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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의족이 부러졌다면 신체 부상에 해당할까?



장애인의 의족이 부러졌다면 신체 부상에 해당할까?

  • 2014-10-15 09:46

[화제의 공익법 판결] 아파트 경비일을 하면서 눈을 치우다 넘어져 오른쪽 의족이 파손된 A씨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던 A씨는 2010년 12월 28일 아파트에 쌓인 눈을 치우다가 넘어져 오른쪽 의족이 파손되는 사고를 당했다. 1995년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쪽 무릎 위에서 다리를 절단한 후 착용해왔던 의족이 부서진 것이다.
A씨는 아파트 경비원의 업무인 제설작업을 하다가 다리에 슬부좌상을 입고 오른쪽 의족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 것이므로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재해를 이유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0조 상의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신청에 대하여 왼쪽 다리의 슬부좌상에 대하여는 요양급여를 인정할 수 있으나, 오른쪽 의족은 신체의 일부라고 볼 수 없어 의족의 파손은 신체의 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을 하였다.

의족을 신체의 일부로 볼 수 있을까?

A씨가 신청한 요양급여란 산재 사고가 났을 때 치료에 필요한 의학적 조치에 필요한 비용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이 사건의 경우 아파트 주민들은 주민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였고, 결국 A씨는 우선 자신이 300여만 원을 마련하여 의족을 새로 구입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선 지급한 오른쪽 의족구입비 300여만 원도 왼쪽 다리의 치료비와 마찬가지로 요양급여에 해당하므로 지급해달라고 청구하였지만 근로복지공단은 거부한 것이다.
이때부터 A씨는 의족구입비를 받기 위한 3년여의 긴 법적 다툼에 들어간다.
A씨는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에 불복하여 서울행정법원에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의족은 신체의 일부가 아니라는 근로복지공단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었다. A씨는 이에 항소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 역시 ‘부상의 사전적 의미는 신체에 상처를 입는 것’이고 의족은 신체 일부가 아니므로 ‘부상을 수반하지 않는 의족만의 파손을 부상의 범위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또, 서울고등법원은 요양급여의 범위에 포함되는 보조기 또는 재활보조기구의 지급은 업무상 사유로 신체의 일부나 기능이 상실된 경우에만 해당한다고 하여 A씨처럼 이미 착용하고 있던 보조기가 업무상 사유로 파손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업무상 부상으로 인한 보조기 또는 재활보조기구의 지급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과연 A씨의 오른쪽 다리를 대체하고 있던 의족을 A씨의 신체 일부로 볼 수 없는 것일까?

의족의 신체 대체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

A씨는 1심과 2심에서 계속적으로 의족은 신체의 일부가 아니므로 부상을 당한 것이 아니라는 판단을 받았으나 포기하지 않고 대법원에 상고했고 법원은 이에 화답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과는 달리, 현재의 의학기술수준으로는 의족을 신체에 직접 장착하기 어려워 의족 착용 장애인들에게 의족은 기능적 물리적으로 신체의 일부인 다리를 ‘사실상 대체’하고 있다는 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해석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한 부상의 대상인 신체를 반드시 생래적 신체에 한정할 필요는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하여 원심의 판결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또한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피고인 근로복지공단은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복귀라는 설립목적의 달성을 위해 장애인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재활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의무가 있음을 명백히 하였다.

대법원의 판단이 원심과 달랐던 이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상 요양급여에 대한 법 문언의 해석을 달리하는데 기인하는 것이지만, 근본적으로는 헌법상 평등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금지라는 중요한 원칙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판결에서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의 실현을 목적으로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라고 한다.)을 언급하였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1항 제2호는 장애인에 대하여 형식상으로는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지 아니하지만 정당한 사유없이 장애를 고려하지 아니하는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를 초래하는 경우도 역시 장애인에 대한 차별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 조항을 언급하여 원심에서 법 문언대로의 해석을 한 것이 장애인에 대한 직접적인 차별은 아니지만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해석으로 인해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근로자인 장애인이 신체 일부를 사실상 대체하는 보조기구가 업무 수행 중 파손되는 사고를 겪은 경우에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보호를 누릴 수 있게 함으로써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평등한 적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는 복지소외계층의 권리행사를 돕고, 다양하고 실질적인 법률구제의 토대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문의 164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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