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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불암 "이승만 대통령 목소리 3명 섞어 만들었죠"



연예 일반

    최불암 "이승만 대통령 목소리 3명 섞어 만들었죠"

    • 2007-10-14 00:24

    최불암② 인생은 연극이고 인간은 배우다

     

    <수사반장>의 인정 많은 박 반장, <전원일기>의 큰 느티나무 같은 아버지 김 회장 그리고 연기자 인생 40년 동안 수많은 ‘타인의 인생’을 대리한 남자. 국민배우 최불암 씨는 항상 서민의 일상으로 들어와 쓸쓸하고 팍팍한 우리들의 가슴속에 머물렀습니다.

    [BestNocut_R]무대, 스크린, 브라운관을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배우 최불암 뿐만 아니라 한 집의 가장이자, 그리움 많은 한 남자로서의 무대 밖 최불암 씨의 숨겨 둔 속내를 10월 13일 CBS 배한성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표준FM 98.1Mhz 월~토 오후 4시 5분)에서 만나봤습니다.

    ◇ 육영수 여사에게 받은 전화 한 통 “담배를 많이 태우시네.”

    ▶ 그래서 육영수 여사님이 전화하신 것도 그런 맥락이로군요.

     

    73년도였을 거예요. 집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데 집에 전화가 왔어요. 집사람이 전화를 받았는데 목소리가 점점 죽어들어 가요. 알겠습니다, 그러더니 나를 바꿔주면서 “청와대, 청와대” 이러는 거예요. 청와대 전화라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여보세요?” 그랬더니 점잖은 목소리가 “최불암 씨죠? 잠깐만 기다리세요. 여기는 부속실입니다.” 그러는 거예요. 비서실은 알겠는데 부속실은 뭐하는 곳인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전화기를 들고 있었더니 “안녕하세요? 최불암 씨죠? 저 육영수입니다.” 그러는데 제가 그때 육영수라는 말을 듣고 벌떡 일어섰어요.

    그렇게 어렵더라고요. “아유~담배를 많이 태우시네.” “옛. 4대를 설정했습니다.” 도입부에 시체를 보고 ‘범인은 바로 네 놈이야’ 이러면서 한 대를 피고, 중간쯤에 왜 이런 사건이 났나 고민하면서 한 대 태우고, 잡힐 듯 말 듯 클라이맥스에서 한 대 죽 들이키는 거죠. 그 다음에 잡고 나서 한 대 핍니다. 옛날에는 담배 피우는 게 다 연기에요. 희로애락을 담배로 표현했으니까.“그런데요. 이 양반도 최 선생님 담배 피우시는데 따라서 피워요.” 제가 담배 피울 때마다 박정희 대통령도 따라서 피우는 거죠. “이 양반이 담배를 태우는 건 괜찮은데 국민이 모두 따라서 피울 거 아니에요.” 보는 사람이 시청률이 어딘데, 다 건강도 나빠지고 정신이 피폐해지지 않겠느냐는 거예요. 같이 아픔을 겪는다는 거겠죠. “좀 줄이세요.” 하셔서 당시에 2대로 줄였어요.

    안방에서 두 분이 같이 계시다가 전화를 하신 거예요. 나 좀 바꿔줘 하시면 좋으련만, 그런 말씀은 안 하시대요. 잘 보고 있다고, 이 드라마 보면서 느낌이 많다고 하시면서 끊으시더라고요. 대통령이 보시면서 사람의 문제가 이렇구나, 국민이 이렇게 가난하구나, 산꼭대기에 사는 사람들은 이렇게 사는구나 생각 안 했겠어요? 뉴스 카메라처럼 가서 찍었으니까요. 대통령이 달동네에 가보기나 했겠어요? 갔더라도 현장감은 없었겠죠. 수사반장을 보면 민정시찰이 따로 없죠. 구석구석까지 다 보니까요.

    ▶ 수사반장이 그만큼 대통령을 비롯해서 전 국민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았는데 오히려 너무 수사반장적인 분위기로 역할이 고정되는 것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고민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말하자면 마음이 권력화 되는 거예요. 괜히 지나다니면서 기사들끼리 싸우면 차에서 내려가지고 “왜 그러는 거요? 문제가 뭐요?” 참견하기도 하고.(웃음) 진짜 반장처럼 그러기도 했는데 금방 자제가 됐어요. 이러면 안 되는 거구나 하고.그러면서 1980년도에 전원일기로 넘어가니까 그때는 양쪽에 다 했어요. 영화도 했었어요. 그러다가 나는 TV프로만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그때 했죠.

