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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입양 부모로 산다는 것



사회 일반

    대한민국에서 입양 부모로 산다는 것

     

    - 해외 입양아들 정체성 고민 많이해
    - 입양으로 인한 기쁨이 더 커
    - 입양 부모보다 친생 부모가 아동학대 비율 훨씬 높아
    - 입양 관련 언론 보도도 문제
    - 입양 관련 법, 제도 보완해야
    - 양육비가 훨씬 많이 드는 현실에서 지원금 보고 입양 하겠나
    - 가족은 결혼 출산 입양으로 이뤄져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12월 5일 (금) 오후 7시 3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윤혜숙(입양 부모)


    ◇ 정관용> 연말을 맞아서 저희 시사자키, 올 한해 한국 사회를 돌아보는 ‘2014 대한민국을 말한다’ 코너를 꾸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입양 부모들의 얘기인데요. 울산 아동학대사건 비롯해서 일부 입양 부모들의 학대 문제가 사회이슈로 떠올랐었죠. 그 때문에 대다수의 선량한 입양 부모들 또 정말 입양된 아이들, 그 어느 해보다 가슴 아파한 한 해라고 하는데요. 7년째 한 명의 입양아를 키우고 계시고요. 지금 한국입양홍보회 소속이십니다. 윤혜숙 씨를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윤혜숙> 반갑습니다.

    ◇ 정관용> 입양아는 지금 7년째. 지금 몇 살이에요, 그러면?

    ◆ 윤혜숙> 지금 8살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이에요.

    ◇ 정관용> 태어나자마자 입양을 하셨군요?

    ◆ 윤혜숙> 생후 2개월 때 저희 가족이 됐습니다.

    ◇ 정관용> 그 위에 다른 형제들은?

    ◆ 윤혜숙> 저는 지금 8살부터 20살까지 자녀 네 명, 2남 2녀 키우고 있습니다.

    ◇ 정관용> 아이고, 그러니까 위에 세 명이 있고?

    ◆ 윤혜숙> 네, 두 자녀가 세 명 있고.

    ◇ 정관용> 막내를 입양?

    ◆ 윤혜숙> 입양했습니다.

    ◇ 정관용> 세 명이나 있는데 욕심이 많으시네요. (웃음)

    ◆ 윤혜숙> 가족들이 동생을 되게 원했어요. 남편도 원하고 위에 아이들도 원하고 그런데 그 방법이 출산일 수도 있는데 저희는 이제 입양이라는 방법을 선택한 거죠.

    ◇ 정관용> 선택에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 윤혜숙> 저희가 한 20여 년 전에 네덜란드에서 수년 간 살았던 적이 있는데 그때 해외 입양인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 정관용> 아, 한국에서 네덜란드로 간?

    ◆ 윤혜숙> 네. 그런데 처음에는 저는 보고 ‘와, 잘 사는 나라로 입양이 됐으니까 참 좋겠다’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분들이랑 만나서 얘기를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느끼는 외모가 다르고 그런 것들 때문에 느끼는 자기정체성 고민을 되게 많이 하시더라고요.

    ◇ 정관용> 그렇죠.

    ◆ 윤혜숙> 그런데 그분들 중에서 그 문제를 잘 극복하신 분들은 오히려 한인학교를 찾아오고 한인 커뮤니티에 어울리려고 하시는데 그렇지 못한 분들, 정체성 문제를 해결 못하고 한국 사람도 아니고 네덜란드 사람도 아닌 그런 어려움 겪는 분들도 몇 분 봤습니다. 그러면서 ‘국내입양을 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한국에 돌아온 다음에 입양을 하신 지인이 다행히 저희는 가까이 있었습니다.

    ◇ 정관용> 아, 그래요.

    ◆ 윤혜숙> 그분을 통해서 한국입양홍보회라는 단체를 알게 되었고 입양 부모님들을 만나서 이야기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됐고 ‘아, 정말 멋있는 분들이다.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아시는 분들이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다가 그게 맞물려서 ‘아, 우리도 입양을 해 보자’ 해서 입양을 하게 됐습니다.

