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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돈도 규제도 다 풀겠다는 부동산 정책



칼럼

    [사설]돈도 규제도 다 풀겠다는 부동산 정책

    • 2014-09-01 16:54
    (자료사진)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통해 내수시장을 회복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이번에는 규제 완화라는 당근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1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과거 신도시 개발 같은 대규모 택지개발을 원천 봉쇄해서 주택공급을 줄이는 반면 도심의 재건축은 훨씬 쉽게 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최대 40년이 걸리던 아파트 재건축 연한을 30년으로 줄이고 재건축 안전 기준을 완화했다. 재개발 사업의 임대주택 의무건설 비율도 낮추기로 했다. 또 한편으로는 한 채 이상의 집을 갖고 있어도 불이익을 받지 않고 아파트 청약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번 대책은 어떻게든 집사기 경쟁을 유도해서 집값을 띄우고 이를 통해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로 보인다. LTV(부동산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완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지난 7·24 대책이 돈줄을 푸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주택시장 활성화에 장애가 되는 규제를 없애는 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7.24 대책 이후 집값 움직임이 조금씩 눈에 띄는 상황에서 이번 기회에 집값 올리기에 확실한 쐐기를 박겠다는 뜻으로 비친다.

    물론 정부의 이번 대책은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수도권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신도시는 극심한 미분양 사태를 겪었고, 도심의 오래된 아파트는 아무리 생활이 불편해도 까다로운 조건과 절차 때문에 재건축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대책이 집 없는 서민은 외면하고 부자들의 특혜만 늘린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도심 재건축 완화는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나 서울 송파구 올림픽 아파트 등이 당장 대상이 될 것으로 보여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많다. 더구나 집이 없는 무주택자에게 혜택을 주는 청약 가산금제도는 사실상 없어지게 됐다. 그나마 재건축 시 의무비율이 적용됐던 임대주택도 줄어들게 됐다. 서민은 철저히 외면한 대책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단기적으로 내수경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확실한 방법으로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택한 것은 이해할만 하지만 벌써부터 그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7·24 대책을 통해 돈줄이 풀리면서 그렇지 않아도 빨간 불이 켜진 가계부채는 더욱 위험 수위에 놓일 수 있는 상황이다. 가계부채가 이미 천조 원을 넘었고, 빚이 소득보다 2배 이상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부가 앞장서서 대출 빚을 늘려 집을 사라고 권장하는 것은 시장을 과열시켜 우리 경제에 또 다른 위기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돈도 풀고 규제도 푼 다는 것은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수 있다. 분양가 상한제도를 사실상 폐지하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를 없애는 방안도 이미 국회통과를 기다리며 계류돼 있다. 정부가 시간을 두고 안정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성장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기 보다는 당장 눈앞의 과실에만 의존해 부동산 문제에만 매달리고 있는 게 옳은지 돌아볼 일이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는 말이 있지만 충분히 달궈지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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