    ▶ 영화에 대한 미련을 왜 접으셨는지 궁금해요.

    영화에 남았으면 ‘예술은 길다’에 들어가는 거죠. 그런데 TV는 딱 없애버리잖아요. 자료가 없어요. 요즘에나 많아진 거지, 수사반장할 때가 88올림픽 때였는데 미국의 NBC에서 들어왔었어요. 이번에 올림픽을 치룬 나라가 10년 이상 된 드라마를 하고 있다고 저도 인터뷰를 했었죠. 우선 저는 고정프로 2개가 있었고 또 영화까지 가서 굽실거리는 게 사실 마음이 내키지 않았어요. 영화인들도 당시 상황이 많이 안 좋았고. 그래서 이건 그분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완전히 포기를 한 거죠. 그런데도 동생이라고 와서 몇 컷 해 달라고 해서 한, 두 영화가 80년대에도 있었어요. 그런 건 또 안 할 수가 없더라고요.

    ◇ 철저한 검증 속에 탄생한 ‘최불암표’ 이승만 박사

    ▶ 수사반장을 하시다가 전원일기로 넘어간 게 언제였나요?

    9년 만에 넘어갔는데 동시에 수사반장도 하면서 전원일기도 했죠. 그때는 연기자 한 사람이 3개, 4개도 할 때에요. 그러면서도 제가 또 다른 드라마도 했을 거예요. 예를 들어 80년도에 제1공화국에서 이승만 대통령 역할도 했으니까요. 그것도 내가 시간이 없는데 하라고 해서 했어요. 나는 이승만 대통령보다 머리 하나만큼 키가 더 크고 전혀 닮은 데도 없고 그분은 두상도 크고 머리카락도 별로 없고 아무튼 나하고 모양새가 전혀 안 닮았어요. 모양새 없어도 네가 해야 된대요. 왜 그래야 되느냐고 했더니 방송국에서 큰 연기자니까 큰 사람이 그 자리를 고수해 줘야지 밑에가 수평이 맞는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 역할을 했죠.

    ▶ 그런데 목소리나 행동까지 어떻게 그런 변신이 가능하세요?

     

    국립영화촬영소에서 자료를 모두 수집해 왔어요. 말투가 왜 이러신가, 몸짓은 왜 이러신가, 뒤뚱뒤뚱 걸으시는데 그걸 규명하고 나서 스스로도 대견했어요. 팔자걸음이 품위도 있으시고 카리스마도 있으시죠. 그리고 한 손으로 꼭 모자를 가슴에 얹고 걸으시고. 그런데 한 발은 정상으로 걸으시는데 한 발은 팔자가 심하세요. 그리고 한 쪽 발에 중심을 두고 걸으시니까 뒤뚱거리는 게 심하신 거예요. 이상하다...한 쪽 손도 그렇고 한 쪽 눈도 계속 껌뻑거리시고. 그때 허정 씨에게 물어봤더니 “예끼, 이 사람아.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군. 그 분이 어떻게 반신불수야?!” 그렇게 야단을 치더니 나중에 자네만 알고 있으라고 하는데 이승만 대통령이 약간 반쪽이 풍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또 한 가지 프란체스카 여사를 만나러 이화장을 늘 다녔어요. 열흘인가를 다녔는데 만나주지를 않는 거예요. 어떻게 당신 같은 광대가 이승만 박사 역할을 하느냐고 전혀 얼굴도 안 비추세요. 당시에 양아들이 있었는데 양아들의 부인이 연출하시던 김정옥 선생님의 조카에요. 그래서 그 분을 만나서 며느리를 찾아갔어요. 너희 어머니가 도저히 만나주시지를 않는다고 했더니 아시고 싶은 게 있으면 대신 말씀드리겠다는 거예요. 결국 이승만 대통령의 취미, 가정생활 등의 정보를 며느리한테 들었어요.

