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함께 한 유영옥 이사장(왼쪽)
최근 기대 수명이 길어지면서 요양병원이 크게 늘고있다.부산만해도 2014년 11월 현재 180개를 넘어섰고 요양병원간의 경쟁도 그 만큼 심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국가보조금을 받기 위해 환자 유치에만 열을 올리는 요양병원도 생겨날 정도다.
반면,요양 환자를 단순 관리하는데서 벗어나 치료까지 영역을 넓히며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목표로 하는 요양병원도 있다. 부산 동래구 온천동의 유유요양병원(이사장 유영옥)이 그 곳이다.
의료법인 영신의료재단의 유영옥(63) 이사장이 운영하는 유유요양병원은 274병상으로 부산지역 187개 요양병원 가운데 크기로 상위 20%안에 속하는 병원이다.
이 병원은 '가족같이 편한,누구나 믿고 맡길 수 있는 병원'을 목표로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 이사장은 매일 출근해서 첫 번째로 병원 3층부터 11층까지 마련된 입원실을 돌며 환자들과 인사하고 불편한 점이 없는지를 살핀다.
환자들도 매일 보는 유 이사장과 인사하고 서로 안아 주며, 어떤 이는 유 이사장에게 기도를 부탁하기도 한다. 유 이사장은 침례교회의 안수집사다.
병원비가 없는 어려운 환자에게는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고 병원에서 부담하기도 한다.지금도 본인 부담금을 낼 수 없는 인공호흡기 환자를 돌보고 있다.
유유병원 직원들이 무료급식소에서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에 대한 봉사 활동에도 열심이다.
이사장과 병원장을 비롯한 직원들은 지역주민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부산 동래구 금강공원 앞에서 치매검사와 혈압 당뇨검사 재활치료 및 운동, 한방상담, 식단 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 지역의 무료급식소를 매월 방문해 쌀을 지원하고 식사배식도 돕고 있으며 매년 어버이 날에는 유 이사장이 병동을 방문하며 직접 꽃을 달아주고 있다.
유유병원은 조만간 이 같은 봉사 활동의 영역을 넓혀 지역의 어려운 소외계층과 함께하는 병원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중국집을 했던 자신의 경험을 살려 저소득층을 위한 자장면 봉사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수익이 많이 생기면 자기 호주머니에 넣기 보다는 봉사를 하자."
유 이사장이 늘 입 밖으로 내뱉는 말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유 이사장 역시 누구보다 어려운 시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경남 의령의 농가에서 4남2녀의 차남으로 태어난 유 이사장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만 졸업 한 후 14살 때 혈혈단신 부산으로 일을 찾아왔다. 부산에 와서 먹고 잘 곳을 찾다보니 겨우 자리를 잡은 곳이 중국집.
"참 많이 울었습니다.실수를 해서 국자로 머리를 많이 맞기도 하구요.그 때는 모두가 어려웠지만 부모와 떠나 혼자 중국집 구석 방에서 혼자 지새는 밤이 그렇게도 서러웠습니다."
중국집 종업원 생활을 하던 그는 더 나은 돈벌이를 위해 당시 운동화를 만들던 진양고무에 취직했다.열심히 일을 했고 조금의 돈을 모아서 통닭집을 하고, 그 후에 횟집,보신탕집, 주차장, 방앗간 등 온갖 일을 했다.
"어림잡아 14,5개 업종을 거쳐 온 것 같다.그 때는 돈이 얼마나 무섭던지 일단 돈을 벌어보자고 생각하며 안자고 안먹고 안입어 가며 모았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어느정도 생활과 사업이 안정된 2006년 지인이 요양병원을 동업하자는 제의를 했고 그는 요양병원 운영에 참여했지만, 얼마가지 않아 경영상의 이견으로 동업을 그만두고 2008년 지금의 유유요양병원을 설립했다.
"당시만 해도 요양병원이 많이 없었죠.지금이야 요양병원이 일반화됐지만 그 때만 해도 요양병원을 보내는 자식은 불효자라는 인식도 있었고…."
하지만 이제는 요양 병원이 일반화됐고 상당수 어르신들이 요양병원에서 생을 마감하는 실정이다.
"우연히 요양병원을 하게 됐지만 이제는 제대로 된 요양병원의 필요성을 느낍니다.병원이다 보니 운영상의 어려움도 생각해야 하고 이런저런 고민도 있지만 일단 내 집을 찾아 온 사람에게는 항상 반갑고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그는 늘 직원들에게 겸손과 봉사를 강조한다. 겸손해야 봉사 할 마음도 생기고 봉사를 통해 환자는 물론 이웃에 대한 사랑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 이사장의 아들이자 병원 이사로 근무하는 유신우(37) 이사는 "아버님은 업무지시도 강압적이거나 일방 통행식 지시로 하지 않습니다. 환자의 불편이 없도록 하는 것이 병원의 의무라고 늘 강조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가장 존경한다고 말한다. 이사장인 아버지가 살아 온 삶을 존경하기 때문이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요즘 세태에서는 쉽지 않은 말이기도 하다.
배움에 대한 한(恨) 때문인가? 유 이사장은 검정고시를 거쳐 내년에 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진학 할 예정이다. 만학도 전형을 통하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올 11월에 종합병원 이상의 중환자실에서 운영중인 인공호흡기(벤틀레이터)를 도입해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내년 2월 중에는 인공신장실도 열어 의료질을 높혀 갈 계획입니다."
환자가 환자 취급을 못 받고 돈으로 취급 되기도 하는 현 세태에서 유유병원의 환자를 최우선시 하는 '겸손과 봉사'라는 모토가 빛을 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