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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 '원세훈 법정구속' 검찰은 왜 깜짝 놀랐나?



법조

    [Why뉴스] '원세훈 법정구속' 검찰은 왜 깜짝 놀랐나?

    검찰관계자 "뭐 저런 판사가 다 있나?" 불만 쏟아내기도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법 위반에 이어 공직선거법 위반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원 전 원장 본인은 물론 검찰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고, 검찰 내부에서는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일부 검찰 고위층에서는 법원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고 한다. 검찰이 수사를 해서 죄가 있다고 판단해 기소를 했고 유죄를 받아냈으니 당연하다거나 환영하는 반응이 나와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인 셈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원세훈 법정구속' 검찰은 왜 깜짝 놀랐나?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9일 오후 항소심 선고 공판 출석을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법정구속 전혀 예상하지 못했나?

    = 그렇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본인은 물론이고 검찰이나 법조취재기자들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원 전 원장은 재판 하루 전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이 내려질 경우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충돌에 대비해 법원에 신변보호를 요청한 상태였다. 경찰 1개 중대가 법원에 파견돼 원 전 원장을 보호하기까지 했다.

    원 전 원장의 변호인은 기자들에게 "재판 후 법원 1층 입구의 포토라인 앞에서 짧게 한 마디 할 테니 재판 들어갈 때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법정구속은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원 전 원장은 재판장이 선거법 위반 부분에 대해 유죄 취지를 설명하자 표정이 점점 굳어졌고, 재판장이 법정 구속을 명령하면서 "마지막 의견을 말하라"고 하자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원 전 원장의 옷차림이나 법정에 출석할 때의 태도도 상당히 여유 있었다. 이미 무죄가 확정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처럼 재기의 꿈을 꿨는지도 모를 일이다.

    ▶ 검찰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얘기냐?

    = 검찰수뇌부도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일이었다. 법정구속은 고사하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자체가 유죄판결을 받을 것이라는 것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재판결과를 전해들은 뒤 "뭐 저런 판사가 다 있나?"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고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서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1심 판결에서 국정원법 위반혐의는 유죄로 인정했지만 공직선거법 위반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만큼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는 얘기다.

    (자료사진)

     

    ▶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검찰은 왜 깜짝 놀랐다는 거냐?

    =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법정구속에 대해 검찰이 깜짝 놀란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미 1심 재판부가 공직선거법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데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검찰에서는 당연히 선거법 위반 부분은 무죄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다.

    두 번째는 공직선거법 위반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법무부와 일부 검찰수뇌부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사실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에 있었던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채동욱 검찰총장의 갈등이 바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왼쪽), 채동욱 전 검찰총장 (자료사진)

     

    황교안 장관이 법률가의 양심을 거론하며 공직선거법 위반혐의 기소에 반대하자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사퇴의 배수진을 치면서 구속영장 청구가 아닌 불구속 기소로 타협했지만 그 후과는 컸다.

    결국 채동욱 전 총장이 뜬금없는 '혼외자 논란'으로 총장직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당했던 것이다. 그런데 법원에서 황 장관이 아닌 채 전 총장의 손을 들어줌으로서 황 장관은 정권의 바람막이였고 채 전 총장은 검찰권을 정당하게 행사한 결과가 인정되는 것이다.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민정수석실의 한 관계자는 "채 전 총장은 이른바 '역린을 건드린 것이었다'고 말했는데 검찰이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이 박근혜 대통령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세 번째는 앞으로 이 판결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법정구속되자 일부 정치인과 SNS에서는 선거무효 또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주장하거나 조기 대선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쏟아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확산되거나 국민적인 공감을 얻고 있는 건 아니지만 검찰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여기에 국정원 대선개입의혹 수사에 관여한 검사들은 줄줄이 좌천되고 불이익을 받았지만 민감한 수사를 방해한 관련자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점도 검찰에 불어 닥칠 후폭풍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공직자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최종 확정되면 검찰은 청와대의 눈치를 본 정권의 나팔수, 권력의 앞잡이 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 아직은 최종 확정된 건 아니지 않나? 대법원 판결은 어떻게 될까?

    = 법원의 판결을 미리 예상한다는 게 바람직한 일은 분명 아니다. 그렇지만 1심과 항소심의 판결이 큰 차이가 나는 만큼 대법원의 판결에 관심이 집중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개입했느냐 여부이다. 1심은 정치에 관여는 했지만 선거에는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좁게 해석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해석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특히 국정원 심리전단의 댓글이 2012년 8월 20일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선출된 뒤 급증하는 점에 주목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선거개입이 이뤄진 것으로 본 근거다.

