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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포토맥 강변에 사쿠라가 만개한 이유는?"



미국/중남미

    "워싱턴 포토맥 강변에 사쿠라가 만개한 이유는?"

    워싱턴 벚꽃축제에 가려진 슬픈 역사(歷史)

     

    포토맥 강변이 여느해 이맘때처럼 하얀색 꽃길이 됐다.봄이 온 것이다.

    29일(현지시간) 개막된 워싱턴DC의 ''내셔널 벚꽃축제''가 올해로 96회를 맞았다.축제가 끝나는 4월 13일까지 최대 1백만명의 인파가 몰려들 것이라고 한다.

    벚꽃에 대한 엇갈린 단상

    포토맥 강변의 호수공원인 타이들 베이슨(Tidal Basin)을 따라 3.2킬로미터에 줄지어 늘어선 3,700여 벚꽃나무의 행렬은 가히 장관이다.여기에 링컨 기념관을 시작으로 제퍼슨 기념관,워싱턴 기념탑,스니소니언 박물관,국회의사당,그리고 백악관까지 이어지는 관광코스도 빼놓을 수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미국의 수도 워싱틴DC의 한복판이 온통 벚꽃세상이 된 셈이다.워싱턴DC뿐만 아니라 한국의 수도인 서울도 마찬가지다.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동작동 국립현충원도 이맘때쯤이면 벚꽃으로 물든다.공교롭게도 미국과 한국의 정치1번지를 벚꽃들이 감싸고 있는 것이다.[BestNocut_L]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벚꽃에 대한 ''정서적 알레르기''가 있다.벚꽃,이른바 ''사쿠라''가 일본의 국화(國花)라는 논란에서부터식민지배를 받았던 우리가 과연 ''벚꽃축제''까지 해야 하느냐는 주장도 있다.

    물론 벚꽃은 일본의 국화(國花)는 아니다.보다 정확히는 우리의 무궁화처럼 일본 헌법상에는 국화(國花)가 지정돼 있지 않다.

    다만 일본 황실의 상징꽃이 가을에 피는 국화(菊花)이고,사쿠라로 불리는 벚꽃은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굳이 표현한다면 ''국민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태평양전쟁 당시 가미카제 특공대원들이 벚꽃가지를 꽂고 임무를 수행한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이라는 주장도 있다.

    지난 20세기의 절반 가까운 세월동안 일제 식민통치하에 있었던 우리에게 벚꽃이 그저 보고 즐기는 꽃일 수 만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일까...축제 개막일 워싱턴DC의 벚꽃길은 봄을 시샘하는 차가운 바람에 발걸음조차 그리 가볍지만은 않았다.

    타이들 베이슨 시작 지점에서부터 일본의 석등과 ''요시노'' 벚나무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중간지점에는 일본의 탑도 눈에 들어왔다.일본의 흔적들이 뚜렷하게 미국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일본, 가쓰라 태프트 밀약 당사자 부인에게 감사의 선물

    그렇다면 포토맥의 벚나무들은 언제 어떻게 심어지게 된 것일까...

    워싱턴 DC의 벚나무에는 우리의 슬픈 역사를 생각케하는 인물이 등장한다.헬렌 태프트(Helen H.Taft) 여사다.

     



    태프트 여사는 1905년 을사늑약을 앞두고 미국과 일본이 각각 필리핀과 한국의 보호권을 인정하는 내용으로 체결한 가쓰라 태프트 밀약(The Katsura-Taft Agreement)의 당사자인 미 육군장관 윌리엄 태프트의 부인이다.

    헬렌 태프트 여사는 1907년 일본을 방문했을 때 벚꽃에 감탄했고 이후 퍼스트레이디가 된 1912년 일본으로부터 감사의 표시로 3,020그루의 벚나무를 전달받게 된다.

    태프트 여사와 당시 일본 대사의 부인이었던 친디 여사는 선린우호 차원에서 그해 3월 27일 지금의 타이들 베이슨 근처에 두 그루의 요시노 벚나무를 심으면서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물론 그 이전인 1910년에 일본에서 2,000그루의 벚나무가 도착됐지만 병균에 감염돼 전부 불에 태워지기도 했고 1937년에는 ''벚나무 폭동''으로 불리는 여성단체의 시위로 천여그루의 벚나무가 제거됐다.

    또 1941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한 데 항의하는 표시로 포토맥의 일부 벚나무들이 잘려지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8일(현지시간) ''아름다움의 이면(裏面)''(Behind the Beauty)이라는 제하의 관련기사를 통해 논란이 많았던 포토맥 벚나무의 역사를 소개했다.

    오늘의 벚꽃축제가 있기까지 워싱턴DC에 심어진 ''일본의 벚나무''에는 지난 20세기를 흘러온 역사적 편린들이 묻어있는 것이다.

     



    한편 이날 벚꽃축제가 개막된 타이들 베이슨에는 일본 관광객들의 모습이 여느 때보다 더 많이 눈에 띄었다.미국의 수도 한복판에 심어진 일본 벚나무를 감상하는 그네들의 기분은 남다를 것 같다.

    적절한 비유는 아닐지 몰라도 미국과 일본은 벚나무로 맺어진 ''특별한'' 관계속에 이미 20년전인 1988년부터 비자면제 협정을 맺었다.반면 우리의 경우는 한미 양국관계의 복원을 강조하는 지금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4월 중순 미국을 방문하는 이명박 대통령은 ''요시노 벚나무''의 꽃들이 모두 떨어진 이후에 워싱턴DC에 도착할 것 같아 왠지 다행이다 싶다.

    하지만 벚꽃이 없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에서 만일 벚꽃이 화제에 오른다면 ''요시노 벚나무''가 원래는 한라산이 원산지인 ''제주도 왕벚나무''라는 학설도 소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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