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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이대로 가면 공산주의자에 백전백패"



통일/북한

    정세현 "이대로 가면 공산주의자에 백전백패"

    우리 정부, 칼자루 아닌 칼끝 쥐고 있는 상황

    정세현 前통일부장관

     



    - 통일부 재임중 남북대화 95차례, 73개 합의서 작성
    - 장관때는 과장급 회의도 직접 지휘했었다
    - 북이 얘기할 땐, 어떤 조건 내거는지 유심히 봐야
    - 강탈적 요구는 공산주의 협상의 기본전략
    - 한번 성격규정 하면 바꾸지 않는 것도 특징
    - 우리 통준위는 상대하지 않겠다는 뜻 피력한 것
    - 자꾸 입장 바꾸는 것, 공산주의자들에 백전백패하는 길
    - 경험 많은 통일부 관료들이 의견 개진하기 어려운 시대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5년 1월 5일 (월)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 정관용> 저희 시사자키 신년기획으로 2015년 대한민국을 위한 제언, 보내드리고 있죠. 오늘은 올해가 바로 광복 70년, 분단 70년 되는 해입니다. 그래서 한반도 평화, 남북관계에 대한 이야기 깊이 있게 나눠보겠습니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연이어 통일부 장관을 지내셨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스튜디오에 모시고 본격적으로 오늘 2부와 3부 시간 계속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어서 오십시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정세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정관용> 원광대 총장 임기를 끝내셨더라고요?

    ◆ 정세현> 12월 22일에 끝났습니다, 4년 임기가 끝나고.

    ◇ 정관용> 지난해?

    ◆ 정세현> 이제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요즘은 주로 어떻게 지내십니까?

    ◆ 정세현> 요즘은 김대중 평화센터 부이사장으로 있다가 내려갔기 때문에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와서 요즘은 동교동 김대중 평화센터에 사무실에 앉아서 책도 보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 정관용> 칼럼도 여전히 왕성히 쓰시던데. (웃음)

    ◆ 정세현> (웃음) 네.

    ◇ 정관용> 우리 정세현 전 장관, 통일부에 처음 가신 게 몇 년도죠?

    ◆ 정세현> 77년입니다, 1977년.

    ◇ 정관용> 아...

    ◆ 정세현> 박정희 정부 말년이죠.

    ◇ 정관용> 그때부터 계속 통일부에 계셨잖아요.

    ◆ 정세현> 그렇죠, 다른 재주가 없으니까. (웃음)

    ◇ 정관용> (웃음) 77년부터 그러다 이제 김영삼 정부 때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하셨고.

    ◆ 정세현> 3년 8개월이나 했죠.

    ◇ 정관용> 그렇죠. 그리고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장관을 하신 게 언제부터 언제까지죠?

    ◆ 정세현> 김대중 정부 초기에 98년 3월 초에 통일부 차관으로 임명이 됐고 그다음에 김대중 정부 말년에 2002년 1월 말에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이 됐었죠, 임기 한 1년 남겨놓고. 그런데 노무현 정부로 들어서면서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제가 다시 통일부 장관 일을 하게 됐어요. 오히려 노무현 정부에서 장관 재임 기간이 더 길죠.

    ◇ 정관용> 언제까지 하셨죠, 그래서?

    ◆ 정세현> 2004년 6월 30일까지 했으니까...

    ◇ 정관용> 2004년 6월? 장관으로만 꼬박 2년 6개월 정도?

    ◆ 정세현> 그 정도 했습니다.

    ◇ 정관용> 그전에 차관도 그전에 통일비서관, 통일부. 뭐 우리나라 통일부 관련된 공직 경력으로는 우리 정세현 전 장관보다 더 긴 분이 아마 없지 않나요?

    ◆ 정세현> 그전에 전두환 정부 시절에 한 3년 6개월씩 하신 분도 계세요, 장관만.

    ◇ 정관용> 아니 그러니까 통일부 재직 기간 전체를 통틀면?