    ◇ 정관용> 입양을 보통 공개 입양, 비공개 입양 이렇게 나누잖아요. 지금 아이한테 알려주느냐, 안 알려주느냐 이거잖아요.

    ◆ 윤혜숙> 그렇죠.

    ◇ 정관용> 어떻게 하셨어요?

    ◆ 윤혜숙> 아이를 위해서 뭐가 좋을까를 저는 생각을 했는데요. 입양했다는 사실을 숨길 수 있다면, 영원히 숨길 수 있다면... 지금도 사실 가끔 그런 유혹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평생 숨길 수 있는 비밀이 없다는 사실 그리고 아이가 늦게 알면 알수록 그걸 받아들일 때 충격이 크다는 이야기들, 그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를 위해서 알려주어야 되겠다. 그리고 나와 아들은 입양이라는 방법으로 가족이 되었는데 사랑을 기초로 하고 진실, 신뢰를 기초로 해서 가족이 되고 싶다’ 해서 저는 어릴 때부터 아이한테 입양되었다는 얘기를 해 주었습니다.

    ◇ 정관용> 어릴 때, 언제요?

    ◆ 윤혜숙>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 그럴 때도 그러니까 우리 아이 입양하고 나서 한국입양홍보회에서 하는 그 입양 부모님 모임에 열심히 다녔는데요. 그냥 자연스럽게 입양을 많이 접할 수 있도록 해 주고.

    ◇ 정관용> 그 모임에 아이를 데리고 가서?

    ◆ 윤혜숙> 네.

    ◇ 정관용> 아, 그렇죠.

    ◆ 윤혜숙> 그래서 주변에 입양된 사람이 참 많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리고 아들한테 ‘예서야, 예서는 입양해서 엄마랑 가족이 됐어요. 이렇게 예쁜 아들이 생겨서 엄마는 좋아요’라는 얘기를 해 주었죠.

    ◇ 정관용> 알아들었나요? 그런데 못 알아듣잖아요, 그때는?

    ◆ 윤혜숙> 어릴 때는 잘 몰랐던 것 같아요. 그냥 ‘엄마, 입양 좋아요. 입양 식구 좋아요’ 이렇게 말을 했는데 한 5살 무렵부터 어느 날 오더니 ‘엄마, 예서는 입양됐죠. 형도 입양이죠? 입양이 좋잖아요’ 이런 질문을 했어요. 그런데 그 순간 저는 이제 많은 생각이 일어나면서 형과 네가 다르다는 거를 설명했을 때 우리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일까 두려움이 들었죠.

    ◇ 정관용> 그렇죠.

    ◆ 윤혜숙> 그래서 이 순간에 그냥 거짓말하고 넘어갈까? 우리 모두는 입양된 사람이야, 뭐 이런 거짓말을 하고 넘어갈까 했다가...

    ◇ 정관용> 유혹을 많이 받으셨군요.

    ◆ 윤혜숙> 네. 그런데 아들 앞에서 절대로 숨기지 않기로 제가 처음에 생각한 게 있어서 차이를 설명을 해 줬죠. ‘예서는 낳아준 엄마가 있고 그런데 입양이란 방법으로 지금 엄마를 만났고. 형은 엄마가 낳아서 가족이 되었다, 차이가 있어’ 그랬더니 다섯 살이라서 그런지 ‘아, 그래요?’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어요. 그래서 그때 제가 놀랍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는데 아이 스스로 그 문제에 대해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조금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 8살, 올 초에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아들이 ‘엄마, 나 낳은 엄마는 왜 나랑 같이 안 살아요?’

    ◇ 정관용> 그렇죠, 아...

    ◆ 윤혜숙> ‘나랑 같이 안 사니까 혹시 나쁜 엄마 아니에요?’ 이런 말을 우리 아이가 던졌어요. 제가 마음이 참 아프면서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해 주어야 될까, 입양할 당시부터 그 질문에 대해서 굉장히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해왔고 준비했던 대답이었는데.

    ◇ 정관용> 교과서가 있고 원칙이 있습니다만 어렵죠.

