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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가격으로 성공한 감자탕계의 '무형문화재'



생활/건강

    압도적인 가격으로 성공한 감자탕계의 '무형문화재'

    [한국형 장사의 신] 57년 역사를 자랑하는 돈암시장 '태조감자국'


    대한민국 식당가엔 원조 순댓국, 원조 족발 등 '원조'란 글자가 많이 들어간다. 저마다 원조를 외치지만 실제 누가 원조인지 전문가조차 판별하기 힘들다.

    그런데 57년간 감자탕을 해오고 있지만, 원조란 이름을 붙이지 않는 식당이 있다. 너무 흔해서 원조 무용론을 주장하며 '태조'라 정의하고 감자탕이 아닌 '감자국'의 이름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 돈암동 시장의 태조감자국이 그 주인공이다. 반세기를 넘게 버텨 온 비결은 반값에 달하는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이다. 이곳에선 2인 기준, 1만 1천 원 메뉴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어떻게 그 가격으로 57년을 버틸 수 있는 것일까? 서울 성북구 돈암동 시장에서 3대째 가게를 이어가고 있는 태조감자국 이호광 사장을 만나 숨은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자랑하는 태조감자국.

     


    ■ 이름이 왜 '감자국'인가?

    창업주이셨던 할아버지께서 장사하실 당시만 하더라도 지금의 감자탕은 '감잣국'이라고 불리며 서민층에서 먹던 국밥 요리였다. 그런데 이게 뼈가 조금씩 많아지면서 대중화되었고 이름도 감자탕으로 바뀌게 된 것. 특히 2대 사장이셨던 선친께서는 감자탕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는데, 감자탕계의 태조란 의미에서 '태조감자국'으로 이름을 짓게 됐다.

    ■ 인간적으로 가격이 싸다. 음식 질을 의심하는 손님은 없나?

    많다. 가격이 정말 싸니까(웃음). 오늘 우리가 보여드렸지만 우리는 수입산 뼈를 쓰지 않는다. 국산만 쓴다. 그것도 냉동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거기에 눈으로 보고 직접 재료를 사기 때문에 싱싱한 것만 고집한다. 질은 어디에 내 놓아도 자신 있다.

    대신 한 번에 많은 양을 사다 보니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우리는 그걸 가지고 다시 이윤을 많이 남기지 않는 '박리다매' 전략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

    특이한 태조감자국 메뉴 이름. 2인 기준이면 '좋~다'만 시켜도 문제없다.

     


    ■ '좋다', '최고다', '무진장', '혹시나' 이런 특이한 메뉴 이름은 누가 만들었나?

    아버지께서 만들었다. 식당을 보면 알겠지만 내부에 있는 글 대부분은 아버지께서 보고 적은 글이다. 아버지는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글 쓰시는 것을 즐기시는 분이었다. 그런 성향이 가게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흔히 감자탕집에 가면 대·중·소 이런 분류가 많다. 아버지께서 손님이 메뉴를 주문하면서 기분 좋은, 그런 이름을 원하셨다. 그래서 2인 기준 ‘좋다’에서 특대 크기인 '혹시나'까지 정하게 되었다.

    ■ 수입고기나 냉동고기를 쓰지 않는 이유가 있나?

    굳이 쓸 필요가 없는 것 같다. 국내에도 질 좋은 재료가 많지 않나? 국내에 음식자재가 없다고 하면 수입고기를 찾겠지만, 국내에도 좋은 재료가 많은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고기의 경우 급속냉동이 들어간 음식재료는 고기를 삶아도 깊은 맛이 나질 않는다. 냉장수준이 맛이 더 좋다. 물론 냉장이다 보니 살점이 적게 들어오는 때도 있다. 그런 단점을 제외한다면 국내산, 냉장고기가 훨씬 좋다.

    감자국을 먹고 난 후 볶음밥을 추가하면 저렴한 가격에 배불리 먹을 수 있다.

     


    ■ 감잣국 하나만 하는 가게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여러 요리를 하면 여러 가지 요리를 대접하고 하나의 음식이 맛이 없어도 다른 음식으로 보완할 수 있다. 하지만 단품 요리의 경우 그 집 음식 한 가지가 맛이 없으면 그걸로 끝이다. 그 외에는 다 장점이 아닐까 싶다.

    ■ 깍두기를 직접 만들고 깍두기 명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깍두기는 언제부터 만들었나?

    관심은 아니고 부모님과 함께 이 일을 돕기 시작하면서 배우게 됐다. 한 15년 정도 됐다. 내가 개발한 것도 아니고 어머니께 배운 것이다. 그게 15년 동안 기술과 내공이 쌓이다 보니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것 같다.

    식당에는 57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 돈도 많이 벌었는데 깔끔한 새 건물로 식당을 옮길 생각은 없나?

    우리가 시작한 곳이 돈암동 시장이다. 어머니께서는 이곳에 시집오셔서 평생 여기서만 장사를 하셨다. 어머니께서는 '이 터에서 끝까지 가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이곳을 떠나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기회가 된다면 다른 곳에 하나 더 해볼까 싶은 욕심이 든다. 그런데 그것도 시간이 없어서 안 될 것 같다. 여기서 일하는 시간만으로도 정신없으니까(웃음).

    ■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영업하면 힘들지 않나?

    힘들다. 개인 시간도 부족하다. 할수록 늘기는 하지만 할수록 장사가 어렵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장사라는 게 매력이 있다. 가게에 자기 시간을 투자한다고 생각하면 시간도 아깝지 않다. 선친께서 '장사는 예술이다'고 말씀하시며 일을 즐겼듯이 나도 일을 즐기고 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이어 태조감자국을 운영 중인 이호광 사장.

     


    ▶ 김유진 푸드칼럼니스트의 평가

    감자탕계의 '무형문화재'란 표현이 딱 적당할 것 같다. 이 가격에 이 정도 질을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고기의 보드라움, 국물의 진득함, 엄청난 채소 등 맛도 감자탕 교과서다. 그뿐인가? 깍두기 달인으로 꼽힐 만큼 뛰어난 칼솜씨까지 갖췄는데 손님이 몰라주면 그게 이상할 수 있다.

    ▶ 한국형 장사의 신 취재진이 전하는 '태조감자국'의 성공 비법

    태조감자국은 손님이 오고 싶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역사와 전통이 있고, 맛이 있고, 가격도 저렴하다. 시장 속 식당이다 보니 마치 손님 모두가 친구같이 느껴지는 편안함도 있다. 비록 최신식 화장실이라든지 편의 시설은 없어도 손님은 시장과 감잣국이 주는 매력에 이끌려 이곳을 찾아온다.

    ▶태조감자국 위치
    서울특별시 성북구 동소문동 5가 73-2

    만석인 서울 돈암시장의 태조감자국 모습.

     


    [YouTube 영상보기] [무료 구독하기] [nocutV 바로가기] [Podcast 다운로드]

    대한민국 직장인은 누구나 사장을 꿈꾼다. 그중에서도 요식업은 누구나 쉽게 생각하고 대박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대박 성공 확률 1%. 도대체 요식업은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지금부터 김유진 푸드칼럼니스트와 취재진이 대한민국에서 요식업으로 성공한 '장사의 신'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성공 비결을 파헤쳐보려고 한다. 요식업, 두드려라! 그럼 열릴 것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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