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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운노조 "돈 안주고 취업하면 잘못된 것"



부산

    부산항운노조 "돈 안주고 취업하면 잘못된 것"

    국가가 준 특권 '항만 마피아, 부산항운노조' 기획 1.

    (자료사진)

     

    부산CBS는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부산항운노조 내 암투와 비리 실태를 짚어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첫 번째로, 군사정권 때나 봤을 법한 노조 집행부의 부당한 비리 색출 작업과 그 이면을 살펴봤다.

    ◈ 금품제공 시인 안하면 "작업 못 해"

    #. 2014년 9월 말 부산항운노조 사무실

    "취업을 할 때 어떻게 들어왔는지, 정확하게 적어"

    "저는 잘 모릅니다. 돈을 준 적은 없습니다"

    "돈 준 것이 없어? 다 돈 주고 들어왔는데, 니 혼자 안주고 들어왔다고 하면 니가 잘 못된 거잖아"

    지난 9월 말 부산항운노조 사무실에서 벌어진 노조 집행부 관계자와 일반 조합원 사이의 대화 내용 중 일부다.

    조합 집행부 관계자가 모 지부 소속 한 조합원을 불러 취업을 할 당시 금품 제공 사실을 캐물으며 취업 과정에 대한 자술서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두세 달 사이 이렇게 집행부에 불려 올라가 자술서를 쓴 조합원만 20여 명에 달한다.

    이상한 점은, 금품을 제공했다고 실토한 조합원은 작업장으로 돌아갔지만 돈을 준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이들은 어찌 된 일인지 작업에서 제외됐다.

    한 조합원은 "돈을 준 적이 없다는 자술서를 쓰고 나오는데, 노조 간부가 '니는 앞으로 일 못 한다'고 말했다"며 "실제로 지부에 돌아와 보니 작업에서 제외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억울한 마음에 지부 집행부에 '왜 내가 일을 하지 못하냐?'고 물으니 '그러게 왜 사실을 말하지 않았냐?'고 되려 나를 나무랐다"고 울분을 토했다.

    불법 취업을 한 조합원을 감싸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진술을 하지 않은 정상 조합원에게는 사실상의 징계를 내린 것이다. 일반 조합원의 경우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받는다.

    ◈금품제공 자술서 쓴 자괴감에 자살도…특정 지부 길들이기?

    지난 8월 27일 오후 부산항운노조 모 지부 조합원 A(51) 씨가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A 씨는 금품 제공 사실과 관련해 조사를 받은 20여 명에 포함되어 있었으며, 금품을 제공했다고 진술한 4~5명 중 한 명이었다.

    경찰과 노조 관계자들에 따르면 A 씨는 돈을 건넸다는 자술서를 쓴 뒤 자괴감을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집행부는 이와 관련해 "강압 조사를 한 적은 없었다"며 A 씨의 자살과 집행부 조사와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노조 안팎에서는 집행부의 이 같은 조사 뒤에는 부산항운노조 27개 지부 중 가장 강성으로 알려진 특정 지부를 길들이기 위한 것 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노조는 앞서 지난 8월 고용노동청의 지도점검 결과와 내부 제보를 이유로 들며 노조 창립 34년 이래 처음으로 해당 지부 지부장을 권한정지 시키는 결정을 내린바 있다.

    A 씨를 비롯해 조사를 받았던 조합원들은 하나 같이 권한정지 된 지부장이 지부장으로 있을 당시에 항운노조에 몸을 담았거나 승진을 한 이들이어서 이 같은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한 조합원은 "항운노조 내에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집행부가 자신들의 정책에 이의를 제기할만한 하부조직을 제거하는 수순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항운노조 집행부 관계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조사는 노동청의 점검 결과에 따른 후속조치일 뿐"이라며 "조합원에 대한 강압조사나 작업정지 명령을 내린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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