    ◆ 정세현> 아, 장관까지 지낸 사람으로서는 그렇죠.

    ◇ 정관용> 그렇죠, 네. 남북간에 대화도 참 여러 차례 하셨고.

    ◆ 정세현> 마침 제가 그러니까 장관으로 있을 때 뭐 차관으로 있을 때도 남북대화를 했습니다만 그때 햇볕정책 시대인데 노무현 정부도 크게 봐서는 햇볕정책 시대니까 그 시기에 남북대화도 참 많았었죠. 제가 재임 중에 남북대화만 총 95회를 하고 나왔더군요. 그다음에 합의서를 73개를 만들었어요.

    ◇ 정관용> 2년 반 사이에?

    ◆ 정세현> 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합의서 생산율이 80%에 육박했다는 얘기입니다. 95회에서 73건을 만들었으니까 그만큼 그때는 남북관계가 굉장히 좋았다. 그리고 또 서로가 합의서를 만들면 그 합의서가 이행이 되기 때문에 합의서가 새끼를 쳤습니다, 계속.

    ◇ 정관용> 그렇죠.

    ◆ 정세현> 그러면서 계속 늘어났었죠. 지금은 아, 옛날이여 이런 식으로 됐습니다.

    ◇ 정관용> 지금 장관 재임 시절에 있었던 대화가 95차례 설명하셨는데 그때는 장관이셨기 때문에 직접 대화를 하신 거는... 혹시 장관급 대화는 직접 하셨습니까?

    ◆ 정세현> 장관급 대화를 8번을 했고. 저는 밑에서부터 실무자로 쭉 올라와서 일을 했기 때문에 과장급 회의도 직접 지휘를 했습니다. 회담이 서울에서 열리면 그 회담이 열리는, 대게 호텔에서 하는데 그 CP에 나가서 거기서 직접 지휘를 하고 또 회담이 개성이나 평양에서 열린다든지 이렇게 하면 모니터링을 하면서 우리 쪽 CP에 앉아서 일일이, 물론 지침을 내리죠. 이거는 오전 회의는 이걸로 끝내라든지 지금까지 오전까지 주장했던 얘기를 일단 접어드리고 비공개 접촉을 제안해서 북쪽 대표와 새로운 문제를 협의를 해 봐라.

    ◇ 정관용> 아주 세세한 코치까지 다 하신 거군요?

    ◆ 정세현> 네, 어떻게 보면 요즘 대통령이 만기친람(萬機親覽)이라고 비판을 받던데 저는 통일부에 있을 때 만기친람을 했습니다.

    ◇ 정관용> 더 가셨군요, 더? (웃음)

    ◆ 정세현> (웃음) 아니 실무자출신이니까요.

    ◇ 정관용> 글쎄요, 그러니까 실무자 시절부터 시작해서 북한 쪽 인사와 직접 접촉한 햇수로 치면 수백 번 넘지 않겠습니까?

    ◆ 정세현> 그렇죠. 그러니까 보니까 그 사람들이 쓰는 단어 하나하나에 몇 개의 지뢰가 묻혀 있는지, 복선이 몇 개나 깔려 있는지를 조금 감을 잡을 수가 있었죠. 그러다 보니까 마음 놓고 가서 잠을 자거나 또는 개괄적인 보고만 받고 지휘를 할 수가 없고 사서 몫까지... 나쁘게 말하면 간섭을 했죠. 그래서 그 대신 그랬기 때문에 큰 사고 없이 오히려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 정관용> 그렇게 실무자 시절부터 실무자 시절부터 수백 차례 이상 북쪽과 접촉하시고 직간접적으로 그러면서 제일 자주 접촉한 파트너가 누구입니까, 제일 이걸 이렇게 여쭤보아도 되나요? 제일 친한 북측 인사가 누구입니까?

    ◆ 정세현> 죄송합니다. 잘못하면 종북으로 몰려요.

