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40회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국회의원들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경우 세비까지 반납하라는 극단의 주문을 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은 일응 정당해 보인다. 국회가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하는데 정기국회 문만 열어놓고 공전중이니 이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다.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서 한 언급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누가 이런 비판을 하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에게 밥값을 못하니 월급을 반납하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국회의원들에게 대통령이 직접나서서 세비를 반납하라고 하는 건 정말로 민주주의 근간을 3권분립의 정신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자는 주장에 대해 일부에서는 대통령이 결단을 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것은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고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닌 것입니다. 이러한 근본원칙이 깨진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의 법치와 사법체계는 무너질 것이고 대한민국의 근간도 무너져서 끝없는 반복과 갈등만이 남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해서도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 일방의 주장인지 논란이 있지만 핵심은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들기 때문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국회의원 세비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나가는 것이므로 국민을 위한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에 국민에 대한 의무를 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국민에게 그 의무를 반납하고 세비도 돌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앞 뒤의 발언이 모순되는 것이다.
대통령이 '세비를 돌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하기 이전까지의 빨리 법안을 만들어 달라거나 '경제회생의 골든타임을 살릴 수 있게 해달라'는 당부는 할 수 있고 해야하는 발언이다.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김태일 교수는 "정국이 교착상태에 있는 상황에서 한 당사자인 대통령이 국회의원의 세비를 반납하라는 건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대통령은 이 상황(국회가 공전되는)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전제하에 이런 발언하는 셈"이라면서 "이런 요구는 유권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3권분립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어서 세월호 특별법을 결단할 수 없다고 하고서 곧바로 국회의원 세비 반납을 언급하는 것은 형식논리상 모순된다"면서 "대통령으로서 대단히 부자연스럽고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김만흠 정치아카데미원장은 "대통령이 국회의원 세비를 반납하라고 하는 건 소모적인 정치 때문에 유신체제를 만들겠다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똑같은 발상"이라면서 "대통령이 국회를 비판하려면 먼저 자기 반성을 하고 국회를 비판하는 게 도리"라고 밝혔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국민들이 뽑은 선출된 권력이다. 그래서 임기가 주어지고 그 역할에 맞는 권한과 의무가 부여되는 것이다. 또 국회는 행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대통령이 국회의원들에게 의무를 반납하고 세비를 국민들에게 돌려드려야 한다고 하는 건 국정의 무한책임을 진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으로 비쳐질 수도 있는 대단히 부적절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