속 이야기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만화를 선택하는 것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만화가에 대해 사람들이 신기해하고 좋하한다. 가슴 속에 하고픈 얘기 있다면 조금씩 연습해라.

    ▶ 가슴 속에 하고 싶은 이야기랑 만화가가 되는 건 별개인 것 같은데.
    = 만화가 수단으로 괜찮다는 거다. 글 실력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거고. 그림으로 캐릭터를 만들어 놓으면 나중에 활용 가치가 높다. 만화는 이해가 아니라 외우는 거기 때문에 꾸준히 낙서하면 필력이 쌓인다.

    대한민국 최고의 작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우일 작가인데, 집에 그리스 로마 신화의 주인공들을 그린 달력이 있다. 그런 일러스트의 경우 정말로 경외감 같은 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런데 본인은 아무 생각 없이 그린 거다. 그게 쌓이면 그렇게 되더라. 여기에 이야기가 있으신 분들이 있다면 꾸준히 그리는 것을 반복하면 만화가가 될 수 있다.

    ▶ 그러면 만화가가 되기 위해 이것만은 하지 말아라 하는 건 없나. 어릴 때 어느 그림에 종이를 덧대고 따라 그리기도 했는데. 이건 플러스가 되나 마이너스가 되나.
    = 그건 안 된다. 그건 펜이 연습하는 거지 내 손이 연습하는 게 아니다. 우선 만화가가 되고 싶다면 만화책을 많이 보지 마라.

    종종 만화가 되고 싶다고 여수까지 찾아오는 경우 있는데. 만화가가 되고 싶은 건지 만화를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더라. 만화가가 되려면 남의 얘기에 귀 기울일 필요 없다. 자기 스타일 대로 해라. 만화는 형태에 대해 열려 있다. 특히 지금의 만화 담당자들은 대단히 엘리트이고 시선도 객관적이다. 그러니 내가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재미만 있으면 된다.

    물론 소문난 만화 잘된 만화와 같이 봐야 하는 만화도 있다. 그런 것까지 보지 말라는 게 아니다. 내 얘기는 만화를 보는 데 시간을 쏟지 말라는 거다. 시각 자료 이런 것도 많이 보는 걸 권하고 싶지 않다. 안 좋은 훈련이다. 차라리 활자로 된 것, 라디오가 상상력 자극하듯이 글로 상상력을 자극해라.

    내가 이런 말 하면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그림 안 보는 게 도움이 될까요?"라고 묻는데, 된다.

    ▶ 그러면 하나만 집중해서 여러 번 보는 건 괜찮나.
    = 간혹 보면 평론가가 해야 할 역할을 신나게 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건 개인 취향이지만 사실 개인적으로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분석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접근이다. 사람을 분석하면 물 몇%, 뭐 몇% 이렇게 되는데, 사실 중요한 건 체화다. 그래서 섹스가 중요하다.

    ▶ 왜 갑자기 얘기가 그렇게 (섹스로) 마무리되나.
    = 모르겠다. 취향인 듯.

    ▶ 자, 이제 모두가 제일 궁금해 하는 거 묻겠다. 도대체 언제…
    = (질문도 끝나기 전에 먼저 대답) 올해 상반기 중으로 최대한 빨리 재개하겠다. 생각보다 의외로 휴재 시간이 길어졌다. 돌이켜 보니 벌써 몇개월 된 느낌인데,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갈 줄은 몰랐다. 네이버 웹툰 담당자 분도 당황하시고, 사랑하시던 분들도 독하게 말씀하시는데, 어서 난국을 풀어야 한다. 일단 완결을 목표로, 부지런히 작업해 놓고 예쁘게 마지막 장면을 맞도록 하겠다.

    팬들과의 대화 후 싸인회를 진행 중인 양영순 작가. (사진 제공=네오북스)
    <팬과 양영순 작가의 대화>

    ▶ 1년 반에서 2년 안에 엔딩한다는 목표 지킬 수 있나.
    = 목표이다. 목표. 꼭 그렇게 하겠다는 건 아니고. 어쩌면 2년 반에서 3년 될 수도 있다. 여지를 둬야지. 지금 이게 어떤 느낌이냐면, 갑자기 기차가 멈춘 느낌이랄까. 다시 연재하려니 쉽지가 않더라.

