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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가 다시 보호자로?"…성폭력의 '도돌이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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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가해자가 다시 보호자로?"…성폭력의 '도돌이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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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호기간 최대 9개월… 피해자, 제2의 성폭행 위기에 내몰려

    “피고인들이 부모를 대신해 피해자를 키웠고, 피해자의 정신장애 정도에 비춰 앞으로도 이들 피고인의 지속적 관심과 도움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집행유예를 선고합니다."

    10대 지적장애 소녀를 번갈아 성폭행한 친할아버지 등 ‘패륜 일가’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법원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 사건을 맡은 검찰도 집행유예형이 선고된 패륜 일가족 사건과 관련해 항소를 결정하는 등 사건의 논란은 쉽게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보호조치가 미흡해 가해자에 의한 또 다른 2차 피해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 법원, "키운정 있어 집행유예" …네티즌 분노 폭발

    23일 청주지법 형사11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지적장애 소녀(16)를 수년간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해자의 친할아버지(87), 큰아버지(57), 작은아버지(42) 등 3명에게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또 다른 작은아버지(39)에게는 범행가담 정도가 비교적 가볍다면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친족 관계의 나이 어린 피해자를 성적 욕구해소의 수단으로 삼은 것은 패륜적 범행”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피고인들이 부모를 대신해 피해자를 키웠고, 피해자의 정신장애 정도에 비춰 앞으로도 이들 피고인의 지속적 관심과 도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점을 참작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일부 피고인들이 고령과 지병 등으로 수형생활을 감내하기 어려운 점도 고려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법원의 이 같은 판결을 두고 네티즌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인터넷 게시판에 항의의 글을 올린 한 누리꾼은 "참 한심한 나라에서 살고 있다"며 "가족이 다시 피해를 당한 소녀를 키우게 한다는 것 자체를 막아야 할 판에 양육을 위해 집행유예를 내린 결정은 앞뒤가 바뀐 판결"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마음'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도 "정말 어처구니 없는 판결이다. 판사는 정말 이같은 판결에 따른 아이의 미래를 고민해 보았는가?"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이들 가해자들이 집행유예로 풀려나 집으로 돌아왔을 때 피해자도 집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는 것. 현재 피해자 소녀는 보호시설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보호시설도 9개월 이상 머무를 수 없다.

    결국 성폭행 피해자는 집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럴 경우 '제 2의 성폭행 피해'가 심각하게 우려되고 있다.

    ◈ "가해자가 또 다시 보호자?"… 되풀이되는 성폭력

    지방의 한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김진주(가명.17세)양은 최근 난처한 일에 처했다. 꿈에서도 생각하기 싫은 집으로 돌아가야 할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김양은 지난 3월 멀쩡한 집을 나와 현재 보호시설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김양이 집을 나온 까닭은 의붓 아버지의 상습적인 성폭행 때문이다. 김양은 "어머니가 재혼한 후 부터 새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지난 3년간의 새월은 평생 씻을수 없는 고통의 연속"이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의붓 아버지의 행동에 대해 그 누구에게 털어놓지 못했어요. 집안에 가장인 새 아버지가 감옥에라도 가는 날에는 집안이 무너지니까요..."

    김양은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신고도 하지 못한채 홀로 쉼터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가닥 희망이었던 이곳 쉼터 생활을 접어야 한다.

    법적으로 정한 보호기간이 훌쩍 지나버렸기 때문이다. 사실, 김양은 8월말에 퇴소해야 했지만 3개월을 더 연장받아 11월 말까지 머무를 수 있었다,

    보호시설 관계자는 "진주(가명)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피해자들이 많다"며 "현재 법적으로 6개월이 지나면 3개월 연장을 할 수 있지만 9개월을 모두 채우면 법적으로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 보호기간 최대 9개월… 피해자, 제2의 성폭행 위기에 내몰려

    이처럼 친족 성폭력의 경우, 가족과 다시 함께 사는 것 자체가 제 2의 피해를 낳을 수 있는 여지가 많지만, 현행 규정상으로는 피해자들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현재 성폭력범죄에 처벌 및 피해자보호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보호시설에 입소한 자의 보호기간은 6월이내로 한다. 다만, 보호시설의 장은 입소한 자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시장·군수·구청장의 승인을 얻어 3월의 범위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어, 최고 9개월을 넘긴 피해자들은 집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쉼터를 찾아야 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친족성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공간분리'가 필수적인데 김양과 같이 집에 가해자가 있는 경우,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2차 범죄가 불 보듯 뻔한 독소조항"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기간 연장은 물론 피해자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지자체의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담당자는 "보호기간을 9개월을 넘길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최대 9개월까지 보호시설에서 보호하고 있으며, 성폭력에 노출된 피해자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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