    그런데 그 며느리도 젊은 사람이라 잘 모르죠. 프란체스카 여사가 지금도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을 해요.애들 옷을 사면 어른 옷을 사신대요. 전부 자르고 다시 재단해서 애기한테 맞추고 잘랐던 부분을 무릎에 대고 엉덩이에 대서 다시 꿰매고, 아이들 것은 금방 떨어지니까요. 언젠가 전시할 때 가 봤는데 맨 마지막 촬영을 할 때 나와서 사진을 찍으셨어요. 대통령께서 입으신 옷을 좀 봤으면 하던 차에 옷을 스웨터를 하나 가져오셨어요. 영국제였는데 애기 옷처럼 작아요. 이걸 어떻게 입으시느냐고 했더니 물에 빨래를 해서 줄어든 거래요. 한 번 펼쳐보라고 해서 태양에 대고 펼쳐봤더니 실이 다른 실이에요. 그걸로 올 나간 곳을 전부 꿰매신 거예요. 그러면서 또 빨고 입고 하니까 자연히 줄 수밖에 없죠.물론 가난한 시절이기는 했어도 검소한 모습에서 느끼는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더라고요.

    ▶ 연기를 위해서 그런 것까지 연구하시는군요.

    연기자들은 다 그렇게 한다고 생각해요. 이어서 계속 말을 하자면 이승만 대통령의 말투가 좀 이상하시잖아요. 왜 그런가 봤더니 고향이 황해도 해주에요. 이북 말을 쓰시고 또 어렸을 때부터 신앙이 깊으셨어요. 요즘은 안 그렇지만 옛날 목사님들은 본인의 독특한 말씨가 있어요. 그거하고 황해도 사투리하고도 섞어보고 또 미국에서도 오래 사셨잖아요. 미국말은 어순이 우리말과 다르니까 “믿읍시다. 예수를, 우리 모두가” 이렇게 읽을 수 있어요. 그걸 셋을 합성해놓으니까 그게 성공적이더라고요. 독특한 억양이 탄생한 거예요.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 문장이 이렇게 되는 거죠.“반갑습네다~여러분을 만나서” 목사풍의 이북 말투에 영어문법을 가지고 하니까 되더라고요.

    ◇ 사극으로 맺은 정주영 회장과의 인연, 정치도 함께 해

    ▶ 고 정주영 회장님 역할도 많이 하셨는데 인연도 좀 특별하셨던 것 같아요.

    정주영 회장님이 사극을 참 좋아하셨어요. 한문이나 한학에 대해서는 이루 말할 수도 없었고요. 중국에 가서도 글씨를 읽다가 두 글자 빼먹었다고 지적하면 중국 사람들이 기절할 정도였어요. 정말 빠져있다고. 이 분이 초등학교밖에 못 나오셨는데 독학으로 공부하신 것 같아요. 한문에 그렇게 박식하실 수가 없어요. 사극을 하면 댁으로 초대를 하셨어요.

    ▶ 처음에 어떤 계기로 만나셨어요?

    ‘숙부인’에서 김처선이라는 내시역할을 한 적이 있는데 그걸 보시고 상당히 잘 했다고, 그걸 어떻게 분석했는지 그 얘기를 듣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내시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했거든요. 그 팀하고 이야기를 하시면서 주제가 그거였어요. 최불암 씨는 내시를 그렇게 잘 하는데 내시의 내력이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어보시기도 했어요.

    ▶ 정주영 회장님에 대해서 특별한 기억을 갖고 계실 것 같아요.

    그분을 보고 있으면 한국 사람의 정체성이라고 할까, 한국의 뿌리를 의식하게 돼요. 그래서 이런 사람을 만들어야겠다 혹은 이런 사람을 내 시대에 창출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정주영 회장님을 보고서 이게 바로 한국인이 아닌가 하는 자극을 받았던 거죠.모든 기반과 기본을 ‘땅’과 ‘아버지’ 두 개로 두시더라고요. 아버님의 교육으로 인해서 그 DNA를 그대로 받은 거예요.