    ◆ 윤혜숙> 네, 실제로 말할 때는. 제 스스로도 내가 낳은 아들이야라고 믿겨질 만큼 사랑하고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데 그 순간에 가장 평안한 목소리로 ‘예서를 낳아준 엄마는 예서의 생명을 지켜준 고마운 엄마야. 그 엄마가 있었기 때문에 예서는 태어날 수 있었고 그런데 그 엄마가 굉장히 어려운 사정이 있어서 예서를 키울 수가 없었대. 그래서 다른 사람한테 우리 아이를 키워주세요, 도와주세요, 가족이 되어주세요라고 도움을 청했어. 그래서 우리가 입양을 할 수 있었고 그래서 엄마는 그 엄마 참 고맙다고 생각해’ 그랬더니 아들이 ‘아, 그렇구나. 그 엄마도 고마운 엄마구나’라고 받아들였어요.

    ◇ 정관용> 그 엄마가 있어서 지금 엄마를 만날 수 있었으니.

    ◆ 윤혜숙> 네.

    ◇ 정관용>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의식하고 인식하고 변화하고 성장하는 거겠죠.

    ◆ 윤혜숙> 네. 나이에 따라서 이해하는 정도가 다르니까 그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알려주려고요. 지금까지는 생각보다 조숙한 것 같아요, 그 문제에 있어서는.

    ◇ 정관용> (웃음) 네.

    ◆ 윤혜숙> 그런데 잘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지난 7년 동안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던 것은 뭡니까?

    ◆ 윤혜숙> 자식이 네 명이나 된다는 게, 세 명일 때도 굉장히 만족스럽고 좋았는데 아들 두 명, 딸 두 명... 이 충만함이 저를 굉장히 기쁘게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특별히 저희 넷째는 저희 가족이 가지지 못한 굉장히 따뜻한 성품을 가지고 있어요. 다른 아이잖아요. 그런데 저희한테는 그게 굉장히 감사한 순간이 참 많았습니다. 특히 시댁 어른들 같은 경우 처음에는 약간 좀 싫어하셨어요.

    ◇ 정관용> 꺼려하시죠, 어르신들은.

    ◆ 윤혜숙> 당신 아들한테 책임이 하나 더 생기는 거니까.

    ◇ 정관용> 그렇죠.

    ◆ 윤혜숙> ‘고생스럽지 않겠느냐, 굳이 해야 되겠느냐’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저희 막내가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정말 따뜻하게 ‘좋아해요, 할머니 만든 음식이 정말 맛있어요’ 이런 말들을 하니까 지금은 어머님이 제일 예뻐하시죠.

    ◇ 정관용> 엄마, 아빠랑 그 위에 형 누나들이 그렇게 또 잘 키운 거죠.

    ◆ 윤혜숙> 네, 사랑을 많이 받고.

    ◇ 정관용> 그러니까요.

    ◆ 윤혜숙> 또 사랑을 줄줄 아는 아이예요.

    ◇ 정관용> 지금 이제 어머님으로서 입양된 아들과의 대화 과정을 소개해 주셨는데 제가 방금 언급한 형이나 누나들, 그들과의 관계는 또 어떻습니까? 또 그들은 맨 처음에 동생 입양하겠다 했을 때 어떤 반응들을 보였고요?

    ◆ 윤혜숙> 동생을 워낙 원했어요.

    ◇ 정관용> 워낙 원했고?

    ◆ 윤혜숙> 네. 그래서 그 방법이 입양이어도 괜찮다라고 생각을 했고 다들 굉장히 좋아했어요.

    ◇ 정관용> 좋아했고?

    ◆ 윤혜숙> 네. 첫째 딸 같은 경우는 자기가 돼지띠인데 자기는 그냥 돼지띠, 막냇동생은 황금돼지띠, 차원이 다른... 그러면서 그러니까 12살 차이 나거든요. 그러니까 거의 엄마처럼 동생을 이렇게 돌보면서 컸고요. 셋째는 형인데 동생이 생김으로 해서 자기가 형이 됐다는 걸 엄청 뿌듯하게... 그래서 제가 간혹은 좀 안쓰러워서.

    ◇ 정관용> 실제랑 나이 차이가 조금?

