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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면밀한 일본…강 건너 불구경하는 한국



경제 일반

    주도면밀한 일본…강 건너 불구경하는 한국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일본이 지난 31일 돈 풀기 정책인 양적완화 확대를 발표하는 과정은 '주도면밀' 그 자체였다. 당장 직접 충격파를 흡수해야 하는 게 우리의 상황인데도 정부 관계자들의 태도는 '강 건너 불구경' 수준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예상치를 벗어난 '구로다 쇼크'를 시장에 주기까지 철저히 계획을 숨겼다. 구로다 총재는 양적완화 확대 발표 직전인 28일 참의원 재정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양적완화 조치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얘기했다.

    발표 당일인 31일까지 구로다 총재는 일본은행 회의시간을 길게 늦추면서까지 대외 의심을 누그러뜨렸다. 예정보다 회의가 길어지면, 해외 헤지펀드들이 추가 금융 완화 발표가 이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오후 1시가 넘어 발표된 추가 완화 조치에 해외 투자자들은 그저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이날이 금요일이었다는 것까지 감안하면, 구로다 총재가 일본의 리스크헷지를 위한 충분한 시간까지 벌었다고 볼 수 있다.

    시간을 더 거슬러 이 같은 '작전'은 이미 지난 달 중순 미국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의 직후부터 시작됐을 것이라는 게 일본 언론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일본으로 돌아온 그는 일본은행 실무진들에게 구체적인 추가 완화 준비를 지시했다. 장기국채 매입액을 30조엔 늘리고 위험자산 매입도 3배 늘리는 방안까지 담긴 '의장 제안'은 그렇게 나왔다.

    일본이 치밀하게 기획된 전격 조치를 내놓으면서 중국을 비롯한 대부분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한국은 뒤늦게 관련 영향을 살피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증권가는 엔저 현상에 따른 국내 기업의 수출경쟁력 약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수출대상국의 경기가 더 중요하다면서도 일본의 조치가 우리에게 악재라는 데는 같은 의견이었다.

    당장 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58%(11.46포인트) 하락하면서 1950선을 간신히 지켰다. 현대자동차 주가가 16만원까지 떨어지는 등 전통 수출주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자동차·부품, 반도체·장비, 기계, 화학, 에너지, 조선 업종은 달러·엔 환율 상승 시 하락 압력이 컸다"고 말했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은 "주요기업 업황이나 실적 면에서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꿀 동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기획재정부나 한국은행은 '예의주시' 이상의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은 모습이다. 이주열 총재는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현재 최대의 관심사"라며 "금융시장 여파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은 돈을 거두고 일본은 돈을 푸는 상황이라 상황이 어떻게 될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정책 카드도 마땅치 않다. 세수부족과 함께 최근 정부의 재정건정성이 지적되는 마당에 일본처럼 적극적으로 돈풀기에 나서기가 어렵고,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고된 마당에 다시 한 번 금리를 내리기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일본이 양적완화를 종료한 미국과 금리 차이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엔저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관계자들 말처럼 "어떤 방향을 취할지 고민"하기에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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