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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33살' 윤성환은 됐는데 배영수는 왜 안 됐을까



야구

    '엇갈린 33살' 윤성환은 됐는데 배영수는 왜 안 됐을까

    '엇갈린 동기의 운명' 올해 FA 자격을 얻어 삼성과 대박 계약에 성공한 우완 윤성환(왼쪽)과 두 번째 FA로 삼성을 떠나 한화에 새 둥지를 틀게 된 우완 배영수.(자료사진=박종민 기자, 황진환 기자)

     

    2010년대 최강 신화를 쓰고 있는 삼성. 그 선택은 단호했다. 팀을 대표하는 간판 우완 투수들의 계약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올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윤성환과 배영수, 33살 동갑내기의 희비가 엇갈렸다. 윤성환은 삼성과 4년 80억 원, 역대 투수 최고액에 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배영수는 삼성과 협상이 결렬돼 눈물을 뿌리며 김성근 감독과 한화의 품에 안겼다.

    지금까지 팀 기여도에서 보면 배영수가 앞섰다. 고졸로 입단한 데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으로 병역 혜택까지 받아 팀에 오래 있었다. 윤성환은 대졸인 데다 병역 의무로 두 시즌을 쉬어 상대적으로 시즌이 적었다.

    하지만 윤성환은 FA 계약에 성공했지만 배영수는 실패했다. 과연 그 차이는 어디에 있었을까?

    ▲배영수 입단부터 성골…윤성환, 늦은 출발

    삼성 입단 때부터 배영수는 이른바 성골이었다. 경북고 때부터 이름을 날린 배영수는 2000년 1차 지명으로 계약금 2억5000만 원에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에도 배영수는 삼성의 적통이었다. 배영수는 데뷔 시즌 25경기 2패 평균자책점(ERA) 6.75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하지만 이듬해 35경기 13승8패 ERA 3.77로 존재감을 알렸다. 2003년에도 다승 3위(13승5패)에 올랐다.

    '그때가 좋았지' 삼성 배영수가 2004년 정규리그 MVP에 오른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는 모습.(자료사진=삼성 라이온즈)

     

    입단 5년 차인 2004년 정점을 찍었다. 다승(17승)과 완투(4경기), 완봉(2경기)에서 1위를 차지했고, ERA도 2.61 3위에 올라 정규리그 MVP까지 차지했다. 2005년에도 승운이 따르지 않아 11승(11패)을 거뒀으나 탈삼진(147개) 1위, ERA 2위(2.86)에 올랐다. 2006년에도 ERA 2.92의 성적을 올렸고, 특히 한화와 한국시리즈(KS)에서 2승 ERA 0.87로 맹활약했다. 입단 7년 차에 5번 KS 무대를 밟아 4승을 올리며 3번의 우승을 이끌었다.

    윤성환은 사실 출발도 늦었고 데뷔 때는 배영수만큼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동의대 졸업 뒤 2004년 2차 1라운드 8순위, 1억6000만 원에 입단했다.

    그러나 꾸준히 달려왔다. 배영수가 MVP에 오른 2004년 데뷔 시즌 56경기 4승7패 1세이브 17홀드 ERA 4.48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2005, 06년 군 공백기도 잘 이겨냈다. 2007년 시즌 중 합류해 36경기 3승8홀드 ERA 1.04를 남긴 윤성환은 이듬해 선발로 인정받았다. 2008년 10승(11패) ERA 3.92를 찍었다.

    ▲둘의 운명을 갈랐던 2009년

    그런 이 둘의 운명은 2009년을 기점으로 차츰 달라졌다. 배영수가 팔꿈치 수술로 주춤한 사이 윤성환이 입지를 넓혀가기 시작했다.

    배영수는 진통제 투혼을 발휘한 2006시즌 우승 이후 토미존 수술을 받아 2007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시속 150km를 넘나들던 강속구가 사라졌다. 2008년 9승8패 ERA 4.55의 성적을 냈지만 2009년 1승12패 ERA 7.26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땐 그랬지' 2004년 데뷔 시즌 4월 16일 두산전 호투로 팀이 정한 경기 MVP에 오른 윤성환의 모습.(자료사진=삼성 라이온즈)

     

    그 사이 윤성환은 팀 간판 선발로 거듭났다. 2008년 첫 두 자릿수 승수를 찍은 윤성환은2009년에는 14승(5패)으로 다승왕에 올랐다. 2010년 3승6패 ERA 5.91로 잠깐 슬럼프가 왔지만 2011년 다시 14승(5패)을 거두며 보란듯이 부활했다.

