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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돈다고?"…영화계 숨통 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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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리스트 돈다고?"…영화계 숨통 쥔 정부

    문화 콘텐츠조차 자기검열 강요받는 시대…"풍토 변화 문제제기 지속돼야"

    지난달 2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부산=CBS노컷뉴스 박종민 기자)

     

    #1. "올 초부터 미운털 박힌 영화사, 창작자 등의 이름이 오른 블랙리스트가 돈다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듣고 있다."

    #2. "지난해까지만 해도 사적인 자리에서 투자사나 배급사를 만났을 때 '상업적 성과만 낸다면 민감한 영화여도 좋다'는 분위기였는데, 올 들어 갑작스레 '그거 뜰 수 있겠어요?'라는 입장으로 돌변했다."

    #3. "올해 정부 지원 펀드를 관리할 창업투자사(창투사)를 뽑는 과정에서, 정부가 최근 사회적 이슈를 담아 크게 성공한 영화에 투자했던 창투사를 높은 점수에도 불구하고 제외시킨 것으로 안다."

    정부가 영화계의 숨통을 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화계에 지원되는 정부 펀드를 앞세워 민감한 사회적 이슈가 담긴 영화 제작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계 인사들은 한목소리로 "이명박정부 들어서부터 영화를 포함해 문화계 전반에 걸쳐 자기검열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누적돼 깊이 뿌리내렸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우려는 최근 대형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가 용산참사를 다룬 영화 '소수의견'의 배급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크게 불거졌다.

    CJ 측은 "영화를 잘 개봉시키기 위해 제작사와 배급 방법·시기를 조율 중이고, 배급을 포기하는 것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뤄진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외압 또는 자기검열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비난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실제로 다수의 영화 제작자에 따르면 영화계에 대한 정부의 입김은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투자·제작·배급 단계에서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익명을 요구한 영화계 한 제작자는 "제작자들은 영화를 기획하는 단계서부터 '이 영화가 과연 투자를 얻어낼 수 있는가'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데, 정부 지원 펀드가 영화 자본을 틀어쥔 현실에서 결국 투자를 얻어내려면 정권의 성격에 따라 자기검열을 강화하게 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 영화사, 창작자에 대한 블랙리스트가 돈다는 얘기도 들리고, 최근 정부 지원 펀드를 관리할 창투사를 뽑는 심사에서 미운털 박힌 한 창투자가 높은 점수에도 탈락했다는 소식 등을 접하면 민감한 사회 이슈를 다루는 데 더욱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현재 국내 영화 제작을 지원하는 정부기구인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위원장은 공모를 통해 선임되는데, 사실상 영화계 의견을 배제한 채 상부기관에서 '일방적으로 찍어 내려보내는 구조'라는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되고있다.

    또 다른 제작자는 "기존에 시민사회단체, 영화계의 추천에 의해 구성된 기구에서 영진위원장을 뽑던 구조가 이명박정부 들어 현재 방식으로 바뀌는 바람에 영화계가 정부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 경향이 크다"며 "영진위원장을 사실상 정부에서 선임하다 보니 영화계의 의견 수렴보다는 정부 쪽 눈치를 보는 데 바쁜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로 인해 영화계 내부에서 피로감이 누적돼 왔고 뚜렷한 외압의 실체가 없을 때조차 자기검열이 전방위적으로 강화되는 분위기"라며 "정부 자금 없이는 영화가 제작될 수도, 배급될 수도 없는 환경에서 교묘하게 정체를 감춘 '보이지 않는 손'이 영화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몇 년 사이 '부러진 화살' '변호인' 등 사회성 짙은 영화들이 흥행에도 성공하면서 '이러한 영화도 시장성이 있구나'라는 인식이 널리 퍼짐에 따라 다양한 관련 아이템이 개발돼 온 게 사실이다.{RELNEWS:right}

    하지만 올 들어 이러한 분위기는 급변했다는 말이 나온다.

    모 제작자는 "올 들어 사석에서 투자·배급사 관계자들을 만나면 지난해 긍정적인 입장과 달리 '이거 뜰 수 있을까?'라는 반응이 나온다"며 "어떠한 외압이 작용했다는 특별한 근거는 없지만 그들의 돌변한 태도가 팩트라는 점에서, 상업 영화판이 강화된 자기검열에 젖어든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러한 문제는 대형 투자·배급사에다 대고 '너희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해서 해결될 차원의 것이 아니"라며 "자기검열 강요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문화계를 비롯한 사회 전반적인 풍토가 바뀔 수 있도록 끊임없는 문제제기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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