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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전 값진 교훈 '방심-과욕의 아찔한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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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中전 값진 교훈 '방심-과욕의 아찔한 대가'

    '아, 의욕이 너무 앞섰나' 김현수(왼쪽)가 27일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중국과 4강전에서 1회 강정호의 안타 때 홈으로 들어오다 아웃되고 있다.(인천=황진환 기자)

     

    예선과는 확실히 달랐다. 어린애 손목처럼 손쉽게 비틀었던 태국이나 홍콩이 아니었다. 특히 다소 지나쳤던 의욕과 무의식적인 방심이 고전을 낳았다. ·

    한국 야구가 '2014 인천아시안게임' 결승에 진출했다. 그러나 한 수 아래인 중국에 혼쭐이 났다. 이번 대회 첫 실점에 두 번이나 동점을 허용했다.

    류중일 감독(삼성)이 이끄는 대표팀은 2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중국과 4강전에서 7-2 신승을 거뒀다. 한국은 일본을 10-4로 누른 대만과 28일 오후 6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결승전을 치른다.

    한국은 4년 전 광저우까지 2회 연속, 대만은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8년 만의 금메달 도전이다. 24일 조별리그에서는 한국이 10-0, 8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이기긴 했지만 가슴을 쓸어내릴 만한 경기였다. 이날 대표팀은 4회까지 중국에 2-2로 팽팽하게 맞섰다. 예선 3경기 모두 콜드게임승을 거둘 만큼 초반 대량 득점했던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진행이었다.

    특히 중국은 예선에서 일본에 0-11, 콜드게임패를 당한 팀이었다. 우리에 대패한 대만이 일본을 꺾었으니 전력으로만 보면 중국은 두어 수 아래로 볼 수 있었다.

    ▲의욕 앞선 1, 2회 주루사, 고전 원인

    고전의 이유는 중국이 아니라 한국에 있었다. 경기 초반 의욕이 앞섰고, 은근한 방심에 당했다.

    이날 한국은 1, 2회 모두 주루사가 나왔다. 경기 초반 승기를 가져올 수 있던 장면이라 아쉬움이 남았다.

    0-0이던 1회 2사 1, 2루에서 강정호(넥센)의 좌전 안타 때 김현수(두산)가 홈까지 쇄도했다. 타구가 빨라 다소 무리한 타이밍이었으나 유지현 3루 주루 코치가 팔을 돌렸다. 상대 좌익수 양순이의 송구가 빠르고 정확하게 연결돼 김현수는 횡사했다.

    '좀 늦었네' 황재균(오른쪽)이 27일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중국과 4강전에서 2회 민병헌의 2루타 때 홈으로 들어오다 협살에 걸려 아웃되고 있다.(인천=황진환 기자)

     

    2회도 아쉬웠다. 1사 만루에서 민병헌(두산)의 우월 2루타가 터졌다. 일단 선취점은 냈고, 추가점도 기대할 만한 타구였다. 그러나 2루 주자 황재균(롯데)이 상대 중계 플레이에 의해 협살을 당했다. 민병헌의 타구가 잡힐 것을 대비해 리터치를 노리다 스타트가 다소 늦었던 까닭이었다.

    중국은 실책성 플레이를 남발했던 태국, 홍콩과는 분명히 다른 수비였다. 한국 선수들의 의욕이 앞섰던 이면에는 이번 대회 수준 낮은 상대 수비에 대한 방심도 따랐을 터였다. 착실한 주루 플레이가 이어졌다면 대량득점도 가능했을 상황이 1점으로 끝났다.

    ▲리드 못 지킨 이재학의 아쉬운 투구

    마운드도 마찬가지였다. 선발 이재학(NC)는 이날 선취점과 추가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신중한 승부보다 정면승부로 밀고갔으나 결과가 좋지 못했다.

    1-0으로 앞선 3회 이재학은 류이의 중전 안타와 희생번트, 폭투로 2사 3루에 몰렸다. 이어 취샤오에게 좌익수 쪽 동점 2루타를 맞았다. 3회말 터진 강정호의 솔로 홈런으로 2-1로 앞선 4회도 이재학은 왕웨이의 좌전 안타, 희생번트로 맞은 1사 2루에서 양순이에게 우월 2루타로 동점을 허용했다.

    '너무 방심했나' 이재학이 27일 중국과 아시안게임 4강전에서 4회 동점 2루타를 맞은 뒤 모자를 고쳐쓰고 있다.(인천=황진환 기자)

     

    전매특허인 체인지업 등 유인구가 아쉬웠던 장면이었다. 1볼(B)-2스트라이크(S), 1B-1S 등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맞은 안타였다. 이날 중계 해설을 맡은 이종범 한화 코치는 "유인구로 한번쯤은 상대를 현혹해도 될 만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4이닝 5탈삼진 4피안타 2실점으로 승리 투수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경기 초반 고전한 대표팀은 바짝 긴장한 5회 이후 경기가 풀렸다. 장타 대신 발을 이용해 상대를 흔들었다. 4번 타자 박병호(넥센)가 안타를 치고 나간 뒤 1사에서 도루에 이어 상대 폭투로 3루까지 달리는 등 몸을 사리지 않았다.

    이어 나성범(NC)이 3-2로 앞서가는 적시타를 때려냈다. 나성범 역시 도루에 이어 상대 포수의 송구 실책 때 3루에서 홈까지 과감하게 쇄도하며 추가점을 냈다. 4-2, 2점 차 리드는 방심과 의욕보다는 집중력으로 만들어졌다.

    ▲박병호, 쐐기 3점포…이태양, 4이닝 무실점 승리 투수

    '병호와 태양' 박병호(왼쪽)가 27일 중국과 4강전에서 6회 쐐기 3점포를 터뜨리고 있다. 오른쪽은 5회부터 역투를 펼치며 승리투수가 된 이태양.(인천=황진환 기자)

     

    6회 승부가 갈렸다. 발로 결승점을 냈던 박병호가 쐐기 3점 홈런을 날렸다. 무사 1, 2루에서 상대 세 번째 투수 류시아의 초구를 통타, 좌중간 담장을 넘긴 비거리 120m 아치를 그렸다. 초반 졸였던 마음을 완전히 풀게 만든 한방이었다.

    이재학 이후 마운드가 승리를 든든하게 지켰다. 두 번째 투수 이태양(한화)이 4이닝 5탈삼진 1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고, 한현희(넥센)가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경기를 매조졌다.

    이번 대회는 각 팀들의 극명한 전력 차이로 이어진 콜드게임 승부에 야구의 아시안게임 무용론까지 나왔다. 한국과 대만, 일본 등 강국과 현저한 차이를 보인 몽골, 파키스탄 등 대부분 팀들이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 까닭이었다.

    하지만 중국과 4강전은 '야구는 모른다'는 속설을 다시금 일깨웠다. 대만과 결승전을 하루 앞둔 대표팀에게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1%의 방심이라도 지우게 만들 값진 교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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