    2012년 9승(6패)으로 잠시 주춤한 윤성환은 지난해와 올해 25승을 거뒀다. 최근 4년 동안 45승을 거뒀고 2011년부터 KS에 나와 올해까지 4승을 거두고 통합 4연패에 기여했다.

    배영수도 인간 승리라 할 만한 반전을 이뤄냈다. 최악의 2009년 이후 2010, 2011년 6승(8패)에 머물렀던 배영수는 이후 2년 연속 10승 이상을 달성했다. 2012년 12승8패 ERA 3.21로 부활한 뒤 지난해는 14승(4패)로 9년 만의 다승왕에 올랐다. 올해도 승운이 따르지 않은 가운데 8승(6패)을 올렸다.

    ▲"최근 피안타율과 WHIP를 보면 기대치가 나온다"

    하지만 올해 FA 자격을 얻은 둘의 명암은 갈렸다. 윤성환이 입단 10년 만에 팀 에이스로 인정받은 반면 배영수는 15년 만에 비애를 맛봤다.

    구단의 기준은 현재와 미래 가치였다. 윤성환은 향후 4년 동안 구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본 반면 배영수에는 기본 2년에 옵션이 2년이었다. 재차 협상에서 3+1년으로 진전이 있었지만 배영수가 15년 몸담은 팀을 떠난 결심을 하게 된 이유였다.

    삼성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기록을 살펴본 뒤 내린 결론이었다"면서 "피안타율이나 이닝당 출루허용율(WHIP)의 추이를 보면 향후 성적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배영수도 부상에서 회복돼 몸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기록에서 보이는 하락세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4년 동안 피안타율은 윤성환이 .282/.264/.259/.295 였고, 배영수는 .311/.264/.320/.314 였다. WHIP는 각각 1.32/1.21/1.20/1.37 과 1.50/1.24/1.53/1.57 이었다. 윤성환은 피안타율 2할대와 WHIP 1.20대를 유지했으나 배영수는 각각 3할대와 1.50대로 살짝 높았다.

    ▲엇갈린 운명, 내년과 4년 뒤는 어떨까

    '남는 자와 떠나는 자' 삼성은 올 시즌 FA 시장에서 윤성환(오른쪽)을 잡았지만 15년 프랜차이즈 스타 배영수를 놓쳤다. 사진은 지난 2010년 8월18일 두산과 경기에서 윤성환이 선발 배영수에 이어 마운드에 오르는 모습.(자료사진=삼성)

     

    윤성환은 최근 2년 연속 170이닝 이상을 소화해내며 토종 에이스로 맹활약했다. 승수와 ERA 등 최근 4년 동안 성적을 보면 윤성환보다 잘 던진 국내 투수는 없었다. 그만큼 견실했다는 뜻이다. 윤성환은 게다가 파워 피처가 아니라 기교파 투수로 부상 염려가 적다.

    하지만 배영수도 윤성환에 버금갈 활약을 해줄 능력을 갖추고 있다. 구속이 조금 떨어졌다지만 다양한 볼 배합과 풍부한 경험, 공격적인 투구는 여전히 정상급이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5일 CBS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여전히 10승 이상은 해줄 투수"라고 강조했다.

    사실 배영수는 이번이 두 번째 FA였다. 2010시즌 뒤 2년 최대 17억 원에 계약했다. 구단에서는 그동안 팀에 기여한 공로를 나름 인정해줬다는 평가였다. 삼성 관계자는 "배영수도 구단이 배려해준 부분에 대해 '고맙다'는 말을 했고 올해 협상 분위기도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의 성골이었던 배영수와 최근 사자 군단의 황태자로 거듭난 윤성환. 부상과 수술, 유형, 또 세월의 흐름 속에 33살 우완 정통파 투수의 운명이 엇갈리게 된 모양새다. 투수의 내년 시즌, 나아가 4년 뒤 모습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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