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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이그 내쫓으라고?" 다저스가 실패한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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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이그 내쫓으라고?" 다저스가 실패한 진짜 이유

    '나를 내보내라고?' LA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 구단임에도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하는 아픔을 겪었다. 일각에서는 야시엘 푸이그 등 개성이 강하고 자존심이 센 선수들을 한데 묶지 못하는 리더십 부재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자료사진)

     

    2년 연속 가을야구를 씁쓸하게 마감한 미국 프로야구 LA 다저스. 1988년 이후 월드시리즈(WS) 정상을 노렸지만 2년 연속 '가을 좀비' 세인트루이스(STL)의 벽에 막혔다.

    올해 실패 원인은 대체로 불안한 불펜 탓으로 꼽힌다. STL와 내셔널리그(NL) 디비전시리즈(DS)에서 승부처마다 불펜이 결정적인 실점을 한 탓이다.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돈 매팅리 감독의 투수 운영도 불펜을 믿을 수 없어 생긴 것이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올해 다저스의 경기력은 메이저리그(MLB) 최고 연봉팀이라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2억3500만 달러(약 2500억 원), MLB 역사상 팀 최고 연봉을 갈아치웠지만 이룬 것은 겨우 NL 서부지구 우승이었다. NL 승률 1위도 아니었다.

    지난해 실패를 딛고 26년 만의 WS 우승에 나섰던 다저스. 올해도 성공이라 하기에는 아쉬움이 남았던 진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다저스? 예전 LG 트윈스 보는 듯"

    전문가들은 다저스의 모래알 조직력을 꼽는다. 스타급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이들의 경기력은 연봉의 합산보다는 크게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개인의 능력은 출중하지만 정작 팀의 퍼포먼스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송재우 메이저리그 전문 해설위원은 "다저스를 보면 지금이 아닌 암흑기의 LG 트윈스가 떠오른다"고 했다. 한 마디로 "잘 하는 선수가 많은 팀이지 잘 하는 팀이 아니다"는 것이다. 선수들에 대한 기대치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난 적응 잘 하고 있는데...' 류현진은 2013시즌을 앞두고 LA 다저스에 합류해 2년 연속 3선발로서 제몫을 훌륭하게 해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급조된 팀인 까닭이다. 다저스는 마크 월터와 그의 구겐하임 그룹이 구단주가 된 이후 최근 2년 반 동안 적극적으로 선수들을 사왔다. 2012년 잭 그레인키와 애드리언 곤잘레스, 칼 크로포드 등 연 평균 연봉 2000만 달러가 넘는 데려왔다. 유격수 핸리 라미레스도 이 시기에 합류했다.

    여기에 2013시즌을 앞두고는 류현진과 야시엘 푸이그(쿠바) 등 다국적 선수들이 가세했고, 시즌 중에는 브라이언 윌슨이, 시즌 뒤에는 댄 해런 등이 영입됐다. 이들은 이제 팀의 주축들이다.

    하지만 다양한 루트를 통해 팀이 구성된 만큼 조직력에 대해서는 의문점이다. 선수들끼리 팀 워크를 통한 시너지 효과는 마이너스나 다름 없었다. 출중한 기량을 갖춘 선수들, 본인의 능력으로 이 정도 성적을 냈다고 봐야 한다. 송재우 위원은 "전력으로만 보면 WS 우승에도 전혀 손색이 없는 팀"이라면서도 "하지만 선수단 전체의 능력이 80% 정도만 나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같은 NL의 STL이나 지구 라이벌 샌프란시스코(SF)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송 위원은 "STL과 SF의 별명은 각각 '좀비'와 '바퀴벌레'다. 그만큼 끈질기고 끈끈하게 생명력을 유지해간다는 뜻"이라면서 "팀 연봉에서 다저스와 비교가 되지 않지만 이들은 100% 전력 이상을 뽑아내는 무언가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게 바로 팀 워크다. 송 위원은 "올해 다저스가 7회까지 뒤진 경기를 뒤집은 게 딱 1번 있었는데 90승 이상 팀이라면 적어도 6~7번은 나왔어야 했다"고 말했다.

    ▲"진정한 팀 리더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

    '커쇼야, 내가 하리?' 다저스는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왼쪽)와 주포 애드리언 곤잘레스 등이 투타에서 제몫을 해줬다. 그러나 팀 리더로서는 투수와 이적생이라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자료사진=다저스 트위터, 노컷뉴스)

     

    조직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원인은 또 있다. 바로 팀 리더의 부재다. 몸값이 높고, 그래서 자존심이 센 선수들을 하나로 묶을 구심점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는 감독도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다저스의 리더가 될 만한 선수는 현존 최강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26)다. 하지만 풀 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지는 6년째로 아직 경험이 다소 부족하다. 클럽하우스의 우두머리가 되려면 2~3년은 더 필요하다. 여기에 매일같이 경기에 나서는 야수가 아닌 점도 애매하다. 중심타자 곤잘레스는 이적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나서는 성격도 아니다.