    ▶ 덴마가 있는 곳이 8우주인데, 최대 몇 우주까지 생각하고 있나?
    = 구체적으로 갯수를 생각한 적은 없다. 12개 정도 생각하다가 적당히 8우주로 설정했다. 사실 즉흥적인 부분도 많다. 덴마 보시면 느끼겠지만 그때 그때 즉흥적인 부분도 있고, 나중에 책임지려 하니 이야기가 길어진 부분도 있다.

    ▶ 떡밥 회수도 잘하시던데.
    = 덴마를 진지하게 봐 주시니 그런 재미를 느껴주시는 거 같은데. 사실 떡밥 회수는 크게 어렵지 않더라.

    ▶ 굳이 주 3회로 연재하는 이유가 있나.
    =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고, 새로운 원고가 있어서 이 정도야 껌이지 했는데. 그리고 주 6회 연재도 한 적이 있어서 그거에 비하면 절반이니까라고 생각했는데, 꽁트 만화랑 연결된 만화는 다르더라.

    ▶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 그림 그리는 걸 시작할 때 우주해적 코브라라는 만화가 있었다. 해적판으로 봤었다. 덴마에 나오는 부스트 건도 거기서 따온 거다. 그 만화 보면서 중학교 때 이런 만화 그려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정도로 몰입한 경험은 지금도 없다. 그 이후 훌륭한 타이틀 너무 많다.

    ▶ 앞으로 웹툰 전망을 어떻게 보나.
    = 정확히 말하면 만화는 탄생 이후 호황기가 없었고 안정적인 공간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늘 인기 작가 나왔고, 그 인기 통해 안정적인 생활 하는 분도 나왔다. 전망이란 것은 작가들이 개척해 나가는 영역이라 생각한다. 막연하게 '안정적이다 좋다'고 생각하고 뛰어들면 힘들 거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냥 하는 거다. 그러다 밥이 되면 좋은 거지. 순수한 마음으로 하면 의외로 좋은 결과 나오기도 한다.

    ▶ <철견무적>을 웹툰으로 공개할 계획은 없나. 그리고 덴마 초반에 라미 뒷통수와 등을 봤었다. 그래서 설마 야와가 라미인가 생각었다. 이브가 첫 에피인데 연결 안 했다는 건 어폐가.
    = 그게 말이지. 처음에 캐릭터를 그려서 원고를 보냈는데, 돌아서 보니 뒷통수가 누구를 닮은 거다. 그러니까 내가 게으른 작가 편에 속해서 그리는 타입의 유형이 얼마 안 된다. 마냥 그려 놓으면 손에 익는 경우가 있다. 나중에 보면 어디서 본 것 같고, 그래서 자세히 보니 라미더라. 그래서 '앗싸' 하고 연결을 시켰다. 그렇게 하나 연결되고 자신감이 붙었다. 그때부터 미안했던 캐릭터들을 소환해내기 시작했다. 마치 아주 오랫동안 준비해 놓은 것처럼. (웃음)

    아 그리고 철견무적은 원고가 없다. 안 그래도 철견무적이 덴마에 나왔을 때 담당자가 다시 하자고 그러더라. 일단 원고 찾아보고 있으면 단행본 낼 때 따로 집어넣겠다.

    90년대 후반 모 만화잡지에 연재하다 중단된 '철견무적'의 캐릭터를 2014년 연재하는 덴마와 접목시켜 팬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장면. 이후 08년 야후에서 연재한 웹툰 '라미레코드'까지 연결했다. 마치 이 모든 것을 처음부터 계획했던 것마냥. (네이버 웹툰 덴마 2-183화 캡처)
    ▶ 덴마를 게임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은 없나?
    = 예전에 게임 회사에서 오셔서 계약서까지 준비해서 싸인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네이버 웹툰 김준구 부장이 보더니 하루만 참으라고. 그래서 네이버에서 가져가서 이차저차 정보 확인하고, 나는 진행되는 줄 알았는데, 아직 안 되고 있더라. 뭐 그런 제안 다시 오면 나야 좋지. 혹시 게임 제작자? (그렇다) 최근 네이버에 콘텐츠 관련한 팀이 생겨서 작가들 수익 사업을 봐주기도 하는데, 거기 연락해 봐라. 010-XX (웃음). 이따 따로 알려줄게.