    ◇ 정관용> (웃음)

    ◆ 정세현> 실무자들과 많이 있는데 역시 장관급 회담의 카운터 파트였던 김령성이라고 하는 사람이... 기독교에서 말하는 성령이라고 할 때 령 자, 령성인데 자주 만났었죠. 민간인 신분으로 있을 때도 만났었고 요즘은 아마 그쪽에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의 위원장인가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정관용> 아, 현재도?

    ◆ 정세현> 네. 그러니까 장관급 회담 단장직에서는 물러났고.

    ◇ 정관용> 현재 북한에서 대남담당 비서를 하고 김용순 비서.

    ◆ 정세현> 김양건.

    ◇ 정관용> 아, 김양건. 이분하고는 어떻습니까?

    ◆ 정세현> 감양건 비서도 한 서너 번 만났죠. 그러니까 최근에 만난 것은 2009년 김대중 대통령 조문 왔을 때 그때 만났었고 또 2007년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남북정상회담으로 갔을 때 제가 특별 수행원이었는데, 특별수행원 간사장이었는데 이후에 총리급 회담을 한 뒤에 정권 교체기에 북쪽에서 김양건 비서가 내려왔습니다, 대남비서가 바뀌었어요. 그때도 제가 그때는 정부에서 나와 있었지만 역시 그때 제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 상임부장을 하고 있었던 관계로 통일 문제에 최일선에서, 민간단체이지만 최일선에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때도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그런데 이제 남북간에 뭐 생긴 안면이라고 하는 것은 그렇게 친구처럼 가까워질 수는 없죠.

    ◇ 정관용> 안 돼요?

    ◆ 정세현> 그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게 친구처럼 됐다면 그건 오히려 문제가 있는 거죠. 각자 자기 입장이라는 게 있죠.

    ◇ 정관용> 하긴...

    ◆ 정세현> 친구라는 게 속마음까지 털어놓아야 친구인데.

    ◇ 정관용> 여전히 적대관계니까?

    ◆ 정세현> 적대관계 내지는 상대방의 전략을 읽고 자기 전략을 세워서 밀리지 않고 이겨야 하는 그런 관계 아닙니까?

    ◇ 정관용> 그렇죠.

    ◆ 정세현> 하여튼 안면은 있습니다. 죽은 장성택하고도 서울로 왔을 때 만났었고 그런 대남 사업하는 사람들도 평양 가서도 만났었고 그러나 뭐 지금은 제가 지금 완전히 민간인 더구나 대학총장 4년을 하는 동안에는 일선에서 떠나 있었기 때문에.

    ◇ 정관용> 좀 거리가 생겼군요?

    ◆ 정세현> 그렇죠. 안테나만 이쪽으로 열어놓고 있었죠.

    ◇ 정관용> 오늘 이 광복 70년, 분단 70년 맞아서 저희 시사자키가 대한민국의 제언으로 남북관계를 진단하면서 정세현 전 장관님을 모신 그 이유를 조금 이렇게 청취자분한테 설명하기 위해서 통일부로부터 그러니까 언제부터 잔뼈가 굵으셔서 어떤 일들을 하셨는지 조금 제가 일부러 소개를 해 드린 거고요. 그리고 지난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한 7년 사이에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새삼 진단 안 해도 우리 청취자 분들도 다 아시니까.

    ◆ 정세현> 그렇죠.

    ◇ 정관용> 뭐 길게 이야기할 필요 없을 것 같고. 저는 조금 아까 정세현 전 장관께서 실무자부터 오래 자랐으니 북이 무슨 얘기를 하면 거기에 지뢰가 어디어디 있는지 이런 거가 느낌이 온다, 거기서부터 저는 바로 잡아가시고요. 지금 신년 벽두에 아주 미묘한 변화들이 있지 않습니까? 연말에 우리 정부가 통일준비위원회 명의로 제안을 한 바가 있고 신년사로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자기 육성으로 최고위급 대화를 얘기했고 또 그 직후에 미국이 또 대북 제재를 한다고 하고 있고, 이 몇 가지 변화 있지 않습니까? 이걸 좀 아주 세밀하게 분석을 해 보고 싶어서... 먼저 김정은의 그 신년사 말이죠, 어떻게 읽으셨어요? 어떻게 들으셨어요? 거기 지뢰가 많이 있습니까? (웃음)