    예를 들어서 아산만 간척공사 때 물막이 공사를 고철 배를 이용해서 성공시키셨잖아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냐고 물어보니까 그게 뭐 어려운 일이냐고, 그건 우리 아버지가 지푸라기 몇 개 가져가서 물꼬를 막으라고 하시는데 어떻게 막느냐고 여쭤보니 지푸라기 몇 개만 갖다놓으면 저절로 그 위에 다른 이물질이 와서 저절로 막힌다고 해요. 그때는 물꼬 막는 일이 아이들이 했던 일이었나 봐요. 그걸 생각하면 배 갖다 놓으면 저절로 막히는 거지 뭐 어려운 일이냐고, 이게 무슨 세기의 뉴스냐고, 그 놈들은 농사도 못 지어본 모양이야? 그러시는데 이 모든 것이 아버님의 말씀으로 전해들은 것을 기반으로 하셨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 정주영 회장님이 하신 말씀 중에 “해 봤어?” 이 말도 아주 유명하신 말인데요. 직접 들어보셨나요?

    간부들한테 많이 하신 말씀하셨을 거예요. 무슨 플랜트인가를 만드는데 사장단이 많잖아요. 사장단 몇 십 명이 들어와서 이야기를 하는데 이 63빌딩만한 플랜트를 어떻게 하면 사우디로 옮길 수 있는지 의논을 하셨어요. 바다 속에 집어넣어서 파이프를 깔아야 했나 봐요.사장단이 다들 이렇게 이야기를 했겠죠. 그건 영국에다 돈을 빌려오면 영국에서 좀 싸게 빌려오지 않을까요? 오나시스한테 이야기를 하면 좋지 않을까요? 했더니 이 사람아, 그 정도의 생각은 나도 벌써 했어. 어떻게 하면 돈 안 들이고 그냥 가져갈 수 있나? 이게 이익인 거예요.

    예를 들어서 1조원짜리라고 하면 나르는 비용이 5천억 정도가 되는 거죠.이 5천억을 그냥 먹자 이거에요. 그러면서 생각을 내라고 하는데 누가 제대로 생각을 내나요? 사장단에서 브리티시 어디를 다녀오면 될 것 같다고 했더니 “이 사람이, 해 보지도 않고 말이야...” 그러면서 발표를 하세요. 플랜트 4개가 사다리처럼 되어 있는데 저는 현장에 가 봤어요. 그 구멍 하나가 웬만한 빌딩 두께만 해요. 그런데 이걸 전부 양철로 막아요. 총 8군데를 막는 셈인데 그 안의 홀이 엄청나게 큰 거잖아요. 배로 끌어서 물에 한 번 집어넣어봐라, 얼마만큼 가라앉나. 왜냐하면 이게 쇳덩어리니까요. 이게 몇 미터는 가라앉는데 더 이상은 가라앉지 않았겠죠. 바로 이거다. 이 생각을 해야지. 이게 바로 우리 아버지가 가르쳐준 철학이다. 이건 국민학교 때부터 배운 거 아냐? 빈 거 막고 던지면 그 안에 물이 안 들어가니까 둥둥 뜨는 거지. 이걸 이용해서 유인선으로 끌어보라고 해서 끌어보니까 뜨더래요. 그래서 플랜트 100개인가를 사우디로 날라서 우리나라가 부자가 된 게 아닙니까.

    ▶ 최불암 선생님이 한 때는 정치를 하시기도 했는데요.

    외도죠.(웃음) 그때 정주영 회장님이 당을 만들어서 대통령에 나가시기까지는 굉장한 마음의 각오가 크셨을 거예요. 그 각오에 동조를 했죠. 그런데 사실은 처음에는 비겁하게 도망을 갔었어요. 날 도와줘야 한다고 하셔서 결국은 비서실에서 저를 찾아서 들어가기는 했는데, 나는 국회위원이 몇 명 되면 전국구가 몇 명이 된다는 것도 잘 몰랐어요. 나보고 4번인가를 주신다는데 4번이 뭔가 했어요. 도와드리겠다고 했더니 당을 돕는 순서대로 벼슬이 내리는 걸 전국구라고 하나 봐요.(웃음) 전국 나라살림을 조망할 수 있으니까 큰 도움이 됐지요.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에서 안 되는 지역을 보면 내가 그때 봤던 것이 맞구나 이런 것들, 잘 됐을 때는 행정적인 문제들이 어떤 부분에서 잘 돼서 그런 건지, 조망할 기회들이 있어서 아주 좋았어요. 처음에는 문광위위원을 했는데 그것보다는 교육이 문제에요. 교육 문제를 가지고 한 번 더 하려다가 좌절하고 말았죠.더 이상은 못해요. 이 나이에 뭘 합니까? 저는 TV가 오히려 국회의원 290명보다 더 크게 할 수 있는, 영향력이 있는 매체라고 봅니다.