    그렇다면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 외야수 맷 켐프(30)가 제격이다. 그러나 2011년 몬스터 시즌을 보낸 뒤 부상과 수술 등으로 성적이 좋지 못해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

    올해 반짝 부활 기미를 보이긴 했으나 팀 내 치열한 외야 경쟁에 자리 보전을 더 신경써야 할 처지였다. 그러다 보니 개성이 강한 선수들이 제멋대로 행동하게 되고, 제대로 한데 묶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럴 때는 빠르네?' 다저스의 악동 듀오 핸리 라미레스(왼쪽)와 야시엘 푸이그.(자료사진)

     

    한 다저스 직원의 불평이 구단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송 위원은 "미국 현지에 있을 때 구단 직원이 '푸이그를 트레이드시켜야 한다'고 말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푸이그는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해 올해 대표 선수로 거듭난 스타다. 올해 유일하게 다저스에서 팬 투표로 올스타전에 나선 선수다.

    하지만 클럽하우스 분위기에는 도움이 크게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송 위원은 "푸이그는 경기장에서는 호쾌한 장타와 적극적인 수비, 주루 플레이가 인상적"이라면서 "하지만 훈련에 거의 매일 지각하거나 음주, 난폭 운전 등으로 파장을 일으켜 '자기 멋대로 하고 팀 플레이어로서는 0점'이라는 게 구단 직원들의 시각"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팬들에게 인기가 높아 티켓과 유니폼 판매 등을 위해 구단에서는 쉽게 대응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현지 언론에서도 푸이그의 성숙하지 못한 행동은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송 위원은 "뉴욕 양키스도 지금의 다저스를 능가하는 스타 군단이었지만 데릭 지터라는 주장이 있어 제이슨 지암비도 따를 정도의 리더십을 보였다"면서 "라이벌 보스턴 역시 제이슨 베리텍이라는 캡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 80년대 뉴욕 메츠, 70년대 오클랜드 등은 팀원끼리 치고 받고 싸워도 승리를 위해서는 뭉쳤다"면서 "하지만 다저스는 확실한 리더도, 팀을 위한 충성심도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헛돈 쓰는 수뇌부, 선수 안 믿는 감독도 문제"

    '나, 내년에도 있어요' LA 다저스의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 무산을 위해서는 돈 매팅리 감독이 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다.(자료사진)

     

    구단 수뇌부들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특히 네드 콜레티 단장과 매팅리 감독의 선수단 운영과 지도력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먼저 콜레티 단장은 천문학적인 돈을 쓰면서도 2년 연속 불펜 보강에 실패한 점이다. 최강 3선발은 구축했지만 뒷문이 헐거워 2년 연속 쓴잔을 마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외야진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투자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지적이다. 송 위원은 "불펜 보강을 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이 돌아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매팅리 감독의 지도력은 연일 현지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특히 NLDS에서 투수 운용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너무 커쇼에 의존한 데다 불펜 투수들을 적절히 쓰지 못했다는 것이다.

    송 위원은 "매팅리 감독은 현지에서도 절대 떨어지는 평가를 받을 사령탑은 아니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뛰어난 감독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무엇보다 선수들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는 것이다. 송 위원은 "불펜이나 대타들로 하여금 '감독이 나를 믿는다, 안 믿는다' 하는 생각을 너무 확연하게 드러나도록 운영을 한다"면서 "교체 타이밍이 너무 표가 나기 때문에 선수들의 충성도가 떨어지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단적인 예가 커쇼다. STL와 NLDS에서 너무 커쇼를 믿고 가다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특히 커쇼가 3일 휴식 뒤 등판인 4차전에서 투구수 100개에 이른 상화에서 밀어붙였다가 역전 3점 홈런을 맞는 대형사고가 터졌다.

    일단 다저스는 현 선수단 전력을 유지한 채 내년 다시금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송 위원은 "지난 2년 반 동안 투자한 게 있기 때문에 재편보다는 한번 더 걸어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인 것 같다"면서 "단장 경질설 등은 지켜봐야 하겠지만 스토브리그에서 불펜을 보강하고 외야진과 유격수 핸리 라미레스 등을 정리하는 움직임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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