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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 일베영화 아닌 이유 '변호인'서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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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시장' 일베영화 아닌 이유 '변호인'서 찾기

    '제 논에 물 대기' 식 편향된 이념적 접근…"창작 의도 곡해"

     

    3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둔 영화 '국제시장(감독 윤제균·제작 JK필름)이 극우 성향을 띤 일부 언론·단체의 메시지 곡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제시장은 피와 땀으로 얼룩진 70여 년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오롯이 타넘은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의 애환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현재 극심한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단절된 세대간 소통의 길을 열고자 하는 바람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제작사 측의 입장이다.

    이 영화를 연출한 윤제균 감독은 최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제시장이 한 시대를 살면서 같은 아픔을 공유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다가갔으면 한다"며 "세대간 이해와 소통에 보탬을 주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국제시장은 2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기준으로, 17일 개봉 이래 전날까지 10일 만에 누적관객수 285만 6153명을 기록하며 성수기 극장가를 견인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 이 영화의 흥행세에 기대어 특정 이념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국제시장이 관객 폭을 넓히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날 낮 12시쯤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www.ilbe.com, 이하 일베)에는 영화 국제시장과 관련한 글이 1500여 개나 올라와 있다.

    이들 글의 대다수는 일베의 성향과 맞지 않는 이들을 비하할 의도로 사용되는 '좌빨' '좌좀' 등의 단어를 섞어 가며, 국제시장이 극우 성향에 제대로 부합한다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보수언론들 역시 국제시장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한 예로 조선일보 인터넷판(news.chosun.com)은 25일자 '鄕愁(향수) 섞인 건강한 보수 코드가 통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국제시장을 두고 '탈정치화, 보수화 경향을 보이는 사회 분위기와 만나 흥행 시너지를 일으킨 셈'이라고 적고 있다.

    ◈ '국제시장'과 '변호인'이 닮은꼴인 이유…"공감·소통 창구 역할 바람"

    영화 '국제시장'에서 사지로 떠나는 남편 덕수(황정민·오른쪽)를 두고 아내 영자(김윤진)가 눈물을 흘리면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모습. 윤제균 감독은 이 장면에 대해 "그때는 애국이라는 대명제 아래 개인의 희로애락이 희생을 강요받지 않았나"라며 "애국이라는 가치만 전면에 내세워졌던 시대를 어깨에 힘 주지 않고 묘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JK필름 제공)

     

    영화 국제시장은 우리가 잊고 있었거나 애써 외면하려 했던 과거의 기억을 현재로 끄집어냈다는 점에서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변호인'과 닮아 있다.

    24일 서울 신사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변호인의 연출자 양우석 감독은 국제시장을 두고 "지금 시점에 꼭 필요한 영화로 다가온다"고 전했다.

    양 감독은 "국제시장이 70여 년의 한국 현대사를 짚어가며 산업화 세대의 고충을 알리려 애쓴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저 역시 10여 년 전부터 '라면'을 소재로 한 산업화 초기 이야기를 고민해 왔다"고 했다.

    영화 변호인의 키워드로 '소통'을 꼽은 그는 "10대, 20대, 넓게 30대 초반까지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 한 개인이 세속적 성공을 좇다가 어떻게 민주화의 길을 걷게 됐는지 잘 몰랐을 것"이라며 "영화라는 익숙한 매체를 통해 정보와 이야기가 관객에게 흘러갔고,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이 SNS 등을 통해 재생산됐으니 변호인이 소통의 창구가 된 셈"이라고 전했다.

    양 감독의 이 말은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 때 윤제균 감독이 언급한 개인적 바람과도 맥을 같이 한다.

    윤 감독은 당시 "어느 세대든 자기 세대가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고 하지 않나. 10대, 20대, 30대도 똑같다고 보는데, 국제시장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가진 세대별 인터뷰 때도 한 10대가 '힘든 세상에 태어나서 억울하다'고 하더라"며 "그런 면에서 국제시장을 본 젊은 세대는 '부모들이 이렇게 살았구나'라는 새로운 경험을, 나이든 세대는 '우리 젊을 때처럼 지금 세대도 치열하게 살고 있구나'라고 인정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를 길어 올려 사회 구성원들의 공감과 소통을 얻으려는 창작자로서, 두 감독의 고민이 맞닿아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 대목이다.

    특히 상업영화로 만들어진 국제시장에 대한 편향된 이념적 접근이 한국영화 산업 전체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영화계 한 관계자는 "모든 문화 콘텐츠의 가치가 작가를 떠나면 관객의 평가에 달려 있다는 데는 기본적으로 동조한다"면서도 "특정 콘텐츠에 대해 '제 논에 물 대기' 식으로 정치적 색깔을 입히는 것은 창작자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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