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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암적 존재' 발언에 이정희 '질 낮은 모략'…뜨거웠던 헌재



법조

    황교안 '암적 존재' 발언에 이정희 '질 낮은 모략'…뜨거웠던 헌재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최종 변론이 열리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 청구 심판 마지막 변론일에서는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출석해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였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정당해산을 청구한 이후 약 1년 가까이 진행된 심판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양측은 16만 7,000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증거자료와 이번 헌재 판결의 역사적 의미까지 총동원해 설득에 나섰다.

    정부 측은 통합진보당을 헌법의 자유 민주주의 질서를 훼손하는 암적 존재라고 규정하며 정당 해산을 촉구했다. 반면 통합진보당 측은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한다는 정부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가 전혀 없다며 기각이 마땅하다고 맞섰다.

    ◈ 황교안 "대한민국 정통성 부정하는 세력이 정당의 탈을 써, 헌법적 결단 내려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최종 변론에 정부측 대표로 참석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18차 변론에서는 양측 대표자와 변호인들과 총출동해 8시간 넘게 논쟁을 펼쳤다. 서울 종로구 재동에 위치한 헌법재판소 건물 앞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보수단체와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해산 찬성과 반대 시위를 이어가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녹화가 허용된 오후 변론에서 양측은 재판관과 여론 설득을 위해 PPT와 영상 등을 총동원했다.

    먼저 청구인 변론에 나선 정부 측은 대표자인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직접 나서서 통합진보당 해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첫 변론에 이어 마지막 변론에도 참석한 황교안 장관은 "통합진보당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고 대한민국을 내부에서 붕괴시키려는 암적 존재이다"며 " '진보적 민주주의', '민중주권주의'라는 미명 하에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세력이 정당의 탈을 쓰고 활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통합진보당 해산은 헌법을 파괴하려는 세력으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존립을 지키기 위한 헌법적 결단이다"고 강조했다.

    특히 황 장관은 "과거 주사파 지하조직에서 출발한 이들은, 정당에 침투하여 불법과 거짓으로 조직을 장악했고, 마침내 통합진보당을 북한 추종세력의 본거지로 만들었다"며 "통합진보당의 '진보적 민주주의'가 실제로 추구하는 것은 용공정부 수립과 연방제 통일을 통한 '북한식 사회주의'의 실현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경선과 애국가와 태극기 거부 및 내란 음모 사건 등을 일일이 열거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황 장관은 작은 개미굴이 둑 전체를 무너뜨린다는 '제궤의혈(堤潰蟻穴)'이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하며 "단순히 한 정당을 해산하느냐 마느냐의 차원을 넘어 우리의 국가 미래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이다"며 헌재의 역사적 결단을 촉구했다.

    정부 측 대리인을 맡은 정점식 서울고등검찰청 공판부장검사는 통합진보당의 역사와 세력분포, 위헌성 등을 방대한 양의 PPT를 통해 설명했다.

    정 검사는 "현재 민혁당 잔존세력들이 주요 당직과 중앙위원회를 장악해 대한민국 파괴․변혁 전략을 중앙당뿐만 아니라 시도당에서도 관철시킬 수 있는 구조가 됐다"며 "혁명적 급진 NL세력, 이념적 급진 NL세력, 지지 옹호세력, 묵인세력으로 당이 구성돼 있다"고 주장했다.

    ◈ 이정희 "의혹만으로 정당 해산시킬 수 없어. 남과 북 편가르기 멈춰야할 때"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최종 변론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반면 통합진보당은 각종 의혹과 추측만으로는 정당을 해산시킬 수 없다며 맞섰다.

    이정희 당 대표는 "국회의원과 당 대표로 일하면서 어떤 사람으로부터도 북으로부터 받은 지령이니,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며 "진보당이 일부 민혁당 잔존 세력에 조정되는 정당이라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또 "진보당의 통일방안에 따른 통일헌법으로 대한민국에 북한식 사회주의가 이식될 가능성은 현실에서는 전혀 없다. 정부의 주장은 질 낮은 모략이다"면서 "내란음모조작사건이 무죄판결을 받았는데도 정당해산청구를 철회하지 않고 해산판결을 압박하는 정부의 행동은, 정부 스스로 민주주의와 헌법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표는 "정부의 정당해산 청구만으로도 이미 상당수 국민들은 진보당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됐고 당의 지지와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면서 "진보정치에 기대를 보냈던 국민들의 실망에 책임을 통감한다. 하지만 실패했다는 것이 어떻게 강제해산되어야 할 이유가 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종북 논란에 대해서 이 대표는 "남과 북 어느 편을 들 것이냐가 한반도가 분단된 뒤 우리 민족 구성원에게 강제된 선택지였다"며 "이제 우리 앞의 선택지는 남과 북 누구 편이 아니라 평화와 전쟁 어디로 가게 할 것이냐갸 돼야 한다.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대화를 요구한 저의 어떤 말이 헌법에 위반되느냐"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최후 변론에 앞서 비정규직 노동자, 장애인, 주부 등 일반 당원들의 인터뷰 영상을 내보내며 진정성을 호소하기도 했다.

    통합진보당에서는 이 대표 외에도 7명의 변호사들이 출석해 각자의 소회와 심경을 말하기도 했다.

    이재화 변호사는 "민주노동당의 정파를 NL세력, PD세력으로 분류하는 것은 '1980년대의 그림자'이자 '운동권 동창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며 "'당장 위험해 보인다'는 이유로, '당장 불편하다'는 이유로 정당을 해산하면 너무나 소중한 것들을 잃게 된다. 진보정당 없는 민주주의는 있을 수 없다"고 신중한 판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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