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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167일만의 합의.. '불신.정치력 한계' 절감



국회/정당

    세월호참사 167일만의 합의.. '불신.정치력 한계' 절감

    전문가들 "여야, 세월호법 정치적 접근 탓"

     

    세월호특별법이 30일 극적으로 타결됐다. 지난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날지 167일만이다. 배가 침몰해 300여명을 깜깜한 바다 속에 묻을 때까지 146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진상규명을 위한 법을 만들기로 합의하는 데는 석달 가까이 걸린 셈이다.

    이렇게 지난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당장 국회일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뿐아니라, 국론 분열 등으로 적지않은 사회적 비용을 치렀다.

    세월호법 협상 과정은 대화와 타협 능력을 상실한 우리 정치권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 여야 누구 할 것 없이 갈등 해소보다는 정치적 이해를 앞세우면서 협상을 스스로 어렵게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입김 센 청와대..눈치보는 여당

    우선 여권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접근이 선거 전후 크게 달라진 점이 협상을 꼬이게 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7.30재보궐 선거 전에 '최종책임은 나에게 있다' '유가족들이 여한이 없도록 진상조사가 이뤄지게 하겠다'고 했지만, 선거에서 대승하고 나서 입장을 바꿨다"고 말했다. 사건 초기 진상조사를 강조하던 새누리당도 세월호법 협상과정에선 '법과 원칙'을 내세우며 태도를 바꾸긴 마찬가지였다.

    선거 결과를 놓고 '세월호 정국이 여권에게 결코 불리한 게 아니'라는 정치적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또 세월호법이 청와대를 포함한 여권의 잘못을 파헤치는데 집중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이유들도 모두 정치적 실익을 앞세운 접근일 뿐이다.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진상조사위 수사.기소권 문제가 핵심쟁점이 되자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면 청와대를 마구 들쑤시고 다닐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발언은 여당이 청와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비판이 많다.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 센터장은 "청와대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영향을 받아서 여당이 자율성 갖지 못해 협상 채널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기존에 여야가 합의한 2차 합의안이 마지노선이라고 못 박으면서 여당의 운신의 폭은 상당히 줄어 들었다.

    세월호법 타결 단초가 된 '여야.유가족간 3자 회동'이 전격 이뤄진 데에는 친박(친박근혜) 원로인 서청원 의원의 '협상 촉구' 발언이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는 점도 청와대의 영향력을 방증한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민영삼 포커스컴퍼니 전략연구원장은 "세월호 협상 타결도 청와대의 직.간접적인 동의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새누리당이 세월호 유가족과 되레 갈등하면서 상황을 더 어렵게 했다는 지적도 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여당이 유족에 대한 막말 논란을 일으키고 유족에게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타협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野, 세월호 정쟁화...대중 호응 못받아

    야당도 선거때마다 세월호심판론을 내세우면서 세월호법을 지나치게 정쟁화시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윤희웅 실장은 "지난 지방선거때부터 야당이 세월호심판론으로 선거를 이끌면서 여당과 대립각을 세우는 형국이 됐다"며 "여야 협의로 풀 현안인데 정치적 쟁점으로 흐른 게 장기화한 이유"라고 밝혔다.

    더군다나 지난 7.30재보권선거에서 패배하면서 야당의 리더십이 크게 훼손됐고, 국민적 신뢰를 받지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

    세월호법과 선거를 연계한 것이 선거 전략일수는 있지만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협상 주도권을 잃으면서 세월호법이 표류하게 됐다.

    민영삼 원장은 "선거를 의식한 야당의 당리당략 때문에 자연스럽게 유족의 눈치를 보게 됐고, 결국 여야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고 진단했다.

    선거패배 이후 상황을 돌파할 리더십이 약했고, 중요한 고비 때마다 내분에 시달린 것도 한몫했다.

    김윤철 교수는 "야당이 국민 신뢰도가 낮은 상황에서 당 내외적으로 리더십 발휘가 어려웠다"고 했다.

    협상과정에 대한 소통이 부족한 게 중요한 원인이긴 하지만, 박영선 원내대표는 여당과 도출한 1,2차 합의안에 대해 모두 추인받지 못했다.

    야당이 일으킨 돌발 변수도 협상 동력을 깎아 먹었다. 최창렬 교수는 "김현 의원의 대리기사 폭행 사건 등이 세월호 민심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쳤고, 이상돈 비대위원장 영입 건으로 내홍이 깊어진 것도 국민여론을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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