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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살에 시작한 가구일, 40년만에 간판 내렸죠"



사회 일반

    "열두살에 시작한 가구일, 40년만에 간판 내렸죠"

    이케아 앞에선 40년 내공의 '가구장이'도 휘청…고사하는 지역 업계들

     

    '000 업체 지역 유치 쾌거' 대형유통업체 모시기에 성공한 지자체는 언론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샴페인을 터뜨렸다. 그러나 화려한 '성과' 뒷면에는 중소 유통업체들의 눈물도 함께 흐른다. 또 '성과'에 눈먼 지자체의 안일한 행정처리는, 그 '성과'를 보러온 방문객들을 도로위에서 시간을 허비하게 만들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지역에 들어선 대형 유통업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상권의 실상과 안일한 지자체의 대책을 지적해본다. [편집자주]

    ① 가구 공룡 앞에 무너지는 지역 업체들
    ② "그렇게 많이 올 줄…" 몰랐던 지자체, 200m에 30분 걸려

    1968년 전남 나주에서 서울로 상경했을 때 그의 나이는 12살이었다. 가구 기술을 배우겠다며 무작정 서울로 온 박모(62)씨는 사촌형이 있는 동대문에서 먹고 자며 나전칠기 기술을 배웠다.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남들보다 일찍 어른이 됐지만 야무진 솜씨 덕에 일찍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부천의 한 가구 회사에 스카우트 돼 판매업을 시작한 박씨는 얼마 안 가 광명시 가구거리 한가운데 자신의 가게를 열었다.

    어려운 고비도 몇 번 있었지만 40년 동안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나간 박씨. 하지만 최근 가구 공룡 이케아가 광명역에 문을 열면서부터 적자 매출에 허덕이고 있다. 브랜드 가구로 간판을 바꿔 달면 매출이 오를까 하는 생각에 목돈을 들여 가구도 바꿨지만 거대 기업 앞에서는 소용 없었다.

    "이름 있는 브랜드를 달면 좀 피해가 덜할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적자만 봤어요. 비싼 가구 다 실어내고 반값 처분하고 난리도 아니었지."

    광명 가구거리에서 20년째 가구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50)씨도 타격을 입었다.

    가구 거리의 터줏대감 격이지만 5개월째 월세도 내지 못하고 있다. 직원도 절반으로 줄었다.

    "예전에는 가구 하나 팔면 그래도 몇 달은 버텼는데 지금은 한 달만 못 팔아도 휘청해요. 이케아가 들어와서 더욱 힘들죠. 밤에 잠도 안 와요. 술로 한탄한 적도 많습니다."

    지난달 18일 스웨덴에 기반을 둔 이케아 1호점이 광명시에 문을 열었다. 가구 공룡이라고 불리는 이케아는 가구부터 생활 소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때문에 영세 가구 업체와 생활 소품 업체들은 직격타를 맞고 있다.

    이케아가 문을 연 뒤 광명 가구거리에서 4곳이 문을 닫았다. 전업·폐업을 준비하는 가게도 여러곳이다.

    지난 7일 찾은 광명 가구거리. 사거리는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가구점 문을 열고 들어가는 손님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가구 업주 이모씨는 "불경기라 힘들었는데 이케아가 문을 연 뒤 이마저도 손님이 반 이상 줄었다"고 한탄했다.

    8년째 광명에서 가구점을 운영하고 있는 정모(43)씨도 "조용히 문을 닫고 사라지는 가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이러다 가구거리가 아예 없어질까봐 무서울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 광명시 '때늦은' 지원책에 업계측 '반발'

    지난 2011년 양기대 광명시장은 "이케아 한국 1호점을 광역 KTX역에 유치하는데 성공했다"며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큰 지역 상권 타격에 적잖이 당황한 모습니다. 지난 7일 가구 업주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양 시장은 "골치가 아프다"며 복잡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달엔 이케아를 대형마트로 분류해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월 2회 강제휴무를 시키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지만 이케아가 가구전문점으로 분류돼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수원에 문을 연 롯데몰의 경우도 마찬가지. 수원역에 롯데몰과 AK플라자가 연이어 개장하면서 지역 상인들은 반토막난 매출에 울상을 짓고 있다.

    수원시의 중재로 상인회는 롯데측이 140억, 수원시가 30억원 등 170억을 전통시장 현대화사업에 투자하는 내용의 상생협약에 합의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같은 지자체의 '선 유치, 후 지원'식의 땜질 처방에 가구업계측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업주들은 "지자체의 수박 겉핥기식 지원이 가구업계뿐 아니라 주변 상권에까지 영향일 미쳐 도심 슬럼화를 촉진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NEWS:right}광명가구조합 정희균 총무이사는 "폐업하는 가구점이 하나 둘 늘어나다 보면 경기 침체가 근처 시장과 다른 점포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결국 광명 사거리 슬럼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정 이사는 또 "이케아 측은 지역 사람들을 고용해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하지만 가구거리에 기대 먹고 사는 사람들 다 죽여 놓은 대가가 계산원이나 상하차 일꾼같은 질 낮은 일자리 창출이나"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광명시측은 "가구 업주들로부터 가구거리를 홍보할 수 있는 조형물 설치와 공동 물류 센터 건립 등의 건의사항을 전달받아 현재 내부 검토중"이라며 "이케아 오픈으로 인한 매출 하락에 대비해 오는 3월 100평 부지의 주차장을 가구거리에 조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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