    ◆ 정세현> 그러니까 북한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는 조건절을 중시해야 됩니다. 조건절을 무시하고 그 본문만 들여다보면 오해하기 딱 좋죠. 90년대 초에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김일성 살아 있을 때인데 김일성 주석을 총리급 회담 대표단이 1차 회담이 서울에서 열렸기 때문에 남쪽에 내려와서 그 당시에 노태우 대통령을 예방을 한 적이 있어요. 거기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우리 대표단이 지금은 태양궁전이라고 그래서 김일성, 김정일의 시신이 누워 있는 그런 기념관이 되어 있지만 거기 옛날에 주석궁이 있었습니다.

    ◇ 정관용> 주석궁?

    ◆ 정세현> 우리로 보면 청와대죠. 그리로 가서 대표단들이 김일성 당시 주석을 만났는데 김일성이 뭐라고 그랬느냐면 ‘이번 회담이 잘 돼서 내가 만나고 싶어 하는 노태우 대통령과의 만남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하는 식으로 이야기했어요. 그 말에 그때 신문을 보면 김일성이 정상회담을 희망한다.

    ◇ 정관용> 희망한다?

    ◆ 정세현> 이런 식으로 대서특필이 됐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그렇죠.

    ◆ 정세현> 그때 그 정상회담이 잘돼서라는 말 속에는 자기들이 바라는 대로 돼야 된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 정관용> 총리급 회담이?

    ◆ 정세현> 그렇죠. 그래서 그때 임수경, 문익환 석방 그다음에 미군 철수 또 고려연방제 수용 등등 그 세 가지 선결요건을 1차 회담에 와서 북쪽에 당시의 단장인 총리이름이 뭐더라... 하여튼 그 북쪽 총리가 그걸 의제 없는데 그냥 그걸 긴급 상정을 해서 그것 때문에 1차 회담이 헛바퀴를 돈 적이 있습니다.

    ◇ 정관용> 아주 센데요? 미군 철수에 고려연방제 수용까지. 이걸 전제조건으로요? 너무 센데요?

    ◆ 정세현> 그게 그걸 받아들이면 내가 정상회담을 해 줄 수 있다는 얘기가 있었어요.

    ◇ 정관용> 그것은 안 하겠다는 얘기 아닙니까?

    ◆ 정세현> 이번 회담이 잘된다는 얘기는 안 하겠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러니까 그 정상회담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때 전두환 대통령도 정상회담을 하고 싶었고.

    ◇ 정관용> 원했죠.

    ◆ 정세현> 노태우 대통령도 사실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서 밀사가 가고 여러 번 왔다갔다했었습니다. 그러니까 ‘남쪽은 정상회담이라는 카드를 보이면 불나방처럼 달려든다’라고 생각을 한 거예요. 그렇게 유인을 해서 자기네들이 남쪽으로부터 받아낼 수 있는 카드 몇 개는 좀 받아내자, 다는 아니다 할지라도.

    ◇ 정관용> 그러기 위해서 미군 철수, 고려연방제 같은 것을 미리 세게 해놓고 그것은 못 받아도 다른 걸 좀 다오, 이렇게 되는 겁니까?

    ◆ 정세현> 그렇죠. 그러니까 소위 높은 협상력으로는 강탈적 요구라고 합니다.

    ◇ 정관용> 강탈적 요구?

    ◆ 정세현> 강탈적 요구를 내려놓고 차단봉을 내려놓고 이제 남쪽 상대방의 태도에 따라서 하나씩 올려주고 길을 열어주는 그런 식을 협상을 하는 것이 공산주의 협상 전략의 기본이에요. 이번에도 조건과 환경이 갖추어진다면 남북, 북남이라고 하죠, 그 사람들은. 최고위급 회담을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어요. 하자가 아니에요, 못할 이유가 없다. 못할 이유가 없다가 나는 그러니까 그거에 목메는 사람은 아니고.