    (그래프=서울고등법원 제공)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의 행위는 헌법이 요구하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외면한 채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대의 민주주의 정신을 훼손했다는 근본적인 비난을 피할 수 없다"며 "국정원의 소중한 기능 중 일부를 사실상 정치적 반대를 위해 활용하고 그 활동을 독려했다는 점에서 궁극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증거능력의 문제이다. 1심은 선거에 개입한 트위터 계정을 175개로 한정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시큐리티 파일'의 증거능력 인정하면서 트위터 계정이 716개로 늘어난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유죄로 판단한 근거 (표=서울고등법원 제공)

     

    ('시큐리티 파일'은 검찰이 심리전단 김 아무개 직원의 이메일 압수수색에서 찾아낸 텍스트 파일로 여기에는 트위터 활동을 전담한 안보5팀 팀원들이 사용한 트위터 계정 정보와 주요 이슈, 논지 등이 담겨 있다)

    그 결과 1심에서는 정치 관련 글 찬반클릭 1,214회와 정치관련 댓글이나 게시글 2,125회
    정치관련 트윗 글 113,621회만 유죄로 인정했지만 항소심에서는 선거관련 찬반클릭 1,057회와 선거관련 댓글 101회 선거관련 136,017건의 트윗글과 정치 선거관련 274,800회 등을 유죄로 인정했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상고심에서는 원세훈 전 원장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개입 여부와 증거능력 부분이 핵심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판은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판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맡느냐에 따라 판결이 달라질 수도 있는 건가?

    =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그렇지만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되는 소부가 맡느냐 아니면 전원합의체로 가느냐 도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대법원 내부에서도 전원합의체로 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일 경우 전원합의체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원세훈 변호인단은 상고할 것이 확실하니까 일단 대법원에서 소부에 배당을 한 뒤 재판관 4명이 전원합의체로 넘기기로 합의하거나 아니면 판결에 대해 재판관 4명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전원재판부로 가기도 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일단 주심대법관이 기록을 본 뒤 전원합의체로 갈 것인지 여부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면 다른 대법관들이나 대법원장이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 대법원 판결의 보수화 경향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은 "최근 쌍용차 판결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판결 등을 예로 들면서 대법원의 구성이 매우 보수화 되어 있다고 판단한다"며 "이번 원세훈 판결은 지극히 당연한 상식적인 판결이지만 대법원에서 정말 향배를 알기 어렵다, 오히려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 라고 말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에 "너무 당연한 판결인데, 기뻐해야 하다니! 김상환 부장에 대한 얼토당토 않는 비방을 예상해야 하다니! 이 판결이 대법원에 의해 파기될까 염려해야 하다니!"라는 글을 올렸다.

    한 중견법조인은 "이번 재판의 파장이 커지면 대법원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정치적인 파장이 적정선을 유지하면 항소심 판결이 유지 될 수 있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상황이 바뀔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법원의 한 중견 법관은 "전원합의체로 간다고 반드시 결과가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이석기 전 의원 사건도 전원재판부로 갔지만 항소심 판결이 파기되지 않고 유지됐다"고 말했다.

    ▶ 정치권 일각이나 SNS 등에서는 '선거무효'라는 주장이 나오는데?

    = 야당에서는 그 부분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국정원대책 특위위원인 박범계 의원은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다시는 우리나라에 이와 같은 공무원 특히 국가기관조직에 의한 조직적 선거개입 범죄가 없도록 하는 그러한 교훈을 주는 판결로 평가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번 판결을 시작으로 하는 추가소송이나 이런 것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얘기냐?라는 질문에 "아직 대법원 상고심이 남아 있다"면서 "지금 저희들은 지극히 당연한 사필귀정의 판결, 비정상이 정상화 된 것으로 환영을 하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당 차원의 추가적인 액션이나 이런 것들을 고려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박 의원은 '대법원에서도 유죄가 확정된다면'이라는 가정한 질문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생각임을 전제로 "앞으로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하나의 귀감, 경계 그러한 차원의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응대했다.

    박 의원은 특히 정관용 앵커가 "예를 들어 선거 무효소송, 이런 것들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는 얘기냐의 질문에 "당 차원에서는 사실 문재인 지금 당 대표가 당사자고 선거에 유·무효에 관해서 이의가 없다고 분명히 얘기를 했다"는 점을 상기 시킨 뒤 "당 차원에서 어떤 대응이나 이런 것은 아직은 고려해 본 적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국정원 댓글 논란을 '터무니없는 모략이라면 문재인 후보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 이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박 대통령이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으로 유무형의 득을 본 이상 국정원의 국기문란 행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며 "섣부른 판단으로 야당 후보를 비난한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 국정원 수사팀 검사들의 명예는 회복되는 건가?

    = 당연한 일을 했으니 회복되어야 하지 않겠나?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재판결과를 본 뒤 "내가 안 할 일을 한 것이 아니라 할 일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로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당시 수사팀으로서는 있는 그대로를 수사했는데 그 자체가 평가 받았다는 점에서 명예를 회복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얘기다. 검사로서의 본분을 다했지만 온갖 비난과 멸시와 공격을 받았는데 항소심에서 유죄가 인정됐으니 그나마 명예를 회복했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실질적인 명예회복은 아직 요원하다고 봐야 한다. 검찰 내부에서는 채동욱 검찰총장 재직 당시에도 선거법 위반을 왜 건드리느냐는 불만과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청와대의 눈치를 본다면 절대 할 수없는 수사였기 때문이다.

    윤석렬 전 특별수사팀장.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특히 황교안 법무장관이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서면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특별수사팀은 사사건건 수사에 방해를 받았고 이 때문에 결국 수사팀은 와해됐고 윤석렬 팀장과 박형철 부팀장은 고등검찰청으로 좌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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