    ▶ 덴마 캐릭터 보면 '야와'. '롯' 등 성경 이름을 따오던데.
    = 아, 그거는… 혹시 경전을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 없나. 성경을 완독한다던가. 내가 그때 때마침 성경을 보고 있는데, 이름이 많이 나오더라 그래서 나중에 써먹어야지 적어뒀다가 무작위로 붙여서 썼다. 종교적인 의미나 그런 세계관이 있는 건 아니다.

    ▶ 작품들 보면 책을 많이 읽는 것 같던데. 성경도 그렇고 다른 종교에 대해서도 그렇고.과학 지식도 있는 것 같고. 평소에 책 얼마나 읽으시는지 인상 깊은 책 여쭤보고 싶고.
    = 책은 습작하던 시기에 많이 읽었다. 데뷔 전에 부담을 갖고 있었다. 시각디자인 공부했는데 제일기획서 3일 아르바이트를 했다. 광고 회사에서 기반을 마련한 뒤 작가 데뷔할 생각이었는데. 사람이 할(내가 할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이틀밤 새고 열시간 잔 것 같은 사람인 양 해야 하더라. 그 당시 '프로는 아름답다'는 유행어가 휩쓸던 때다. 나는 그렇게 못 살겠더라. 그래서 광고 안 하고 도서관에서 전집류를 읽었다. 사실 그 이후로는 독서 한 게 없다. 책 봐야 하는데.

    ▶ 평소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 정해진 건 없다. 연재 때는 어떻게 하루가 가는지 모르겠다. 체력적으로 힘들더라. 연재 때는 스케줄 잡고 생활하기는 어렵다. 휴재하면서 운동하고 있다. 주짓수.

    ▶ 덴마 섬네일을 바꿀 생각은 없나.
    = 안 그래도 채색 도와주는 홍승희 양이 몇 년 전부터 얘기했다. 연재 재개하면서 바꾸도록 노력할게. 근데 마감 끝나고 나면 기운 빠져서 그런 생각할 시간이 없다.

    ▶ 글 쓰다 보면 내가 쓴 글이 이미 나온 것 같고 나도 모르게 복제하는 경우도 있고. 그러다 슬럼프에 빠져서 다시 바꾸는 경험이 있는데 혹시 그런 경험 없나.
    = 그건 자연스러운 거다. 지구라는 게 하나의 의식체라서 누군가 어떤 아이디어 꺼내면 어디선가 다른 누군가도 똑같은 생각하고 있다. 그런 건 다반사이다. 먼저 빨리 잘 내는 게 중요하지.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없다지 않나.

    얼마 전에 영화 트랜센던스 보고 놀랐다. 덴마가 먼저 나와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 영화 트랜센던스는 덴마 에피소드 'God's Lover'유사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 덴마 연재 초기에는 단편으로 하다가 어느 시점부터 장편으로 바뀌었다. 계기나 이유가 있나.
    = 체력이 바닥나서 그렇다. 짧은 이야기라는 건 매회 만드는 건데, 업하다 지치다 보면 설명이 들어가고, 좀 늘여서 끄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빨리 야지 하는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데.

    ▶ 자의든 타의든, 연재 중단이라는 악명을 갖고 있는데. 다른 작가는 중단된 작품 재개하는 경우도 있더라. 재개할 생각 없나.
    = 자의든 타의든 중단되면 진이 빠진다고나 할까. 쉽지 않더라고.