    ◆ 윤혜숙> 5살 납니다. 제가 안 되어서... ‘예찬아, 너도 예뻐. 너는 귀여워’ 그러면 ‘엄마, 나는 형인데요. 귀여운 건 동생이고요. 저는 형이에요.’

    ◇ 정관용> 의젓하네요.

    ◆ 윤혜숙> 그런 마음을 주셨어요. 그래서 형제들 관계도 서로 굉장히 더 좋아진 것 같고.

    ◇ 정관용> 좋습니다.

    ◆ 윤혜숙> 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더 감사하고요.

    ◇ 정관용> 좋고 행복한 것 먼저 여쭤 보았어요. 그래도 또 어려움도 있죠?

    ◆ 윤혜숙> 음... 그냥 자식이 많으니까. (웃음) 입이 많아져서 육체적으로 힘든 것, 누구나 다.

    ◇ 정관용> (웃음)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 윤혜숙> 네, 그런 어려움들이 있는데 그래서 더 많이 고민하고 공부 많이 해야 되고 그런 부담감은 있죠.

    ◇ 정관용> 특별히 입양이라고 하는 것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등등에서 힘들거나 어려웠던 점은 없습니까?

    ◆ 윤혜숙> 특별히 많이 어려운 것은 없는데요. 아직 입양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 그래서 약간의 편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제가 늘 하거든요. 그래서 어느 순간 저희 아이들이랑 이렇게 쭉 가다 보면 눈썰미 좋으신 분들은 이렇게 저희 아이들 네 명을 보다가 ‘이 넷째는 좀 다르게 생겼네요?’ 하고 그냥 말을 던지세요. 그러면 제가 그 순간에 ‘아, 설명을 어떻게 해야 되지?’

    ◇ 정관용> 말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 윤혜숙> 네. 입양됐다는 얘기를 해야 될까 말까, 어떻게 받으실까. 많은 생각이 일어나는 것, 그게 저한테는 제일 어려운 순간인 것 같아요.

    ◇ 정관용> 말 합니까, 안 합니까?

    ◆ 윤혜숙> 상황을 봐서요.

    ◇ 정관용> 또 좀 남다르게 반응하시는 분들도 있습니까?

    ◆ 윤혜숙> 입양했습니다라고 이야기할 때요?

    ◇ 정관용> 네, 그것 듣고요.

    ◆ 윤혜숙> 대체로 앞에서는 저는 사실 그 반응도 좋아하지는 않은데요. ‘어머, 훌륭한 일 하셨네요. 참 대단하세요’ 이러시면 당황스럽죠. 그냥 자식이 한 명 더 생겼는데 그냥 ‘아, 자식이 많으시네요’ 그 정도만 반응해 주시면 좋겠는데...

    ◇ 정관용> 내가 뭐 좋은 일 하려고 한 게 아니라 내가 좋아서 원해서 하는 일인데.

    ◆ 윤혜숙> 네, 네.

    ◇ 정관용> 그런 반응들?

    ◆ 윤혜숙> 네, 부담스럽죠.

    ◇ 정관용> 그런데 올 한 해, 2014년 대한민국을 정리하면서 윤혜숙 씨를 모신 것은 사실 별로 안 좋은 사건들 때문에 모셨습니다. 유독 물론 뭐 많은 건수는 아닙니다마는 몇 건이 터졌어요. 그런 사건들을 이렇게 기사 접하고 어떠셨어요?

    ◆ 윤혜숙> 일단은 안타까운 소식들, 특별히 어린 생명에 관계된 소식을 접하면 안타깝고 슬프죠. 어느 누구라도 그럴 것 같아요, 저도 동일한 마음입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할 때 입양이란 사실이 부각되는 것이 참 슬픈 것 같아요. 통계를 저희가 찾아봤었는데 아동학대 같은 그런 사고가 일어났을 때 친생 부모에 의한 사건 비율이 입양 부모에 의한 비율보다 훨씬 높다고 합니다.

    ◇ 정관용> 당연한 얘기겠죠. 제가 생각할 때는 당연한 얘기 같아요.

    ◆ 윤혜숙> 그런데 그 사람들은 그런 소식을 들으면 ‘아, 입양이라서 그런가 봐.’

