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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없는 '朴의 제복 사랑'… 왜?



정치 일반

    끝이 없는 '朴의 제복 사랑'… 왜?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종합청사 별관에 마련된 집무실로 출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제복 사랑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19일 출범한 국민안전처 장차관에 예상을 뒤엎고 군 장성 출신들을 임명하면서 대통령의 제복 신뢰가 어디까지 일까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

    군 출신이 외교·안보컨트롤타워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의 안전까지 책임지게 된 것을 두고 국민안전처인지, 군인안전처인지 헷갈린다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로 탄생한 초대 국민안전처 장관에 박인용 전 합참차장을 지명하고, 차관에는 이성호 전 육군 3군단장을 임명했다.

    박 장관 내정자나 이 차관 모두 군사작전의 명수라고 한다.

    박인용 안전처 장관 내정자는 지난 1996년 북한 잠수함 침투 사건을 지휘했으며, 이성호 차관은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을 지휘하며 해적을 소탕한 주역이었다.

    박 장관 내정자는 해군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해군 참모총장을 거치지 않고 대장으로 진급해 합참차장이 됐다.

    일사 분란함과 상명하복을 생명으로 여기는 군의 특성과 체질상 작전에는 군 출신의 작전 역량이 뛰어날지 모른다.

    제복의 힘이 발휘되는 분야에선 그럴 것이다.

    무기를 갖고 벌이는 군사작전과 다른 부처들이나 민간 분야와 힘을 합쳐야 하는 국민안전 문제는 엄연히 다른데도 군 출신들을 기용한 것이다.

    청와대는 "박 내정자는 3함대 사령관 시절 크고 작은 해상 사고를 접한 경험이 있어 재난 컨트롤 타워의 적임자로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가 난 진도 해상은 전남 영암의 3함대 사령부에서 헬기로 10분 남짓이면 날아갈 수 있는 거리인데도 불구하고 해군은 그 어떤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군이 민간 어선의 해난 사고에서 혁혁한 구조와 구난을 했다는 전례는 거의 없다.

    또한 국민안전처는 해난사고만 다루는 게 아닌 각종 화재와 건물·다리의 붕괴사고, 해상 안보와 안전문제까지 안전과 관련한 알파와 오메가 업무를 관장한다.

    군 출신들이 국가 인적 자원 중에서 최고 엘리트이던 시절에는 그들의 역할이 지대했으나 작금에 이르러선 군 출신들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이명박 정권에서 핵심적인 공직을 한 인사는 "장성급 군인들은 승진에만 혈안이 돼 있는 반면, 영관급 장교들은 재산 모으는 데만 관심이 많더라"며 "우리 군이 큰일 났다"고 말했다.

    오히려 국민안전처 장관 자리가 아닌 안전처 차관에 군 출신을 임명하고 장관은 군이 아닌 민간이나 정치권, 관가에서 찾았으면 중앙소방본부장과 해양경비안전본부장과도 융화가 잘 됐을 것이다.

    박인용 안전처 장관 내정자나 이성호 차관은 국민안전처에 군대문화를 심으려 할 것이고 조직이 따라오지 않으면 갈등과 분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초 야심차게 발탁한 남재준 국정원장도 국정원에 군대문화를 심으려다 조직원들의 말없는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정치권과도 마찰과 말썽만 일으키다 물러났다.

    유연성과 합리성을 무기로 지방자치단체들과,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정부 부처까지도 다뤄야 하는 국민안전처 수뇌부에 군 출신들의 대거 기용, 그것도 소방방재청과 해경을 한데 묶는 공룡부처 자리를 맡도록 한 것이 시대 역행이 아니냐는 의견이 상당하다.

    박수현 야당 대변인은 국민 안전과 안보를 구분하지 못한 인사라고 혹평을 했다.

    남북관계만 해도 북한의 도발과 생트집 때문이라고 진단하면서도 군 출신들이 외교·안보 요직을 두루 차지하면서 안보와 대결논리만으로 대처하는 바람에 꽉 막혀 있다.

    김관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이 훌륭한 군인이었을지언정 외교와 대화를 할 수밖에 없는 자리인 외교안보사령탑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 외교가의 일반적 인식이다.

    군에겐 북한은 분명한 주적이지만 외교안보 사령탑에겐 적이라는 인식과 함께 때론 대화를 해야 하는 협상의 파트너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데도 여전히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박 대통령의 제복사랑이 군 출신 인사에만 해당되지 않고 고위직 인사의 곳곳에 해당된다.

    법복을 입은 판검사 출신인 정홍원 국무총리와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황찬현 감사원장도 광의로 볼 때는 제복 출신이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며 김영한 민정수석과 우병우 민정비서관 등 청와대 민정라인 역시 공안 검사 출신의 제복들이 장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독 제복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알게 모르게 군사문화에 길들여졌으며 상명하복의 조직문화를 좋아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체질적으로 군 출신과 군인가족이거나 공안 검사 출신들을 좋아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RELNEWS:right}제복 출신들은 상명하복을 생명처럼 여기며 지시가 떨어지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성향인 관계로 박 대통령이 그들을 편하게 여기는 것도 당연하다.

    또한 그들은 밀어붙이는데도 능숙하다.

    문제는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고 너무 다양하고 다기화됐으며 이해관계가 상충한데다 얽히고설킨 안전 문제를 유연성이 떨어진 제복들이 잘 대처할 지는 미지수다.

    민간 부문의 복잡한 현안을 겪어보지 않은 무경험자들인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위기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동종교배의 한계가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에서 이미 드러나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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