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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오른다는데, 살까 말까"…잠 못드는 30代



경제정책

    "집값 오른다는데, 살까 말까"…잠 못드는 30代

    • 2014-09-17 07:00

    [3포세대 ‘3불세대’가 되다①] 30대들의 최대 불안, ‘내 집 장만’

    자료사진 (사진 = 이미지비트 제공)

     

    연애, 결혼, 출산 3가지를 포기한 ‘3포 세대’, 그 원조는 바로 30대다. 74년생에서 84년생까지, 이 시대의 30대들은 IMF 구제금융 직후 굳게 닫힌 취업문을 시작으로 카드 대란, 벤처 대란, 부동산 대란을 잇달아 겪으며, ‘3포 세대’의 시작을 알렸다.

    어렵사리 3포 세대의 고개를 넘어 결혼과 출산에 이른 지금 30대들의 삶은 그렇다면 희망적인가. CBS는 30대들의 대표적 불안요소를 주거, 직장, 노후 등 세 가지로 분류하고, 30대를 ‘3포 세대’에 이은 ‘3불(不) 세대’(주거불안, 직장불안, 노후불안)로 규정했다. ‘3불 세대’ 기획을 통해 ‘불안한 대한민국의 허리’, 30대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어본다. [편집자 주]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거라는 얘길 들으면 집을 사야할 것 같고, 막상 살까하다가도 나중에 집값이 떨어지면 어떡하나 걱정이 들기도 하고…요즘은 이래도 불안 저래도 불안하기만 해요"

    직장인 김영선(32) 씨는 최근 밤잠을 설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소식으로 전국 부동산이 들썩이고 있다는 얘기가 자꾸 들려와 마음이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매년 치솟는 전세자금에 지쳤다. 2년마다 되풀이되는 전세자금대출의 굴레에서 이제는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김 씨는 "주변에서 '집값이 오른다 오른다'하니까 이번에 집을 사놓지 않으면 앞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은 더 멀어질 것만 같다"며 불안함을 드러냈다.

    직장인 최상훈(35) 씨는 좀 더 적극적으로 아파트를 알아보고 있는 케이스다. 그는 정부의 주택자금 대출 정책을 최대한 활용해 최대 2억 원까지 빌려볼 계획이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는 건 아닐까 수백 번 고민해봤지만, 마이너스 인생을 벗어날 수 없다면, 평생 살 집을 마련한 뒤 빚을 갚으면서 마음의 안정이라도 찾고 싶다고 판단했다.

    최 씨는 반문했다. “월급쟁이들이 평생 돈을 모아봤자 어차피 오르는 집값을 따라가기 힘들잖아요? 혹시 알아요 지금 산 집이 10년 후에는 제 마이너스 인생을 플러스로 바꿔줄 지.”

    그렇지만 집을 사는 것도 만만치는 않다. 직장인 김민희(37)씨는 최근 서울 목동에 아파트를 사려고 알아보다가 구매계획을 결국 접었다. 정부가 내놓은 저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기로 계획을 짰지만, 치솟는 호가를 따라가기엔 무리였다.

    그는 한 달 사이 집값이 8,000만 원 이상 오른 것을 눈으로 확인하곤 관망세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빚내서 집사라"고 권유한 정부가 외려 원망스러웠다.

    김 씨는 "세 가족이 행복하게 평생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대출도 불가피하다고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또 다시 급등하는 집값을 보면서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파트 자료사진

     

    ◈“전세와 매매 사이”...불안감만 높인 부동산 정책

    이처럼 주거 불안에 시달리는 30대들이 새로 출범한 최경환 경제팀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 바람 앞의 갈대처럼 흔들리고 있다.

    내 집을 마련할 때까지 월세나 전세 등으로 사라지는 주거비용 부담은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특히 전세값은 광풍(狂風)이라 부를만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4분기 부동산 시장 동향분석'에 따르면, 2/4분기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68.8%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렇다고 집을 사려고 해도 불안하다. 집값이 오를 것이란 확신이 없고 막대한 대출비용을 어떻게 감당할지도 막막한 상황에서, 집을 산다는 것은 눈뜨고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에서 내놓은 주택자금 대출 이자는 적게는 1%~3%대까지 다양하다. 1.5% 저이자율로 대출을 받은 뒤 차후 집값 상승에 대한 수익을 공유하는 '수익공유모기지론'부터 2~3%대 디딤돌 대출까지, 마음만 먹으면 저금리로 목돈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널려있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늘리고 있고, 이자를 감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수억원 대 대출도 서슴없이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전월 대비 4조6,000억 원 늘었다. 2012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천정부지로 뛰는 전월세 비용에 이어, 이제는 집값까지 들썩이면서, 주택의 최대 실수요자인 30대들은 비상구를 찾아 이리뛰고 저리뛰고 있다. 실수요자를 위한다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역설적으로 30대들의 주거불안을 그 어느 때보다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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