    ◇ 정관용> 내가 마다하는 것은 아니다?

    ◆ 정세현> 마다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조건과 환경이 갖춰지면 그 말속에는 한미합동 군사훈련하지 마라 그다음에 박근혜 대통령 자꾸 밖에 나가서 핵, 경제 병진 건설노선 비방하는데 그런 얘기하지 마라 또 통준위도 거기에 들어가 있습니다. 통일준비위원회는 북쪽에서 소위 흡수통일 전위부대라는 식으로 성격규정을 해버렸어요

    ◇ 정관용> 그렇죠.

    ◆ 정세현> 이게 참 골치 아프게 됐습니다. 우리 쪽에서는 그게 아니라고 아무리 설명을 해 봐야 저쪽에서 그렇게 딱 그렇게 성격규정을 하면 그 사람들은 그대로 갑니다. 그러니까 국공협상, 중국에 우리가 공산당과 대만의 국민당 사이에 협상 사례도 그렇고 남북협상 사례도 그렇고 공산주의자들이 협상에서 보면요, 한 번 딱 뭐가 되면 끝까지 그것을 바꾸지 않습니다.

    ◇ 정관용> 성격규정이 내려지면?

    ◆ 정세현> 성격규정이 내려지거나 요구조건을 내놓은 것 있으면 바꾸지 않습니다. 하여튼 시간을 끌어서 상대방이 지쳐서 그걸 들어줄 수밖에 없을 정도로 버티는 그게 아주 기본인데, 그러니까 통일준비위원회를 흡수통일의 전위부대라는 식으로 성격규정을 했는데 회담 제안을 했다는 말이에요? 그러니까 거기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안 해버리지 않았어요?

    ◇ 정관용> 맞아요, 맞아요.

    ◆ 정세현> 그대목이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통준위와 통전부 사이의 회담은 말이 된다, 안 된다 하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고위급 접촉을 재개해서 일이 잘되면 부문별 회담도 할 수 있고 그리고 조건과 환경이 갖추어진다면 북남-남북 최고위급 회담을 못할 이유도 없다, 이랬다는 말이에요. 그러니까 통준위, 이른바 통-통라인의 회담은 안 하겠다는 얘기를 절묘하게 한 겁니다.

    ◇ 정관용> 그렇죠.

    ◆ 정세현> 그 입장은 앞으로 안 바뀔 거예요. 바로 이제 아까 말씀하신 말속에 지뢰가 어디에 묻어 있고 그다음에 조건이 뭐 어떠냐하는 문인데 그래서 북쪽의 연설문이라든가 이럴 때는 자기가 보고 싶은 단어만 보면 안 돼요.

    ◇ 정관용> 그렇죠.

    ◆ 정세현> 그 단어를 둘러싸고 있는...

    ◇ 정관용> 북한이 하고자 하는 얘기를 읽어야죠.

    ◆ 정세현> 네. 그러니까 언제든지 다 좋습니다. ‘그러나’ 할 때 ‘그러나’ 이후가 더 중요할 수 있어요. 또는 ‘이러이러한 문제들이 있고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남쪽이 바라는 방향으로 일단 나갈 수는 있다. 그러나 남쪽도 거기에 상응하는 노력을 해야만 된다’하면 그게 조건이에요. 그래서 이번에 북쪽의 신년사는 굉장히 적극적인 것 같으면서도 남쪽이 받기 어려운 또는 쉽게 넘어가기 어려운 소위 장애물, 허들 많이 설치를 해 놓았어요.

    ◇ 정관용> 그런데 그러면 통준위가 제안한 우리 남측의 통준위가 제안한 것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라고 비판한 것 아니겠습니까, 말은 안 했지만?

    ◆ 정세현> 언급을 안 해버렸죠.