    ◇ 정관용> 그렇구나.

    ◆ 윤혜숙> ‘자기가 낳지 않아서 그랬을 거야’라는 생각을 하시고 언론에서도 특별히 보도하실 때 약간 그런 느낌을 주시면 저희로서는 슬프죠.

    ◇ 정관용> 그런데 그 사실을 언론이 보도 안 할 수 없어요. ‘입양된 아이다, 입양한 양부모다’ 이걸 보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게 일단 그렇게 글자가 찍혀나가는 순간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말씀이군요.

    ◆ 윤혜숙> 네, 편견이 강화되는 거죠. 저희 입양 가족을 출산으로 가족이 될 수도 있고 입양으로도 가족이 될 수 있는데 입양 가족은 온전한 가족으로 받아주시지 않는 일반인들의 시선이 있어서 안타깝죠. 그러니까 친생 부모가 자녀를 학대하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가...

    ◇ 정관용> 훨씬 더 많죠, 비율상으로는?

    ◆ 윤혜숙> 그런 소식을 보고서 ‘아, 저 부모는 부모들이 이 자격이 없어. 우리 앞으로 자격이 없는 부모는 자식을 낳지 않도록 법을 만듭시다’ 이렇게 말씀하시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유독 이런 입양과 관련된 사건이 생기면 ‘입양은 나쁜 것 같아. 입양을 못하도록 법을 강화해야 돼’ 입양 부모의 자격을, 저는 동의합니다. 입양 부모의 자격 강화하는 것 동의하지만 그것이 입양을 오히려 막아서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한테 기회를 뺏게 될까 봐, 안타깝고 걱정스러운 거죠.

    ◇ 정관용> 한 번만 더 생각해보면 지금 윤혜숙 씨의 이야기를 쭉 앞에 들으면서 느낀 것이지만 입양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는 분들은 다 여러 가지 고민과 고민 끝에 중요한 판단과 선택을 하고 그렇게 하시는 분들일 것 아닙니까?

    ◆ 윤혜숙> 그렇죠, 대부분.

    ◇ 정관용> 그러니까 물론 뭐 친부모와 거기서 학대를 받는 가정도 물론 예외적 경우이기는 합니다만 그런 예외성이라고 하는 비율에 있어서도 입양 가족이 훨씬 적을 수밖에 없을 거다라는 건 논리적으로 금방 추론이 되거든요.

    ◆ 윤혜숙> 네.

    ◇ 정관용> 말씀하신 것처럼 통계적으로도 입증이 되고.

    ◆ 윤혜숙> 네.

    ◇ 정관용> 그런데 기사 한 번 보면 ‘아이고, 입양 이거 문제 있네’ 이렇게 된다?

    ◆ 윤혜숙> 네.

    ◇ 정관용> 제가 반성이 막 되네요, 이거...

    ◆ 윤혜숙> 저희가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 정관용> 그리고 이런 사건들, 자녀들도 다 접하지 않습니까?

    ◆ 윤혜숙> 네.

    ◇ 정관용> 그러면 큰 아이들 세 명도 접할 것이고 꼬맹이도 접할 거예요.

    ◆ 윤혜숙> 네.

    ◇ 정관용> 어떤 반응을 보입니까?

    ◆ 윤혜숙> 그냥 저는 일반적인 이야기들로 합니다. ‘이렇게 너무 슬픈 일이 생겼어, 너무 무서운 일이 생겼어. 그런데 이런 일은 사람이 악하기 때문에 생기는 거야’라고 설명을 하고 굳이 입양과 관련지어서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 정관용> 어딜 가나 악한 사람은 있다?

    ◆ 윤혜숙> 네.

    ◇ 정관용> 그런 사건 중의 하나다?

    ◆ 윤혜숙> 네.

    ◇ 정관용> 그렇게들 다 받아들이나요?

    ◆ 윤혜숙> 네. 그러니까 친생 부모한테도 이런 일 생기기도 하는데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잘 된 가정들을 좀더 많이 소개하면 어떨까, 입양 가정 중에서도 보통 잘 살아가는 가정들.

