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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새학기 '학부모 설명회' 풍경



미국/중남미

    美 새학기 '학부모 설명회' 풍경

    • 2014-10-06 14:30

    [미국은 지금]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9월부터 1학기가 시작되는 미국은 요즘 한창 새학기 학부모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으레 새학기마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듯 이곳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참석을 요청하는 이메일이 여러차례 날아왔고 또 낯선 학사 일정과 교육 방식을 이해하는 좋은 기회일 듯 싶어 설명회를 찾아가봤다. 역시 한국과는 많이 달랐다. 제도와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무엇이 더 좋다거나 효과적인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은 측면이 있지만 그래도 서울에서의 경험과 비교할 때 인상적인 것들이 몇가지 있다.

    우선 미국의 학부모 행사는 밤에 열린다. 명칭도 '새학기의 밤'(Back to School Night)이다. 보통 저녁 6시 30분 전후로 시작하기 때문에 일하는 엄마들이 참석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어 보였다. 엄마 뿐 아니라 아빠들도 대거 참여한다. 대충 훑어보니 거의 학생 수 버금가게 부모들이 참석한 것 같고 이 가운데 아빠들이 40%쯤 될 듯 싶다.

    사실 서울에서 일하는 엄마가 학부모 모임에 가기는 참 쉽지 않은 일이다. 대부분 오후 시간대에 열리기 때문에 직장에서 학교까지 오가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아예 하루 휴가를 내든지 아니면 참석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또 어렵사리 참석하더라도 같은 학교에 형제나 자매가 동시에 다니고 있다면 적당히 시간을 배분해 양쪽에 눈도장을 찍어야 하는 번거로움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카운티 교육청별로 초중고 학교별로, 또 학년까지도 겹치지 않도록 각각 다른 날짜에 설명회를 실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와 학교에 관심만 있다면 학교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두번째 흥미로웠던 것은 아이가 듣고 있는 모든 과목의 담당 교사를 만나 학습의 목표와 평가 방식, 그리고 교육 철학까지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중고등학교는 학생들이 매 교시 각각의 교실로 이동해 수업을 진행하는데 학부모 설명회 역시 교실로 찾아가 교과 담당 교사의 수업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단 이날 수업은 10분간, 교사는 프리젠테이션이나 인쇄물을 통해 최대한 압축적으로 자신의 수업을 설명하고 질문도 받는다. 예체능 과목도 마찬가지다. 예를들어 큰 아이가 듣고 있는 선택 과목 '사진'의 경우 담당 교사는 사진을 촬영하고 인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회복능력(self resilience)를 키우는게 학습 목표라며 설득력 있는 프리젠테이션을 선보여 학부모들을 사로 잡기도 했다.

    또 작은 아이가 듣고 있는 '창의적 글쓰기' 수업의 경우 교사는 자신의 수업 목표가 멋진 글이나 긴 글을 쓰는게 아니라 단 한 줄이라도 남과 다르게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은 일기 쓰는게 수업에 도움이 되는지, 이런 수업이 무엇에 도움이 되는지 등을 질문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수업의 목표와 방향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기에는 충분했다.

    개인적으로 서울에서 학부모 설명회에 참가했을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주로 학교에서 지켜야할 규칙과 지키지 못했을 때 받게 되는 벌점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뤘던 것 같다. 물론 담임 교사의 교육 철학과 학생 지도 방식을 설명 듣는 시간은 있지만 교과목 별로는 별다른 설명을 듣거나 직접 만났던 기억은 없다.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모든 교사가 자신의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 등 연락처를 알려주면서 언제든지 궁금한 사항이나 의견이 있으면 연락해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이었다. 담임 교사(카운셀러) 뿐만 아니라 모든 과목의 교사가 학부모들과 직접 연락을 주고 받는게 당연하다는 모습이었다.

    설명회가 끝나갈 무렵 인사 치레로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 드리겠다"는 내 말에 한 교사는 "우리는(교사와 학부모) 서로 도우면서 발전한다"며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서울에서는 담임 교사 이외의 연락처를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만큼 이런 분위기는 낯설기만 하다. 또 실제 학부모가 연락하면 귀찮아하지는 않을까 궁금해 지역 대학에서 강의하는 지인에게 물어봤다. 정말 학부모가 사소한 문제로 교사들에게 연락하면 싫어하지는 않느냐고…답은 이랬다.

    "미국의 학교들은 정말로 부모의 참여를 이끌어내려고 애를 쓰고 있고 학부모를 아이 교육의 동맹군으로 여기고 있다. 부모의 참여를 이끌어내려는 학교 분위기를 부담스러워하는 부모들도 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고 뭔가 이해 안되는게 있으면 무조건 교사에게 연락해봐라. 답이 나올 것이다"

    솔직히 아직은 '답'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은 안 한다. 또 미국 교육 전반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평가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뭔가 해보려는 의지는 분명하게 느껴진다. 부모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를 통해 좀 더 나은 교육을 해보려는 의지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학부모 설명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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