    ◇ 정관용> 그러나 고위급 회담, 고위급 접촉부터 시작을 해서 부문별 회담까지 이거는 북이 원하는 회담의 성격은 규정해서 통보한 것 아닌가요, 사실?

    ◆ 정세현> 그러니까 저는 그것을 이렇게 해석을 했어요. 고위급 접촉이라는 것을 한 번 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10월에도 할 뻔 하지 않았었요? 아시안게임에... 사실은 말도 안 되는 핑계예요. 그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올 일은 아니지만 고위급 접촉 재개하기로 합의를 하고 돌아가지 않았습니까? 잘 모르면 몰라도 그때 아마 정상회담 얘기까지도 꺼내고 갔을 겁니다. 그런데 이러한 살포를...

    ◇ 정관용> 대북전단.

    ◆ 정세현> 이쪽에서 중지시켜주지 않으니까 고위급 접촉이 안 됐어요, 그건 이제 차관급 회담입니다. 국가안보실의 차장이 우리 측 부속대표이고 저쪽에는 통전부 부부장이 나왔으니까 그것을 재개하자고 그랬어요. 그러니까 그거는 차관급 회담을 통해서 그리고 고위급 회담이 아니라 ‘접촉’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위급 접촉이라는 것은 고위급 회담이 아니라는 거예요, 실무회담이라는 뜻입니다.

    ◇ 정관용> 아, 그래요?

    ◆ 정세현> 네. 그러니까 재개라는 말은 그전에 있던 것에 차수를 더해서 연속선상에서 하자는 얘기지, 새로 뭐 다른 사람 나오지 말라는 거예요.

    ◇ 정관용> 그러면 누구랑 누구랑 만나자는 거예요?

    ◆ 정세현> 그러니까 재개라는 것은 이쪽에 김규현 차장하고 저쪽에 원동현이 각각 수석대표가 되는 그런 식으로, 지난번에 했던 것처럼 그렇게 만나자는 거고 그다음에 거기서 부문별 회담이라는 것은 이산가족 상봉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회담이라든지 또는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기술적인 문제를 다루는 회담이라든지 또는 무슨 대북투자 같은 것을 다루기 위해서 그런 회담이라든지 이런 식으로 넘어가자는 거예요. 그리고 조건부 환경이라는 것은 좀 정치적인 조건이죠. 군사적인 조건, 정치적인 조건 이런 것들이 충족이 된다면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 이렇게 거론한다는 말이에요. 그러니까 거기 지금 통준위와 저쪽의 통전부 사이의 회담은...

    ◇ 정관용> 아닌 거죠?

    ◆ 정세현> 없습니다, 불행히도.

    ◇ 정관용> 그러면 지금 언급하신 고위급 접촉 재개라고 하는 것에 우리가 호응해야만?

    ◆ 정세현> 일이 시작이 되는 거죠.

    ◇ 정관용> 시작될 수 있는 거군요.

    ◆ 정세현> 그렇죠.

    ◇ 정관용> 계속 여기서 우리가 또 통준위 차원의 우리 회담 제안에서 답변하라, 이렇게 하면 답변도 없겠군요?

    ◆ 정세현> 그런데 옹색한 것이 작년에 장관급 회담을 하자고 그러면서 우리가 제안을 했는데 통일부 장관 수석대표인 회담을 제안하지 않았습니까?

    ◇ 정관용> 네.

    ◆ 정세현> 그랬더니 저쪽에서 조평통 서기국장을 단장으로 내세웠다는 말이에요.

    ◇ 정관용> 그래서 급이 안 맞아서 안 됐죠.

    ◆ 정세현> 급이 안 맞는다고 그냥 거절했다는 말이에요. 이른바 형식과 그 절차 때문에 안 됐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 정세현> 그리고 그때 대통령도 회담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형식과 절차도 중요합니다라는 형식으로 코멘트를 했다는 것이 언론에도 나왔어요. 그런데 이번에 저쪽에서 통준위 회담에 대해서 반응은 안 보이고 고위급 접촉을 재개하자고 그러니까 형식과 절차에 구애받지 말고 회담을 열자하는 식으로 나왔다는 말이에요.

