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일본 헤이트스피치(hate speech)·혐한(嫌韓) 출판물 전시회'(새정치민주연합 최재천 의원과 재일대한민국민단 공동 주최)을 찾은 사람들이 전시된 책자들을 살펴보고 있다. (윤창원 기자)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와 혐한(嫌韓) 출판물이 일본에서 증가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환기해 보는 취지의 의미 있는 전시회가 열렸다.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1층 로비에서 '일본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혐한(嫌韓) 출판물 전시회' 개막식이 열렸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천 의원과 재일본대한민국민단중앙본부(민단)이 주최하고 국회도서관이 후원한 자리였다.
헤이트 스피치는 인종 차별적 증오 발언을 의미한다. 일본에서는 거의 재일 한국인과 조선인 등을 비하하고 공격하는 행동과 동의어처럼 돼 있다. 주로 '재일(在日)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 등 우익단체들이 중심이다.
혐한 출판물은 일본 내에서 2005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한국인에 대한 차별과 증오를 조장하는 출판물이다. 제목부터 '부끄러운 한국(恥韓論, 치한론)', '침몰하는 한국(沈韓論, 침한론)', '어리석은 한국(呆韓論, 매한론) 등 악의적인 냄새가 난다.
문제는 이러한 헤이트 스피치와 혐한 출판물이 증가하면서 한일관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재일한국인들의 신변을 위협한다는 점이다.
이날 개막식에는 최 의원을 비롯해 우윤근 원내대표,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등 국회의원들과 황창화 국회도서관장, 조규형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민단 오공태 단장, 혐한 운동 반대 1인 시위를 벌이는 다케치 잇세이(武市一成) 일본 국학원대학 교수 등이 참석했다.
최 의원은 환영사에서 "이 출판회가 자칫 다른 의도로 비춰질까 염려도 됐지만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위해서는 우선 일본 내 혐한 움직임의 실체를 알아야 하기에 이 전시회를 기획했다"며, "한일 서로가 과거를 직시하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위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1963년 인종차별에 반대했던 미국 흑인들의 워싱턴 대행진처럼 일본 시민이 작년과 올해 '도쿄 대행진'을 벌이고, 출판계는 평화와 인권을 생각해 보는 도서전을 개최하며, 일본 야당 의원도 인종차별 규제법안을 준비하고 있어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며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우리 역시 우리 안의 인정 차별과 혐일에 대해 성찰해 보자"고 했다.
유승민 의원은 "내년이 광복 70주년이자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인데, 오랜 세월 이웃한 나라의 관계가 이렇게 악화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면서 "한일 두 나라가 좋은 선린관계가 되기 위해 고민하는 전시회가 되길 바란다"고 축사를 전했다.
전시회는 16일까지 일본의 한국 비하, 차별, 선동 등 혐한 내용의 도서와 잡지 등 출판물 50여 종을 진열한다. 헤이트 스피치 동영상도 함께 상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에서 간행된 한국 관련 우호적 출판물도 나란히 전시해 일본의 양심이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