    ◇ 가장 잊을 수 없는 역할로 자부심이 큰 ‘전원일기’

    ▶ 이렇게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으신 배우가 드문데 그런 면에서 본다면 국민들에게 빚이 있으신 것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남의 집 안방에 노크도 없이 막 들어갈 수 있는 힘이 있는 사람이죠. 코드만 꽂으면 그냥 나오니까요.(웃음) 그러니까 내가 보기 싫어도 그냥 봐야할 경우도 많겠고 그래서 참 조심스럽고 민감한 문제입니다. 이걸 정책적으로 각 당의 개성으로 국민들한테 잘 다가가야 하는데, 말하자면 시청률에 연연해서 이것저것 만들어서 재미로만 시청률을 높이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국민들의 내일을 걱정해 주고 아이들의 미래를 길을 열어주는 좋은 작품들이 있어야 합니다. 오락채널, 바보상자 이러면 안 되거든요. 어떻게 재미있게만 만들고 오락만 만들겠어요? 재미없어도 보게 되어 있는 게 TV이고 라디오거든요.

    ▶ 전원일기는 보는 재미도 있었고 가족애, 이웃애 등 여러 의미를 담은 거라서 수사반장과 더불어 전원일기의 인연도 대단하신 거예요.

    당시 80년도가 모든 농경사회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산업사회가 되면서 핵가족으로 분산되었잖아요. 전부 고향땅에서 사시는 분들인데 전원일기라는 드라마가 나와서 정서를 꽉 쥐고 있었던 거예요. 아버지의 자리, 또 4대가 대가족으로 사는 문제 등이 너무 그립고 마땅했던 공감대를 형성한 거죠. 그래서 전원일기가 TV드라마에서는 가장 잊혀지지 않는 역할을 했다고 자부심을 갖습니다.

    그런데 전원일기는 좀 힘들었어요. 나중에는 작가도 젊은 작가들이라서 제 역할이 70세인데 그 나이에 맞게끔 인물 활용을 잘 못했어요. 30살 먹은 젊은 작가가 70살 먹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정서를 알겠어요? 젊은 애들을 앞으로 끌어당기고 나이든 사람들은 뒷켠에 놓으니까 시청률이 자꾸 떨어지더라고요. 그리고 우리나라 어른들이 볼 드라마가 아닌 것처럼 되어 버렸어요. 이건 어른들이 봐야 하거든요. 전부 젊은 층한테 포커스를 두니까요. 젊은 아이들은 TV보다는 인터넷을 보는 세대잖아요. 우리 집 애들을 봐도 TV 안 보거든요. 컴퓨터 들여다보면서 연구하고 책 읽고 공부하는 애들인데 드라마는 2,30대 아이들을 향해서 만드니까 안 되는 거죠.

    ▶ 최불암 선생님께는 라이벌이 없다고 하던데요?(웃음)

    라이벌이 왜 없어요? 상대가 전부 라이벌이죠.

    ▶ 그동안 너무 독주를 하신 게 아닐까 할 정도였어요.

    그래서 2,3년 물러나 있었잖아요. 저도 몸이 좀 좋지 않은 것 같아서요. 방송국이 체력싸움이거든요. 해보셔서 알겠지만 이게 보통 휘둘리는 게 아니에요. 작품 하나 하자고 하면 겁부터 나요. 밤새고 지방 다녀야 하고 또 요즘은 촬영지가 광역화가 되서 저도 이번에 식객을 하는데 강원도, 경주, 영덕 3군데로 나눠서 하고 있어요. 세트는 세트대로 또 다른 곳에 있고. 그러니 반나절 가서 반나절 찍고 오는 거죠.

    ▶ 식객에서는 어떤 역할이신가요?

    우남정이라고 우리나라에서 마지막 일반 서민 음식을 하는 집인데 역대로 임금님을 섬기던 주방장이라고 할까요. 그 사람들을 ‘대령숙수’라고 해요. 숙수라는 것은 숙달된 손을 의미하고 대령은 언제나 기다린다는 뜻이에요. 기다림에 익숙한 손인 거죠.이게 모두 족보에 나오는데 그 집안에 3,4대째 있는 대령숙수의 자손입니다. 그 사람이 운영하는 큰 식당이 있는데 새로운 숙수를 찾아내기 시작하는 거죠. 그 과정에서 음식도 소개가 되고 젊은 아이들이 배우려는 의지와 그들의 암투, 그리고 레시피 등이 자기 것이 되어야 하고 갈등이 많아요. 대장금은 임금님이 잡숫는 음식이고 지금 우리가 하는 것은 현대로 들어와서 우리 고유의 선조들이 물려준 음식의 지혜, 말하자면 웰빙의 지혜를 알려주는 것이 이번 드라마인 거죠.

