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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떠난 금싸라기 땅...‘묻지 마’ 투자, 개발



경제정책

    공공기관 떠난 금싸라기 땅...‘묻지 마’ 투자, 개발

    한국전력 삼성동 부지. (사진=윤성호 기자)

     

    서울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 위 땅이라고 불리는 한국전력 부지가 현대차 그룹으로 넘어갔다. 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당초 예정가 보다 3배 이상 비싼 10조5,500억 원에 매각됐다.

    국내 부동산 공개입찰 제도의 역사를 바꾼 천문학적인 액수에 정부와 한전은 물론 부동산업계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방으로 이전하는 한전과 LH, 농촌진흥청 등 121개 공공기관의 종전부동산이 체계적인 개발계획과 활용방안 없이 민간에 매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무리한 개발로 주변 교통난과 상권붕괴 등 도시의 기형화가 우려되고 있다.

    ◈ 한전 부지...120개 공공기관 부지 보다 비싸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방침에 따라 121개 공공기관의 부지와 건물 등 종전부동산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이 가운데, 이번에 매각된 한전 부지를 포함해 한국감정원과 경찰대학, 법무연수원, 농촌진흥청 등 76개 공공기관의 종전부동산은 매각 완료됐다.

    나머지 LH와 한국도로공사, 한국식품연구원 등 45개 기관의 종전부동산은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다.

    매각이 끝난 76개 기관은 전체 부지가 510만㎡로 매각액이 15조5,77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한전 부지 매각액 10조5,500억 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75개 공공기관의 종전부동산 매각액은 5조270억 원이다.

    또, 매각이 진행 중인 45개 기관의 종전부동산(부지 231만㎡)은 매각예정액이 3조6,121억 원이다

    한전의 종전부동산(부지 7만9,342㎡) 매각액이 나머지 120개 지방이전 공공기관(부지 733만㎡)의 매각액과 예정액을 모두 합친 8조6,391억 원 보다 많다.

    ◈ 공공기관 부지 ‘극과 극’...돈 되는 땅, 민간 매입

    이미 매각된 종전부동산의 거래 실태를 보면, 서울 강남 3구와 중구 등 이른바 요지에 있는 땅은 민간이 매입하고, 수원과 안양 등 경기도 지역의 부지는 정부와 지자체, 매입기관(LH, 농어촌공사, 자산관리공사)이 주로 인수했다.

    특히, 민간이 매입한 노른자 위 부지는 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당초 예정가 보다 비싸게 판매됐다. 이번에 예정가 보다 무려 3배 이상 비싼 가격에 매각된 강남 한전 부지가 대표적이다.

    또, 강남 한국감정원 종전부동산(부지 1만989㎡)의 경우도 지난 2011년 삼성생명이 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당초 예정가 2,233억 원 보다 4% 비싼 2,328억 원에 매입했다.

    한국감정원 종전부동산은 용도지역이 주거임에도 3.3㎡당 7천만 원에 달했다.

    지난 2012년 민간에 매각된 서울 중구 한국정보화진흥원(부지 1,669㎡)은 당초 예정가 보다 11%나 비싼 3.3㎡당 1억3,860만원씩 모두 701억 원에 매각됐다.

    이에 반해, 면적은 크지만 용도지역이 녹지와 주거인데다 경기도에 위치해 우선 당장 개발사업성이 떨어지는 공공기관 부지는 처음부터 공개경쟁 입찰을 포기하고 매입기관에 매각했다.

    농촌진흥청(수원 부지 16만5,000㎡)은 당초 예정가 2,224억 원에 매각됐고, 한국농수산대학 (화성 부지 14만㎡)은 1,144억 원에, 법무연수원(용인 부지 49만㎡)은 1,963억 원에 매각됐다.

    ◈ 강남3구, 분당에 입찰 광풍 분다

    현재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45개 공공기관 부지는 강남 3구와 종로, 마포 등 서울시내와 경기도 성남, 의왕 등지에 있는 금싸라기 땅이 대부분이다.

    특히, 이중에서 LH 본사가 있는 성남 정자 사옥(부지 4만5,728㎡)과 LH 성남 오리 사옥(부지 3만7,998㎡)이 초미의 관심 대상이다.

    정자 사옥은 예정가가 2,784억 원으로 현재 서울대 분당병원이 매입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대금 정산 방법을 놓고 의견 차이를 보이며 난항을 겪고 있다.

    LH 성남 오리 사옥은 예정가가 3,524억 원이지만 분당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데다 부지 면적도 넓어 금싸라기 땅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서울 서초구 우면산 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한국교육개발원(부지 6만㎡)도 민간 사업자들이 눈독을 들이는 매물이다.

    전체 부지의 50% 정도가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있고, 방송통신시설로 지정돼 예정가가 798억 원에 불과하지만, 이런 규제를 풀어줄 경우 미래가치는 수 조원에 달할 것으로 평가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교육개발원 부지의 경우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엄청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규제 때문에 실제 매매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종전부동산, ‘무리한 개발’...교통난, 인구밀집 등 도시 기형화 우려

    공공기관의 종전부동산은 행정서비스 기능의 단순한 구조로 설계됐고, 건물도 낡고 오래돼 누가 매입해도 재건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은 종전부동산을 주변 도시계획시설과 연계해 어떻게 개발하고 활용할지 구체적인 사후 방안이 없다는데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자산 매각은 각자 기관이 알아서 결정하는 사안이고, 매각이 끝난 뒤에는 어떻게 활용하지 새로운 주인이 판단하면 될 일”이라며 정부의 책임을 회피했다.

    그런데 우선 당장, 한전 강남사옥의 경우 현대차 그룹이 자동차를 소재로 한 테마파크, 컨벤션센터, 한류 체험공간 등을 건설해 서울시의 상징적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고 밝혔지만, 한정된 도로여건에 하루 수십만 명의 유동인구가 유입되면 극심한 교통난이 우려된다.

    농촌진흥청과 산하 기관이 모두 이전한 수원 부지 280만㎡도 어떻게 활용할지 골칫거리가 됐다.

    정부는 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2조원에 달하는 매입비용 부담 때문에 개발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했다. 결국은 대규모 택지개발을 통해 아파트 숲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서초구 한국교육개발원 부지는 개발제한구역과 방송통신시설을 해제하는 순간, 수 조원의 시세차익이 발생해 특혜 시비에 휘말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연구원 노상윤 박사는 “정부가 공공기관 종전부동산에 대해 무조건 팔아치우고 보자는 식의 정책을 펴다 보니까 부동산의 가치도 떨어지고 주변과의 연계성도 부족해서 난개발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NEWS:right}

    노 박사는 그러면서 “예를 들어, 교육개발원 부지의 경우 정부와 서울시가 규제를 해제하는 등의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세운 뒤에 판매한다면 수 조원의 예산을 추가로 벌어들이고, 특혜 시비도 원천 차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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