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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많은 사람이 양보해야죠"…바둑의 순리



문화 일반

    "집 많은 사람이 양보해야죠"…바둑의 순리

    [변이철의 검색어 트렌드 11] 바둑

     

    [CBS 라디오 '뉴스로 여는 아침 김덕기입니다']

    ■ 방 송 : FM 98.1 (06:00~07:00)
    ■ 방송일 : 2015년 1월 22일 (목) 오전 6:38-47(9분간)
    ■ 진 행 : 김덕기 앵커
    ■ 출 연 : 변이철 (CBS 노컷뉴스 문화연예팀장)


    ▶ 오늘은 어떤 키워드를 가지고 오셨나요?

    =. 예 한국 바둑계가 드라마 미생 등의 영향으로 새해를 맞아 활기를 띠고 있는데요. 오늘은 ‘바둑’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까 합니다.

    바둑에 푹 빠진 초등학생 이야기부터 ‘장그래’같은 바둑연구생의 24시, 또 여성 프로바둑기사로 사는 법과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바둑 격언 등을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 그럼 바둑과 초등학생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 예, 제가 지난주에 취재를 위해 경기도 부천의 한 바둑교실을 찾았는데요.

    원장은 “드라마 미생 등의 영향으로 바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초등학생 수강생들도 지난해 겨울방학보다 15~20%가량 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어린이들이 바둑을 두면 사고력과 인내심이 향상되고 게임 중독도 막을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유희철(9) 군이 충암바둑도장에서 겨울방학을 맞아 바둑공부에 매진하고 있다.(윤성호 기자)

     

    ▶ 초등학생들이 바둑을 두는 모습... 생각만 해도 귀여운데요?

    =. 귀엽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비록 고사리 손으로 바둑돌을 놓지만 표정은 제법 심각했습니다.

    '방과후학교'나 '어린이 바둑교실' 수준에 더는 만족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은 전문적인 바둑 도장을 찾기도 합니다.

    서울 충암바둑도장에서 만난 홍은초등학교 2학년 유희철(9) 군도 바로 그런 경우인데요. 벌써 아마 3단입니다. "바둑이 너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 올해부터 소년체육대회 정식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도 아주 높다고 하죠?

    =. 그렇습니다. 꿈나무들에게는 아주 '희소식'인데요. 대한체육회는 오는 27일 이사회를 열어 이 문제를 최종 매듭지을 예정입니다.

    바둑이 스포츠로 인정돼 체육대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 바둑 꿈나무들이 특기생으로 진학할 길이 열려 바둑 공부에 더욱 매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드라마 ‘미생’에서는 장그래가 바둑연구생 출신으로 나오는데... 실제 바둑연구생의 세계는 어떤지 궁금하네요?

    =. 취재를 해보니까 ‘정말 피를 말리는 삶의 연속이다’... 이렇게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둑연구생은 목표는 다 똑같습니다. ‘프로 입단’입니다. 현재 연구생은 모두 132명인데 입단 기회는 매년 단 2명에게만 주어집니다.

    그런데 나이 제한도 있어서 그나마 18세까지 입단하지 못하면 연구생 자격도 박탈당합니다.

    연구생이 되기도 쉽지 않은데요. 연구생은 매년 4차례의 '선발전'을 거쳐 대회마다 20명씩 뽑는데 이 경쟁률도 약 5대1에 달한다고 합니다.

    바둑연구생 한상조(16) 군.

     

    ▶ 그럼 연구생들은 프로 기사가 되기 위해 이런 생활을 몇 년이나 하는 겁니까?

    =. 연구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김대용(31) 프로 5단은 "연구생들은 주말도 없이 5년 이상 바둑공부에만 매달려도 이 가운데 극히 일부만 프로에 입문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역시 서울 충암바둑도장에서 바둑연구생인 16살 한상조 군을 만났는데요. 3년전 대전에서 서울로 바둑유학을 올라와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침 7시에 기상해 밤 10시에 잠자리에 누울 때까지 오로지 바둑 공부에만 매진하고 있는데요. 프로 입단 준비를 위해 올해 고교 진학도 포기하고 대신 검정고시를 보겠다고 말하더군요.

    드라마 '미생'을 봤냐고 물었더니 “미생은 재밌지만 장그래처럼 되기는 싫다”가 대답이었습니다.

    연구생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프로기사가 되기 위해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는 매우 고통스런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겁니다.

    ▶ 가끔 TV를 보면 여성 프로기사들이 나아서 경기를 중계하던데... 여성 프로기사들은 몇 명이나 되나요?

    =. 예 우리나라의 프로 기사들은 약 300여명인데 그 가운데 여성 프로기사는 53명입니다. 약 1/6수준이죠.

    그리고 현재 프로기사회 회장을 맡고 있는 34살 김효정 프로 2단도 여성입니다. 저도 만나서 인터뷰를 했는데요. '프로바둑기사는 여성으로서 최고의 직업'이라며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더군요.

    서울디지털대학교(SDU)에서 교양바둑 강사를 맡고 있는 김효정 프로기사회장이 12일 오후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 ‘프로기사가 여성으로서 최고의 직업이다’...어떤 이유에서 그렇죠?

    =. 희소성이 있고 활동이 자유롭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여성 프로기사들은 일 년에 단 2명만 배출됩니다.

    또 전문직인 만큼 결혼 후에도 대회 출전이나 대국 해설이나 중계 등 방송활동, 바둑 강의, 저술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죠.

    특히 여성 프로기사들은 '금녀의 집'인 군대와 교도소에 대한 바둑 보급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큰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 스포츠계에서는 허정무 전 국가대표 감독도 바둑의 고수라면서요?

    =. 그렇습니다. 아마추어 4단인 걸로 알고 있는데요.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바둑 격언은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라고 해서 화제가 됐습니다.

    제아무리 공격이 화려해도 수비가 먼저 뚫려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입니다. 허 감독의 축구 스타일이 화려함 대신 내실과 안정감을 중시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아생연후살타가 먹혔던 걸까요? 허정무 감독이 이끈 월드컵대표팀은 아르헨티나, 그리스, 나이지리아 등 강팀들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결국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이뤄냈죠.

    한국기원 박치문 부총재가 한국기원의 주요사업과 바둑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윤성호기자

     

    ▶ 그러면 ‘바둑’이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 예 저는 최근에 박치문 한국기원 부총재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요. 이 분이 신문사에서 39년 동안 바둑해설을 쓰신 분입니다. 이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바둑은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게임이다. 그런데 그 최선이란 것은 바둑의 전개 상황에 따라 계속 바뀔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어떤 고정관념을 가지고 '이게 최선'이라며 정석만 고집하는 사람은 절대 고수가 될 수 없다."

    기본기를 충실히 다졌다면 그다음에는 정석에 얽매이지 말고 매 상황, 거기에 맞는 최선의 한 수를 창의적으로 도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저는 받아들였는데요. 한번 곱씹어볼만 합니다.

    ▶ 그렇군요. 바둑과 관려된 이야기 또 어떤 것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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