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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MVP 잔혹사?' 10년째 무관, 오히려 축복이다



야구

    '삼성 MVP 잔혹사?' 10년째 무관, 오히려 축복이다

    '올해도 삼성 MVP는 없다?' 삼성은 최근 9년 동안 6번이나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MVP는 배출하지 못했다. 올해도 MVP는 다른 팀에서 나올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해 MVP-신인왕 시상식 모습.(자료사진=삼성 라이온즈)

     

    올해 프로야구 정규리그 최고의 선수와 생애 한번뿐인 신인왕이 가려진다.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최우수 선수(MVP)와 최우수 신인과 각 부문별 시상식이 오는 18일 오후 2시 서울 양재동 The-K 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MVP와 신인왕 후보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한국야구기자회의 후보 선정위원회가 이미 지난달 18일 발표했고, 이미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기자단 투표가 마감됐다. MVP 후보로는 강정호, 박병호, 서건창, 앤디 밴 헤켄(이상 넥센)과 릭 밴덴헐크(삼성)가, 신인왕에는 박민우(NC), 박해민(삼성), 조상우(넥센)가 이름을 올렸다.

    일단 MVP는 넥센의 집안 싸움이 예상된다. 사상 첫 한 시즌 200안타(201개) 고지를 밟은 서건창이 3년 연속 수상을 노리는 팀 동료 박병호와 첫 도전에 나선 강정호, 밴 헤켄 등에 근소하게 앞선 모양새다. 프로 출범 뒤 첫 200안타가 11년 만의 50홈런(박병호, 52개)과 유격수 첫 40홈런-100타점(117개)의 강정호, 7년 만의 20승(밴 헤켄)보다 더 높은 가치로 평가받는 까닭이다.

    밴덴헐크도 선전했으나 워낙 앞선 후보들의 기록이 화려해 명함을 내밀기 어렵다. 밴덴헐크는 올해 평균자책점(ERA) 1위(3.18)와 탈삼진왕(180개)에 올랐으나 다승(13승4패)에서 밀린다. 넥센 4명 후보들의 표가 분산된다면 기대할 만하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야구계 공통된 시각이다.

    ▲삼성 10년 간 6번 우승에도 MVP 전멸?

    때문에 올해도 삼성이 정규리그 MVP를 배출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만약 그렇다면 지난 2004년 이후 10년 연속 무관이다. 최근 4년 연속 포함, 10년 동안 정규리그를 6번이나 제패한 점을 감안하면 난해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정규리그 우승=MVP' 공식은 없다. 정규리그가 단일 시즌으로 치러진 1989년 이후 정규리그 1위 팀이 MVP를 배출한 것은 8번이었다. 나머지 17번은 2위 이하 팀에서 나왔다. 그럼에도 삼성처럼 6번 우승을 하는 동안 MVP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드물다.

    '삼성의 마지막 MVP들' 삼성은 2003년 이승엽(오른쪽)과 2004년 배영수 이후 10년 가까이 정규리그 MVP가 없었다. 올해도 수상은 다른 팀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자료사진=삼성 라이온즈)

     

    삼성은 전통적인 스타 군단이었다. 역대 MVP 최다 배출 구단이었다. 헐크 이만수 전 SK 감독(1983년)과 고(故) 장효조 삼성 2군 감독(85년), 김성래 삼성 수석코치(93년)에 이어 이승엽(5번)과 배영수(2004년)가 수상했다.

    특히 1997년부터 2004년까지는 8번 중 무려 6번이나 MVP를 가져갔다. 이승엽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있었다.

    하지만 2004년 배영수를 마지막으로 사자 MVP는 없었다. 2005년, 06년 정규리그 우승 때는 롯데 손민한(현 NC), 한화 류현진(현 LA 다저스)이 차지했고, 2011년부터 2013년까지는 KIA 윤석민(현 볼티모어), 넥센 박병호가 수상했다.

    ▲MVP는 없어도 팀은 1위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것이 삼성의 진정한 힘인지도 모른다. 어느 한 명 특출난 선수가 팀을 이끄는 게 아니라 선수들 전체가 강력함을 이룬다는 것이다. 대형 스타는 없지만 리그를 지배하는 팀이라는 것이다.