    ◇ 정관용> 그래서 모셨습니다, 연말에. (웃음)

    ◆ 윤혜숙> 네. (웃음)

    ◇ 정관용> 그리고 조금 아까 언급하셨는데 특히 울산 사건 같은 경우에 국내 입양을 좀 촉진하기 위해서 특례법도 만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원금 제도도 생기고 또 동시에 입양 부모들 자격심사 같은 것을 하기 위해서 가정방문 같은 제도도 생기고 막 만들어졌는데 정작 보니까 ‘가정방문 같은 게 제대로 안 됐다더라. 이건 뭐 제도는 있지만 운영이 잘 안 된 것 아니냐. 그러면 이건 그냥 이 제도를 그대로 두고 운영을 철저히 감시하면 되는 거냐 아니면 제대로 더 강화해야 되는 거냐’ 뭐 이런 설왕설래 논란이 지금 생기고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 대해서 기본 입장이 어떠세요?

    ◆ 윤혜숙> 저는 법제도를 잘 다듬어야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생명에 관계된 부분이기 때문에. 그래서 과거에 있었던 입양과 관계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서 입양특례법이 만들어졌는데 사실은 그게 잘 시행이 되고 있느냐 하는 점 그러니까 울산 사건에서도 그런 점이 좀 부족하고요. 그런데 제도를 아무리 잘 만든다고 해도 그리고 제대로 시행을 하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우리가 막을 수 없는 불행한 사건은.

    ◇ 정관용> 있을 수밖에 없죠, 또.

    ◆ 윤혜숙> 네, 그런 점이 있고 그리고 특별히 지금 2012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입양특례법은 저희 입양 부모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모든 아이들은 출생신고를 해야 되는데.

    ◇ 정관용> 그렇죠.

    ◆ 윤혜숙> 결혼 상태에 있지 않은 엄마가 아이를 출생신고를 해서 자기 가족관계증명서에 올리는 일은 한국 사회에서는 굉장히 엄마한테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그래서 그 엄마들이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둔다든지 하는 상황들이 지금 많이 늘어나고 있고 그래서 그런 아이들은 입양도...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입양이 진행이 안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희 입양 부모들은 이미 우리가 입양을 했지만 아직도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한테 안타까운 마음이 있는 거예요. 어떤 입양 부모는 ‘시설에 있는 아이들이 다 내 아이 같아. 내가 데려와야 되는 아이 같아.’

    ◇ 정관용> 그런데 그 대목은 조금 논란 지점으로 남겨둡시다. 왜냐하면 또 미혼모 운동하시는 분들의 주장에 따르면 입양도 훌륭한 제도지만 ‘미혼모들이 아이를 계속 키우도록 어떻게든 사회가 지원하고 육성하고 그쪽 방향으로 가는 게 옳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출생신고제도라고 하는 것은 필요하다’ 또 이런 주장도 있기 때문에 하나의 논란점, 논쟁점으로 두고요. 오늘 여기서 정책토론 하는 것은 아니니까 다만, 입양 전 가정방문 등등 입양 가족을 제대로 좀 적절한지 심사하는 것 등등 이런 부분은 조금은 좀 강화될 필요가 있고 현재 제도라고 하더라도 철저히 현장에서 운영되는지 감시할 필요가 있다, 여기까지는 동의하시는 거죠?

    ◆ 윤혜숙> 네.

    ◇ 정관용> 그러니까 동시에 입양을 더 활성화할 수 있는 이런 것도 필요하다?

    ◆ 윤혜숙> 네, 보완책이.

    ◇ 정관용> 또 하나 여기서 꼭 여쭤보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이 이른바 지원금입니다. 울산의 경우 지원금이 갑자기 불거져서 문제가 좀 되긴 했었습니다마는 전문가들에 따르면 장애아를 입양했을 때 지원금을 주는 나라는 많아요. 장애가 없는 아이를 입양했을 때 지원금을 주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더라라고 이야기하는데, 그건 일단 맞는 얘기입니까?