    ▶ 베댓(베스트 댓글의 준말) 보나.
    = 베댓 본다. 매번 다 보지는 못하고, 어떤 때는 처음부터 다 본다. 댓글 중에는 스토리를 예측하는 경우도 있는데, 보면서 '그건 당신 생각이야'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그렇게 가려고 했다가 댓글 보고 '그래?' 하며 바꾸는 경우도 있다. 그 덕분에 의도와 달리 오히려 이야기가 잘된 느낌도 있다. 그런데 요즘은 깜짝 놀란다. 글의 논리가 대단하다. 이런 양반을 독자로 만나야 한다는 게 공황장애가 올 것 같다. 독자가 늘 위에 있어서 지켜보는 시선에 치부까지 드러나는 느낌도 든다.

    ▶ 덴마에서 좋아하는 캐릭터는.
    = (침묵) (고민) (침묵) 민지입니다.

    ▶ 덴마 완결 시점이 1년 반에서 2년이라고 했는데. 그동안 나온 얘기들 다 정리하는 건지 아니면 메인 스토리만 풀어내는지.
    = 다 얘기 못한다. 주무부장이 부탁 아닌 부탁 한 게 있는데 우선 덴마가 잘 마무리된다는 전제하에 <철견무적>을 시리즈로 마무리하자고 했다.

    사실은 <철견무적> 연재 중단 되고 국내에서 만화 그리는 게 어렵지 않을까 싶어서 미국 마블사 이런 데 취직하려고 학원 간 적 있다. 갔더니 눈이 파란 애들이 그림만 그리고 있더라. 이 중 잘하는 애들이 마블이나 디씨로 가는 건데, 거기서 내게 그러더라 "너같은 동양인이 미국에 오려면 컴퓨터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있거나 핵무기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또 서양인에게 일본만화가 충격이었는 해답은 너희에게 있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얘기가 다른 데로 갔는데, <철견무적> 아비가일의 양팔이나 캐릭터 머리는 무슨 'A8'이인가 'V8'인가 이런 만화 로봇과 거의 비슷핟. 그걸 나중에 알고 연재가 중단되길 잘됐다고 생각했다. 안 그랬으면 저작권 문제가….

    <철견무적> 시작할 때 철을 양팔에 지고 생존한다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만들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 덴마 하면서 베이스가 깔리는 것 같더라. '이 정도로 구라치면 되는구나' 하고. 그때 본 캐릭터 이미지가 있어서 바꾸려고 한다. 마무리를 지어야지.

    다른 작품은 모른 척하고 싶은데 <철견무적>은 이상하게도 발목에 족쇄처럼 끌고다니는 느낌이랄까. 풀지 않으면 계속 무게에 걸리는 느낌이다. 작가 본인이 철을 끌고 다니는. 이걸 풀려면 연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 연재 지각할 때마다 느낌이 어떤가.
    = (갑자기 땀을 뻘뻘 흘리더니 손으로 컵을 테이블 끝으로 밀며) 이런 느낌이다. 끝까지 밀려나는 느낌. 이거 연재 못 하면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느낌이지. 부담이 되면 열심히 달라붙어야 하는데, 마감 압박에 짓눌려서 도망다니는 거 같다. 그런데 더 이상은 도망갈 데가 없다.

    ▶ 덴마 팬카페에는 가입했나.
    = 안 돼 있을 거다. 가입하면 마감 못할 것 같다. 뭔가 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생겨가지고. 가입한 그분들께는 죄송하다. 덴마 마무리 되고 들어갈게. 나머지 차기작 스케치 이런 것도 팬카페에 남기겠다. 늘 부담을 갖고 있다. 내가 철면피는 아니다. 보고는 있는데 어떻게 시작을 못 하겠다.

    ▶ 올해 상반기 중에 찾아 뵙겠다고 짤막한 에피소드 하나 그리면 안 되나.
    = 담당자에게 얘기해 보겠다. 당연히 기다리는 분에 대한 기본적이고도 상식적인 예의인데도 불구하고 못한 것 같다.

    *친절하게 기사 한 줄 요약.
    덴마는 올해 상반기부터 연재. 믓시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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