    ▶ 같이 하시는 분들은 어떤 분들이세요?

    김래원, 남상미 이런 후배들이 참여하고 또 그 위에 출연자들이 많습니다.

    ▶ 개인적으로 취미생활을 하실 시간이 있으신가요? 여행을 즐기신다는 말도 있던데요.

    여행은 촬영하면서 가잖아요.(웃음) 그리고 외국 나가고 싶은 건 시간이 허락하지를 않고요. 취미생활을 이만큼 살아오면서 잘 찾지 못하니까 취미가 깊지 못해요. 겉돌고 말죠.

    ◇ 분장 지울 때 내 얼굴이 나와...나를 찾는 묘한 시간

    ▶ 저는 배한성으로 산 게 아니고 밤낮 라디오 드라마나 외국 영화의 주인공으로 살아서 가짜 삶을 산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최불암 선생님은 훨씬 더 하실 것 같아요.

    책 서문에도 그런 이야기를 넣었는데 모건 프리먼이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스타를 보려면 그 사람의 개인 생활까지 포함해서 보고 진짜 연기자를 보려면 화면이나 마이크 앞에서 움직일 때 봐야 한다고, 그 사람의 인간이 다 거기에 있다는 거거든요. 그래서 사생활이야 어떻든 간에 우리는 마이크와 TV에 운명을 맡겨야죠.

    ▶ 배우는 분장을 지우면서 장면이나 대사를 좀 다르게 할 걸...하는 후회를 한다고 하던데요.

    지울 때 서운하죠. 들어갈 때는 분장 다 하고 의상 입고 나 아닌 제2의 인물로 바꿔서 들어가는 거거든요. 거울보고 인사하죠. 최불암은 여기서 쉬고 있어라 하고. 예를 들어 수사반장은 스튜디오에 들어가서 수사반장이다, 하루 종일 수사반장을 하는 거죠. 거기서부터 스튜디오에 들어갈 때까지 모든 행위가 수사반장으로 봐야죠. 다 끝나고 스튜디오를 나오면 분장지울 때 그런 정서가 있겠죠. 내 것을 찾아왔구나, 내가 여기에 있구나 하고 하나하나씩 흰 머리를 지우면 검은 머리가 나오고 또 주름살을 지우면 내 얼굴이 나올 때 묘한 자기를 찾는 시간이라고 할까? 묘한 걸 느끼죠. 섭섭하기도 하고.

    ▶ 부부싸움도 하세요?

    부부싸움 하죠. 그런데 요즘 나이 들면서 부부싸움 안 한지가 꽤 오래 된 것 같아요. 안 한지가 20년쯤 되나?(웃음) 안 하니까 사랑이 없는 것 같고 가끔 속으로는 싸울 수가 있겠죠. 이 사람은 이런 말을 하나 하고요. 가끔 붙기도 해야죠.(웃음)

    ▶ 앞으로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 한 말씀 해 주세요.

    바람이 있다면 제가 몸담고 있는 TV가 잘 돼야 되고 또 후배가 잘 해야 하는데 요즘 너무 스타덤에 매달리고 좋은 연기자들이 일을 못 하고 있는 형편이에요. 너무 물질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TV는 어쨌든지 간에 자신을 잘 정화해서 들어가야 하는 전파매체지만 그래도 이 매체를 이렇게 보게 됩니다. 나쁜 생각을 갖고 있으면 언젠가는 나쁜 게 들키게 되어 있고 가식과 위선과 거짓이 있으면 안 되는 거라고. 정말 자기 몸 바쳐서 영혼과 생명을 내가 어떤 역할을 맡든지 그 사람에게 완벽하게 맡겨서 가야 된다는 거, 늘 하는 이야기지요.

    (표준 FM 98.1MHz 월~토 오후 4시 5분, 정리=박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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