    ◇ 정관용> 그렇죠.

    ◆ 정세현> 이게 공산주의자들과의 협상에서 백전백패하는 지름길이에요. 입장을 하나 정해놓았으면 그대로 밀고 나가야 됩니다.

    ◇ 정관용> 우리는 통준위로 또 밀고 나가야 돼요?

    ◆ 정세현> 아니, 글쎄 그러니까 처음부터 그건 잘못된 것이지만 그러니까 나중에 바꾸어야 될지도 모르는 그런 가능성이 있는 얘기는 처음부터 하지 말고 상황을 봐서 먹혀 들어갈 수 있는 얘기, 북쪽이 받을 수 있는 얘기를 몇 개 범위가 있을 것 아니에요? 그 안에서 골라서 정해지면 밀고 나가야 하는데 작년에 했던 말을 뒤집었다는 말이에요.

    ◇ 정관용> 아, 형식과 절차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 정세현> 금년에는 형식과 절차에 구애받지 말고 일단 우리가 제안한 회담에 나오라고 그러니 저쪽에서 콧방귀만 뀌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게 협상에서 아주 그야말로 칼끝을 쥐는 형국이 됐어요, 잘못한 거죠.

    ◇ 정관용> 작년에는 형식과 절차 때문에 우리가 장관급 회담을 비토했는데 이번에는 ‘형식과 절차 구애받지 말고 당신들이 양보하라’ 이런 식으로 북한은 듣겠군요?

    ◆ 정세현> 그렇죠. 북한이 거기에 대해서는 코멘트를 지금 안 하고 있어요. 몰라요, 며칠 있으면... 작년에는 그런 말 하더니 금년에는 또 왜 갑자기 형식과 절차에 구애받지 말라고 그러냐. 도대체 앞뒤가 안 맞지 않느냐 식의 한마디 또 아주 낮은 급에서 논평을 아니면 노동신문에 한 줄 정도 나올지 모르지만 하여튼 조금 북쪽과의 협상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말을 좀 들으면 좋을 텐데...

    ◇ 정관용> 지금 우리 정부에는 북쪽과 협상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핵심부에 없습니까?

    ◆ 정세현> 우선 청와대에 없고.

    ◇ 정관용> 청와대에 없죠.

    ◆ 정세현> 통일부에도 뭐...

    ◆ 정세현> 회담 경험은 있는데 지금 감히 차관이나 실국장들이 그렇게...

    ◇ 정관용> 입을 못 벌린다?

    ◆ 정세현> 그렇게 할 수 있는 그런 상황에는 시대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게 문제예요, 지금.

    ◇ 정관용> 지금 황부기 차관이신데.

    {RELNEWS:left}◆ 정세현> 황부기 차관도 회담 경험이 많고 개성공업지구 초대사무소장을 했기 때문에 북쪽 사람들의 그 랭귀지, 용어라든지 이런 것에 대해서 잘 압니다. 잘 알고 거기도 뭐 통일부에서 쭉 사무관부터 시작해서 지금 거기까지 갔기 때문에 그야말로 빠삭하죠. 빠삭한데 지금 실무자들이 아, 이거 이렇게 하면 안 되고 이런 방향으로 가야 됩니다 하는 얘기를 할 수 있는 상황 정도가 아니라 시대가 아니라니까요.

    ◇ 정관용> 시대가 아니다?

    ◆ 정세현> 아니, 지금 5년 동안 그런 시대가 아니에요. 지금.

    ◇ 정관용> (웃음) 그러면 5년 동안 또 지금 박근혜 정부 들어서 어떤 시대인지 잠깐 광고 또 뉴스 들은 다음에 3부 시간에 계속 이야기 듣겠습니다. 5분 정도 뉴스 들으시고요. 35분에 다시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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