    ◆ 윤혜숙> 다른 나라에도 입양이 된 아이가, 한 살 이상의 아이가 입양될 때는 지원금이 갑니다. 미국 같은 경우 소수 민족을 입양할 경우에도 지원금이 간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러니까 입양하는 모든 아이들한테 장애가 없는 아이한테도 지원금이 지금 현재에 매달 15만원 지원되는 게 있습니다. 이게 만들어진 거는 2007년도부터 시행이 됐는데 국내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 정관용> 만들어진 거죠.

    ◆ 윤혜숙> 입양을 결심하고 하려고 하는 부모님들한테 ‘빨리 하세요’라고 그분들을 격려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정책입니다. 우리나라는 보호가 필요한 아동 수에 비해서 입양하려고 하는 부모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적은...

    ◇ 정관용> 적죠.

    ◆ 윤혜숙> 그래서 그런 부모들을 독려하기 위해서 만든 정책입니다, 외국과 상황이 다릅니다.

    ◇ 정관용> 다르죠. 그리고 월 15만원이라는 게 무슨 경제적인 유인 효과가 됩니까, 사실?

    ◆ 윤혜숙> 입양을 이미 결심한 분들, 입양을 해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분들한테는 약간의 격려금은 되지만.

    ◇ 정관용> 약간의 지원.

    ◆ 윤혜숙> 네, 제가 지금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먹이고 입히고 교육시키고 하는데 15만원으로 남는다고 생각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어요.

    ◇ 정관용> (웃음) 말이 안 되죠.

    ◆ 윤혜숙> 네. 그래서 그것을 노리고 입양을 생각하는 사람은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극히 드물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하는데 언론에서는 그게 마치 아주 큼 금액인 것처럼...

    ◇ 정관용> 그 울산에 가해자가 횡설수설 하면서 그런 얘기들을 한 게 인터뷰를 나가다 보니까 이게 또 좀 오해를 좀 불러일으킨 대목이 있습니다만 지금의 우리가 갖고 있는 제도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서 무엇이 적절하고 타당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대목들이 있다’ 이 정도로 말씀을 듣고 제가 알고 있는 유럽의 뭐 몇몇 나라의 교과서에는 가족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가족은 결혼, 출산, 입양으로 구성된다.’

    ◆ 윤혜숙> 한국 교과서에도 그렇게 나옵니다.

    ◇ 정관용> 아, 그렇게 바뀌었습니까, 우리도?

    ◆ 윤혜숙> 네. 초등학교 4학년, 2학년 교과서에 나옵니다.

    ◇ 정관용> 언제 바뀌었나요, 그렇게?

    ◆ 윤혜숙> 저희도 몰랐는데 제가 이제...

    ◇ 정관용> 꽤 됐나요?

    ◆ 윤혜숙> 네. 입양을 하고 나서 저는 반편견 입양교육 강사로서 초중고등학교, 유치원, 대학교에 입양에 대해서 알려주는 수업을 하러 가는데 저도 몰랐는데 2, 4학년 초등학교 수업 신청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선생님들께 여쭈어보면 ‘교과서에 그게 나와요. 그래서 아이들한테 입양에 대해서 더 알려주고 싶어서 수업을 신청했습니다’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 정관용> 제가 미처 챙기지 못했는데 우리 교과서에는 그런 게 없고 유럽에만 있는 것... 꽤 오래 전 기억이기는 합니다마는 제가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우리도 교과서에는 들어갔군요.

    ◆ 윤혜숙> 네.

    ◇ 정관용> 들어갔을 뿐이죠. (웃음)

    ◆ 윤혜숙> 요즘 아이들은 ‘아, 그렇게 해서 가족이 될 수 있구나’ 늘 알고 있는데 단지, 이제 어른들은 거기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거죠.

    ◇ 정관용> 그래요. 연말 맞아서 오늘 윤혜숙 씨의 이야기를 쭉 차근차근 들으신 분들은 모든 것을 다 느끼셨을 겁니다. 올해 있었던 그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정리해보실 수 있을 것 같고 입양 그 자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실 수 있는 좋은 말씀 해 주셨습니다. 오늘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 윤혜숙> 고맙습니다.

    ◇ 정관용> 한국입양홍보회 회원이시고요. 7년째 입양아 기르고 있는 윤혜숙 씨의 좋은 말씀 들었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들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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