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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척결'외친 조합장에게 "당신은 농협을 잘 몰라"



사회 일반

    '비리척결'외친 조합장에게 "당신은 농협을 잘 몰라"

    김순재 조합장 "비리직원 1명 징계에 38개월… 조합장들 물갈이해야 바뀐다"

    (자료사진)

     

    계란으로 바위치기였을까?

    농민운동가 출신 농협조합장은 내부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바꿔보자"며 직원들을 설득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당신은 농협이란 조직을 잘 모른다"는 비아냥이었다.

    법인카드를 멋대로 사용하는 등 비리를 저지른 직원 한 명을 징계하는데 만 38개월이 걸렸다.

    경남 창원 동읍농협 김순재 조합장.

    그는 다음 조합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김 조합장은 "이런 식으로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현직 조합장 절반 이상을 갈아치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 법인카드로 백화점에서 700만 원 쇼핑… 징계 소송에 38개월 걸려

    김순재 조합장은 지난 20여 년간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에서 활동한 농민운동가 출신이다. 각종 시위와 집회에 나선 혐의로 수차례 형사처분을 받기도 했다.

    그런 그가 지난 2010년 동읍농협 조합장 선거에 나서 당선된 것은 이변에 가까웠다.

    김 조합장은 취임과 동시에 "농협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며 개혁에 나섰다.

    특히 "내부적으로 깨끗하지 않으면, 농협은 더 이상 변화할 수 없다"며 내부비리 척결에 고삐를 당겼다.

    직원들의 부정사례를 찾아내 일일이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했다. 동시에 꾸준히 직원들을 만나면서 마음의 문을 여는 작업도 함께 했다.

    그러나 농협 내부의 변화는 쉽게 오지 않았다.

    시간외 수당 등 각종 수당의 편법 수령이나 법인카드의 부정사용 등은 '하지 않은 사람만 바보'가 될 정도로 내부비리가 만연해 있었다.

    한 직원은 한 달에 140여만 원의 시간외수당을 받아 챙겼고, 한 달에 실수령액만 800만원이 넘는 급여를 챙겨갔다.

    그는 "내부비리의 근절을 위해 직원들에게 변화를 주문했지만, '당신은 농협이라는 조직을 잘 모른다'는 내부 반발과 비아냥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 "내부비리, 윗선 바뀌어야 개혁"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김 조합장은 내부비리에 대한 강력한 대응의 본보기가 필요하다고 보고, 비리를 저지른 간부 2명에 대해 징계절차에 착수했다.

    그 중 한명은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결국 명예퇴직 처리됐지만, 또 다른 A 씨는 끝까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징계위원회가 소집됐지만, A 씨는 심신단련 휴가와 안식년 휴가, 병가 등을 내며 5개월 동안 위원회 소집을 막았다.

    징계위원회에서 해직이 결정되자, A 씨는 사측인 동읍농협을 상대로 해직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서 김 조합장은 1심에서 패하고, 항소하게 된다.

    A 씨가 "김 조합장이 법인카드로 룸살롱 등에서 수백만 원을 썼고, 여성인 자신을 탈의실에 감금, 협박했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제기했던 것이다.

    김 조합장은 이 같은 주장에 적극 대응해 모두 허위사실임을 밝혀냈고,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A 씨가 법인카드로 백화점 쇼핑 등 700여만 원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고, 김 조합장의 금융거래 내역을 불법 조회한 사실, 복무규정을 위반한 사실들이 인정됐다.

    이어 지난 3월에 열린 대법원 상고심에서 김 조합장은 최종 승소했다. 여기까지 38개월이 걸렸다.

    비리직원 한 명 징계하는데 3년하고도 2개월이 걸린 것이다.

    ◈ "이대로는 절대 안 바뀐다… 조합장 절반이상 물갈이해야"

    김 조합장은 "이 소송을 통해 농협은 이런 식으로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에 천 몇 백 개의 조합이 있는데, 해봐야 자기만 피곤해 지쳐서 죽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농협의 내부비리는 전국적인 현상"이라며 "한 사람이 해서 될 일이 아니기 때문에, 선거를 통해서 점진적이고 바뀌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내년 3월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문제가 있는 조합장 600여명은 물갈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 자신의 당선이 아니라, 좋은 조합장들이 많이 당선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김 조합장은 "좋은 후보들을 지원해서, 내년에 괜찮은 조합장이 200명 정도만 당선되면, 다시 4년 뒤엔 500명이 되고, 700명이 되고… 혁명은 안 되는 세상이니, 조금씩 나야져야한다. 선거를 통해서 그런 목표를 반드시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조합장이란 타이틀은 포기하지만, 농협 개혁의 '밀알'이 되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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