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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 천하장사 되려면 자식부터 낳아라?



스포츠일반

    씨름 천하장사 되려면 자식부터 낳아라?

    거구들의 원동력 '아버지의 이름으로'

    '뱃속의 딸과 손 안의 딸을 위해' 2014년 천하장사에 오른 정경진(왼쪽)은 아내 뱃속에서 내년 1월 태어날 딸을 위해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다짐을 이뤘다. 준우승자인 윤정수(오른쪽)는 이미 2012년 딸 주하와 함께 천하장사 꽃가마에 오른 바 있다.(자료사진=대한씨름협회)

     

    천하장사는 씨름 선수들의 영원한 목표다. 모래판 최강자, 영광의 타이틀이다. 이만기(10회), 강호동(5회), 이준희(3회), 이태현(3회), 이봉걸(2회) 등 기라성 같은 장사들이 천하장사의 칭호를 얻었다.

    우승 상금도 2억 원이나 된다. 어지간한 인기 프로 스포츠 선수의 연봉보다 많다. 부와 명예를 한 손에 쥘 수 있는 지름길이다. 매년 천하장사를 놓고 거구들이 구슬땀을 흘린다.

    하지만 이외에도 천하장사 황소 트로피를 타려는 강력한 동기 부여가 있다. 바로 '아버지의 힘'이다. 자식들에게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싶은 '아빠 장사'들이 꽃가마를 타고 있다.

    16일 'IBK기업은행 2014 천하장사씨름대축제'에서 영예의 천하장사에 오른 선수는 정경진(27, 창원시청). 백두장사만 4번 오른 끝에 마침내 생애 첫 영광을 안았다.

    대회 전 정경진은 "아내 뱃속에 있는 딸(태명 이슬)을 위해 천하장사에 오르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맹세를 이뤄냈다. 내년 1월 태어날 이슬이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됐다. 우승 후 정경진은 "지난 1년 동안 부상으로 대회도 제대로 출전하지 못했는데 고생해준 아내와 이슬이에게 모처럼 가장 역할을 한 것 같아 기쁘다"고 후련한 소감을 밝혔다.

    정경진의 결승 상대는 윤정수(29, 동작구청). 이미 2년 전 '아버지의 이름으로' 천하장사에 오른 적이 있다. 2012년 천하장사 대회에서 윤정수는 "5월 태어난 딸 주하에게 꼭 황소 트로피를 주겠다"고 다짐했고, 결국 딸을 안고 꽃가마를 탔다.

    올해는 둘째 딸 초하에게 선물을 안기기 위해 맹훈련을 했다. 그러나 첫 딸 탄생을 앞둔 후배 정경진에게 타이틀을 양보해야 했다. 그러나 결승전에서 정경진과 명승부를 펼치며 부끄럽지 않은 아빠로 제 역할을 해냈다.

    '씨름 선수 최고의 은퇴식' 황규연 현대삼호중공업 코치는 아들 윤호 앞에서 천하장사와 백두장사에 오르는 등 자랑스러운 아버지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사진은 지난해 은퇴식 때 아내, 아들과 함께 한 모습.(자료사진=대한씨름협회)

     

    90년대와 2000년대 모래판을 주름잡았던 황규연 현 현대삼호중공업 코치(38)도 '아빠의 힘'으로 천하장사에 오른 경우다. 2009년 당시 황규연은 34살 노장이었음에도 8년 만에 천하장사를 탈환했다. 황 코치는 "당시 3살이던 아들을 천하장사 꽃가마에 태운다는 생각으로 했다"고 돌아봤다.

    황 코치는 2년 전에도 추석대회 백두장사에 올라 아들 윤호와 함께 모래판에 섰다. 이후 지난해 은퇴 때는 아내, 아들과 함께 성대한 은퇴식까지 치러 더욱 뜻깊었다. 황 코치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라고 아버지로서 뿌듯함을 드러냈다.

    이번 대회 한라급(110kg 이하) 돌풍을 일으킨 이준우(34, 현대삼호중공업)도 마찬가지다. 이준우는 이번 대회 잇따라 백두급(150kg 이하) 선수들을 무너뜨리며 한라급 선수로 유일하게 4강에 올랐다.

    비록 4강전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 윤정수의 벽에 막혔지만 값진 투혼으로 박수를 받았다. 경기 후 이준우는 딸 유진(6)으로부터 최고의 아빠라는 칭찬을 받았다.

    '아빠가 최고!' 2014 천하장사 대회에서 한라장사의 투혼을 선보였던 이준우(왼쪽)는 비록 결승행이 무산됐지만 딸 유진 양(오른쪽)으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자료사진=대한씨름협회, 현대삼호중공업)

     

    최근 5년 동안 천하장사는 절반이 넘게 아빠들의 몫이었다. 2011년과 2013년 이슬기(27, 현대삼호중공업)만이 총각이었다. 씨름계에서는 "천하장사가 되려면 자식부터 낳으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흔히 운동 선수들에게 가정은 마음의 안정과 강력한 동기를 가져올 원동력이 된다. 방황했던 선수들이 가정을 통해 재기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스포츠 선수들은 일찍 가정을 꾸리는 경우가 적잖다.

    특히 부상과 부진 등 시련을 이겨낼 발판이 되기 마련이다. 자식들에게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야구 박찬호(은퇴), 이승엽(삼성)은 각각 은퇴식과 올스타전을 딸, 아들과 함께 했고, 축구 이천수(인천)는 결혼 이후 더 성숙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씨름 역시 마찬가지다. 자식은 다른 어떤 동기보다 강력한 힘을 준다. 황규연, 윤정수, 정경진 모두 부상과 노쇠를 이겨낸 원동력이 아들과 딸이었다. 피는 물보다 진하고, 아버지는 남자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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