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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개 켠 공안수사… 장관·총장 지시대로 '강경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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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지개 켠 공안수사… 장관·총장 지시대로 '강경 모드'

    '종북 콘서트' 논란을 빚고 있는 재미동포 신은미(54·여)씨가 7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했다. (박종민 기자)

     

    새해 벽두부터 검찰이 공안 수사의 고삐를 죄면서 신공안 정국이 조성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여파로 인해 검찰은 공안 수사 강화를 올해 최대 목표로 정한 상태이다. 검찰이 재미교포인 신은미씨에 대해 강제출국을 요청하고, 농성 중 자진해산한 노동자들을 구속수사할 방침을 세우는 등 과잉수사 조짐도 보이고 있다.

    ◇ 종북콘서트 논란 신은미 기소유예·강제퇴거… 과잉수사 우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김병현 부장검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종북콘서트'로 규정했던 토크콘서트 관계자들에 대해 8일 신속하게 사법처리 결정을 내렸다.

    특히 검찰은 재미교포 신은미씨에게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림과 동시에 신 씨를 대한민국 밖으로 강제출국시켜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다. 수사기관이 직접 외국인에게 강제출국 요청을 내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검찰은 신 씨가 '종북콘서트'를 빙자해 북한 옹호발언을 하고, 김정일 찬양 영화의 주제가를 부르는 등 북한을 미화했다고 강조했다. 신 씨의 강연 발언 중에는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 정권 하에 있는 것을 참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는 발언이 찬양 공모로 여겨져 문제가 됐다.

    황선씨는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토크콘서트를 기획하고 강연이나 인터넷 TV 진행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 종북 세력을 생산해 사회 혼란을 야기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 두 사람은 '일베' 회원인 고등학생이 저지른 '황산테러'의 피해자였지만 역으로 사법처리의 대상이 됐다.

    검찰이 테러 수사보다는 종북관련 수사에 집중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있는데다, 신 씨를 강제 출국 요청한 것은 과잉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신 씨는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꾸준히 비판해왔으며, 이는 검찰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검찰 관계자는 "신씨가 검찰 조사에 북한의 3대세습과 독재, 인권에 대해 비판적인 진술 태도 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에 그치지 않고 '종북콘서트'를 기획한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이하 민권연대) 관계자 등을 상대로 배후 수사를 이어가고, 토크콘서트에서 참석했던 새정치민주연합 임수경 의원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 '대공' 뿐 아니라 '노동'도 강경모드

    이처럼 곳곳에서 대공 수사가 기지개를 펴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과 잇따른 간첩 사건 무죄 판결로 주춤했던 공안 수사가 새해 들어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 계기가 됐다. 헌재 결정 이후로 보수단체들이 통합진보당 10만 당원들을 고발해 검찰이 기록 검토에 들어가는 등 각종 대공 사건이 진행되는 형국이다.

    뿐만 아니라 노동 분야에서도 검찰의 강경 모드는 이어지고 있다. 대검찰청 공안부(오세인 부장)는 SK본사 앞에서 농성을 벌이다 자진해산하던 중 체포된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지부 노동조합원들에 대해 일부 구속 영장을 청구하는 등 엄하게 처벌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물리적인 충돌도 없었던데다 면담을 마치고 평화롭게 자진 해산하던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 222명이 무더기 체포된데 이어 주동자 3명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과잉 수사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 전문가들 "공안수사 존재감, 국민 반발 높아져"

    이같은 공안 정국은 이미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김진태 검찰총장의 신년사에서 예고된 바 있다.

    황 장관은 신년사를 통해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거나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더욱 엄정하게 대처하고, 헌법가치가 사회 전반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주기 바란다"고 대공 수사 강화를 촉구했다.

    김진태 검찰총장도 검찰의 첫번째 신년 과제로 '헌법 가치 수호'를 꼽으며 "헌법을 무시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과 그 행태에 대하여는 한치의 빈틈없이 검찰권이 행사되어야 하겠다"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또한, 불법 집회‧시위 및 불법 파업의 폐해를 언급하며 "법 질서를 바로 세우는데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계기로 공안 수사가 한층 탄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경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는 "인권 보루로 여겨지는 헌법재판소에서 통합진보당을 강제 해산시키면서 수사기관에 정당성을 부여했고, 공안 수사가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헌재의 진보당 해산 결정 이후 공안 검찰과 경찰들이 존재감을 더 드러내려고 하는 느낌이 든다"며 "검경 입장에서도 증거조작 사건 등으로 위기에 빠진 공안 수사를 되살리기 위해 국면 전환을 노리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유우성씨 간첩 조작 사건과 잇따른 간첩 무죄 사건으로 침체에 빠졌던 공안 수사를 이번 기회에 활성화시키려다 보니, 강경한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

    {RELNEWS:right} 특히 한 교수는 "정치적 국면으로 볼 때에는 그렇게까지 옥죄일 필요가 없는데도 검찰과 경찰이 존재감을 확고히하기 위해 공안 수사를 지금보다 강하게 밀어부치고 있다. 이같은 기조라면 국민들이 점차 피로감을 느끼고 반발감도 커질 것이다"고 경고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안을 담당하는 한 검찰 관계자는 "현 정권의 기본 기조에 더해 헌재의 결정 이후 점차 내부 분위기가 강경해지고 있다"면서 "오히려 역풍이 일까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강경 모드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 결정 이후 이번 기회에 분위기를 다잡아야 한다는 청와대와 검찰 수뇌부의 의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이상경 교수는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박근혜 정부가 국민 여론에 신경쓰기 보다는 권력의 본래 속성인 '강제성'에 기대려 하면서 오히려 여론에 역행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다양한 생각과 이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수사의 영역에서 재단하려 한다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반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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