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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그날 공무원은 살해됐을까"



법조

    [단독] "그날 공무원은 살해됐을까"

    9년 만의 진실 다툼…"사망 보험금 노린 모자 살인극" vs "단순 교통사망사고"

     

    어머니와 아들은 억울한 살인 누명을 쓰고 법정에 선 것일까, 아니면 평범한 가장이었던 공무원이 아내와 아들에 의해 억울하게 살해당한 것일까.

    9년 전 숨진 한 공무원의 사망경위를 밝히는 재판이 판결을 앞두고 있다.

    살인 혐의를 받고 법정에 선 이들은 숨진 공무원의 부인과 아들. 이 사건은 초기에 추돌사고로 인한 단순 사망사고로 처리됐지만, 모자(母子)가 거액의 사망 보험금을 노리고 벌인 살인극 의혹으로 몸집을 키웠다.

    숨진 공무원에 대해 갑자기 늘어난 보험 가입 건수와 모자가 수령한 거액의 사망 보험금, 상식적이지 않은 교통사망사고 정황과 사고에 관계된 내연남의 자백 등 석연치 않은 구석에 주목한 수사기관이 사건을 들춰낸 것이다.

    모자(母子)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검찰은 이들에게 각각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 크리스마스의 악몽

    2006년 12월 25일 밤 9시께 전북 정읍시 칠보면 칠보삼거리. 정읍시청 공무원 김모(당시 54) 씨는 둘째아들(당시 28)이 운전하는 SUV 차량 조수석에 앉아 있었고 뒷좌석에는 부인 백모(당시 51) 씨가 타 있었다.

    이들은 둘째 며느리가 몸이 좋지 않다며 정읍의 한 병원에 입원하자 병문안을 한 뒤 가족끼리 식사하러 가던 중이었다.

    가족이 탄 SUV 차량은 칠보삼거리에 들어서 신호대기 중이던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추돌사고 였고, 김 씨는 숨졌다. SUV차량 조수석 쪽 앞 유리와 룸미러에는 김 씨가 머리를 부딪친 흔적이 남았다.

    사건은 교통사고에 따른 단순 사망사고로 처리됐고 부검은 없었다. 부인 백 씨 등은 김 씨의 시신을 서둘러 화장했으며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되는 듯 했다.

    ◇ 수상한 사고, 법정에 선 모자

    그런데 이상한 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추돌사고 피해차량 운전자는 공교롭게도 백 씨의 내연남 A 씨였다. 경찰조사에서 A 씨는 백 씨가 남편을 살해한 뒤 보험금과 퇴직금을 나눠 갖자는 제안을 했고, 당시 형편이 궁해서 제안에 응했다고 털어놨다. 또 2005년부터 김 씨 명의로 가입된 보험이 14개인 것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도로교통안전공단이 분석한 추돌당시 SUV 차량의 속도는 시속 37.63㎞에 불과했다. 김 씨가 머리를 부딪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 앞 유리는 금이 갔지만 혈흔이나 머리카락, 피부조직은 검출되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김 씨의 사체 사진을 근거로 머리에 상처가 있지만 사망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인 손상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사망 뒤 피가 머물면서 사체에 생기는 시반 역시 의심스럽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왔다. 교통사고 1시간 30분 뒤 촬영된 김 씨의 사체 사진에서 발견된 시반은 사망 3시간 뒤쯤 나타나는 수준으로 선명하다는 게 법의학자들의 해석이었다.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잇따르자 경찰 수사가 진행됐다. 결국 모자는 3억7천여만 원의 보험금을 허위로 타낸 혐의(사기)로 기소됐고, 각각 구속됐다.

    재판부는 "김 씨가 다른 원인에 의해 사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교통사고로 인하여 사망한 것처럼 가장하여 계획적으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후 거액의 보험금을 편취해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 누가 억울한 것일까

    지난해 말 전주지검 정읍지청은 숨진 김 씨의 부인 백 씨를 살인 혐의, 둘째아들을 존속살해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보험사기 사건의 판결문 속 '김 씨가 다른 원인에 의해 사망하였음에도'라는 것처럼 모호한 사망원인을 명확히 하려고 소를 제기한 것이다.

    {RELNEWS:right}지난달 21일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형사합의부(재판장 박현)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모자에 대해 각각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살인을 저지르고 이를 은폐하려 했으며 법정에서도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죄질이 좋지 않아 사회에서 격리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둘째 아들은 최후진술을 통해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범행이 사실이라면) 하늘의 천벌을 받을 것이다”며 “진실이 왜곡되지 않게, 너무 억울한 누명을 쓴 저희 모자를 살려 달라”고 눈물로 무죄를 주장했다.

    백 씨 역시 “남편은 그날 분명 사고로 숨졌는데 너무 억울하고 슬프다”며 “남편 잃고 자식마저 잘못되면 저는 어떻게 살아가겠느냐”고 눈시울을 붉혔다.

    김 씨가 억울하게 살해당했을까, 아니면 모자가 억울한 누명을 쓴 것일까. 선고공판은 오는 4일 전주지법 정읍지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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