    올해 타격 타이틀 홀더는 넥센이 휩쓸었다. 서건창이 타율(3할7푼), 최다안타, 득점(135개)을 박병호가 홈런, 타점(124개), 강정호가 장타율(7할3푼9리)을 가져갔다. 삼성은 겨우 도루에서 김상수가 53개로 1위를 차지했다.

    '홈런왕 없어도 강하다' 삼성은 50홈런과 40홈런 타자는 없었으나 이승엽-최형우 등 거포와 채태인-박한이(왼쪽부터) 등 쏠쏠한 활약을 펼치는 중장거리 타자들을 앞세워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일궈냈다.(자료사진=황진환, 박종민 기자)

     

    그럼에도 삼성은 팀 타격에서는 넥센과 대등했다. 홈런에서 199개-161개로 30개 이상 뒤졌으나 득점은 841개-812로 상대적으로 차이가 적었다. 역대 최고인 3할1리를 찍은 팀 타율로 벌충했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기량에 차이가 없었다. 이승엽(32홈런 101타점)-최형우(31홈런, 100타점)-야마이코 나바로(31홈런, 98타점)-채태인(14홈런, 99타점)-박석민(27홈런, 72타점) 등 중심 타자들이 지뢰밭이었다. 여기에 박한이가 타율 3할3푼1리 80타점 83득점으로 거들었다. 넥센이 40홈런 이상 타자가 2명이었지만 삼성은 30홈런급 타자가 4명이었다.

    밴 헤켄처럼 20승 투수가 없었지만 10승 안팎의 투수가 4명이나 됐다. 밴덴헐크-윤성환(12승)-장원삼(11승)-J.D 마틴(9승)은 모든 팀이 부러워하는 10승 투수들이었다. 특급 스타는 없었어도 팀은 최강이었던 것이다.

    ▲21세기 신인왕 3명, 하위픽 신화 창조도

    여기에 주목할 것은 삼성이 최근 9년 동안 3명의 신인을 배출했다는 점이다. 삼성은 20세기 19시즌 동안 신인왕은 양준혁(1993년), 이동수(1995년) 2명뿐이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오승환(2005년, 현 한신), 최형우(2008년), 배영섭(2011년)이 나왔다.

    완성형 대형 스타가 아니라 성장형 선수들이 배출됐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특히 최형우, 배영섭은 중고 신인이었다. 최근 주목받는 삼성의 시스템 야구에 따라 선수들이 길러지고 있다는 뜻이다.

    최형우는 2002년 2차 6라운드 48순위 신인이었다. 계약금도 5000만 원이었다. 삼성과 경찰청 등 2군에서 기량을 끌어올렸다. 배영섭 역시 2009년 2차 4라운드 28순위였다. 류현진이나 김광현처럼 특급 신인이 아니라 양성된 대기만성형 선수라는 것이다.

    '트로피 대신 영광의 상처를' 삼성은 2008년과 2011년 최형우와 배영섭을 신인왕으로 배출했다. 모두 신인 지명에서 하위픽을 받은 선수들로 삼성 시스템 야구를 통해 기량이 만개했다. 올해는 신고 선수 박해민(왼쪽부터)이 신인왕급 활약을 펼쳤다.(자료사진=황진환, 임종률 기자)

     

    올해도 배영섭의 군 공백을 신고 선수 박해민이 메웠다. 올해 박해민은 타율 2할9푼7리 92안타 65득점 36도루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올해 성적은 박민우의 타율 2할9푼8리 124안타 87득점 50도루에 다소 뒤진다. 만약 처음부터 주전을 꿰찼다면 6번째 삼성의 신인왕을 진작 확정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류중일 감독은 "삼성은 2, 3군 시스템이 잘 돼 있다"면서 "부상 선수가 나와도 메워줄 선수가 많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1996년부터 이어온 경산 볼파크와 올해 개장한 'BB 아크(Baseball Building Ark)'에서 선수들이 집중 육성되고 있다.

    정규리그 MVP는 올해도 삼성에서 나올 가능성이 적다. 그러나 삼성은 통합 4연패를 이뤘고, 신인왕에 버금갈 선수가 나왔다. 진정한 삼성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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