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내달 19일 개막하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 선수단은 보내면서 응원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의 결정은 일단 남쪽에 응원단 파견을 구걸하는 것과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손광호 북한 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이 28일 조선중앙TV에 출연해 응원단 불참 입장을 밝히면서 지난달 17일 열렸다가 결렬된 남북 실무접촉 내용을 언급한 것도 이런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손 부위원장은 "지난 7월에 진행된 북남 실무회담에서는 우리 응원단의 규모가 어떻다느니, 우리 응원단이 응원할 공화국기 크기가 크다느니 작다느니 하면서 시비를 걸었다"며 "심지어 비용문제까지 꺼내 들면서 북남실무회담을 끝끝내 결렬시키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북측은 당시 접촉에서 350명의 응원단을 보내고 체류경비를 줄이려고 원산항에 정박 중인 만경봉호를 인천항으로 이동시켜 숙소로 사용하겠다는 뜻을 전달했음에도 남측이 비용문제 등을 제기해 자존심을 상할 대로 상한 셈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실무접촉 결렬 이후 남측의 태도 변화를 기대했겠지만 별다른 신호가 없자 더는 응원단 파견에 매달리지 말자는 쪽으로 정책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대회 막판에 응원단 불참이라는 입장을 번복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도 내놓는다.
정부가 고위급 접촉을 제의해 놓은 상황인 만큼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합동군사연습이 끝나고 접촉이 열리게 되면 회담에서 번복을 끌어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양 교수는 "고위급 접촉이 이산가족 상봉일정을 조율해 냈던 만큼 북한의 입장번복을 끌어낼 수도 있을 것"이라며 "문제는 과연 우리 정부가 북한 응원단 파견에 얼마나 비중을 두고 북한을 잘 설득하느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응원단은 보내지 않으면서도 선수단 파견은 애초 입장을 유지해 대회 참가 거부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북한으로서는 아시아인의 축제인 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보내는 것을 아시아 국가로서의 권리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아시아 국가로서 대회에 선수들을 보내 다른 아시아권 선수들과 경쟁해 메달을 따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특히 김정은 체제 들어 북한이 스포츠를 매우 중시하고 각종 국제대회 출전해 메달을 획득하는 것을 국위선양으로 부각하고 있어 이번 아시안게임을 이를 실현할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손 부위원장은 이날 중앙TV에 출연해 "우리는 훈련에 더욱 박차를 가하여 아시아 경기대회 참가와 관련한 준비를 빈틈없이 완료하고 경기장들마다에서 더 많은 금메달을 쟁취해서 우리 남홍색 공화국기를 창공에 더 높이 휘날리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또 남쪽에서 열리는 대회에 북측 선수들이 참가해 메달을 따면 국가가 연주되고 국기가 게양돼 체제선전이라는 부수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