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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6백년전 세계 최고(最古) '와인 저장고' 발견



IT/과학

    3천6백년전 세계 최고(最古) '와인 저장고' 발견

    맛은 송진향의 그리스 레트시나와 비슷

    이스라엘 북부 지역에서 발견된 고대 와인저장고. 기원전 1600년 경에 지진으로 무너진 뒤 지금까지 보존돼 오다 지난해 여름 발굴됐다. (사진= 조지 워싱턴 대학)

     

    지금은 와인하면 프랑스를 떠올리지만 4천년전 청동기 시대에는 지금의 이스라엘 지역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와인이 생산된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이스라엘 지역에는 포도밭이 많았고, 여기서 생산된 고급 와인은 지중해 지역과 이집트로 수출돼 파라오 등 상류층이 즐겨 마셨다.

    고고학자들은 지난해 여름 이스라엘 갈릴리 지역의 청동기 시대 궁전 유적지에서 3,600년전 와인저장고를 발견했다. 지금까지 발견된 와인저장고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진흙 벽돌로 만들어진 이 저장고는 지진에 의해 갑자기 무너진 것으로 보이며 이번에 발견될 때까지 당시의 상태가 고스란히 보존돼 왔다. 저장고 안에는 40개의 와인 용기가 온전한 상태로 발견됐다.

    고고학자들은 발굴 당시 와인 용기 속에 남아 있던 물질의 샘플을 채취해 생물지표와 민트, 시나몬 등의 식물첨가물을 분석한 결과를 27일(현지 시각)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 온라인 학술지(PLOS ONE)에 공개했다.

    와인저장고가 발견된 곳은 이스라엘 북부의 시리아와 레바논 접경 지역 '텔 카브리'에 있는 청동기 궁전유적지다. 석기시대부터 이 지역에 산재한 우물을 중심으로 원주민들이 정책생활을 시작했고, 기원전 2천년에는 궁전을 중심으로 수천명의 주민이 밀집해 살았다.

    발굴작업에 참여했던 미국 매사추세츠 브란데이스 대학 고고학자 앤드루 코어는 당시 이 도시에는 지도자가 살았던 궁전을 중심으로 수천명의 사람들이 거주했으며, 이 지도자는 주민들에게 재산과 토지를 재분배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은 기원전 1,900년에서 1,600년 사이에 가장 번성했던 것으로 보인다. 발굴된 유물과 그림 등으로 볼 때 북쪽과 동쪽으로 이집트와 메스포타미아 문명과 교류했고, 지중해의 크레타 문명과도 접촉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7월 코오와 동료 연구원들은 왕궁의 외부로 보이는 지역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1m 크기의 항아리를 발견했다. 이어 5m~8m 크기의 방에서 39개의 항아리를 추가로 발견했다. 이 항아리들은 약 2,000리터의 와인을 담을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와인 저장고는 이용에 편리하도록 연회장 바로 옆에 위치해 있었다.

    코어는 상당한 양의 와인을 담을 수 있는 항아리들이 발견됐지만 모든 주민들에게 나눠주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에 개인이나 왕궁에서 사용하던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또한, 가족이나 씨족, 특정 지역에서 소비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도 있다.

    ◈ 와인은 무엇을 함유했나?

    저장고에서 발견된 32개 항아리 속의 잔존물에는 와인의 대표적인 산성성분인 타타르산이 발견됐다. 세 개의 항아리를 제외한 29개 항아리에서는 레드와인임을 보여주는 시린직산(syringic acid) 성분이 검출됐다. 시린직산이 검출되지 않은 3개의 항아리는 화이트와인을 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화이트와인은 레드와인보다 늦게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화이트 와인의 초기형태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고고학자들은 송진의 흔적도 발견했다. 송진은 강한 항박테리아 성질을 갖고 있어, 와인을 보존하기 위해 포도밭에 뿌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나무의 일종인 삼목의 흔적도 발견됐다. 이는 와인을 짤 때 사용한 목재에서 나왔을 것으로 분석된다.

    송진이 함유된 와인이 가장 단순한 형태였으며 출입구에서 방으로 들어오는 쪽 벽에 일렬로 기대어 세워진 항아리 속에서 발견됐다. 보다 복잡한 첨가물들이 함유된 와인은 저장고의 중앙에 만들어진 단과 두 개의 연회홀로 연결되는 좁은 방 근처 항아리에서 발견됐다. 연구진은 와인이 포도밭에서 와인저장고로 옮겨지면 와인 마스터가 민트와 주니퍼 등의 허브와 꿀 등을 섞은 뒤 테이블에 제공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술 맛은 오늘날 그리스산 레트시나와 비슷할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다. 레트시나는 송진향을 더한 그리스 와인이다.

    연구진은 지금의 애주가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맛이겠지만 당시에는 가장 품질이 뛰어난 와인이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집트의 왕들과 파라오가 당시 이 지역 와인을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품질 면에서 최고였음을 추정하게 한다.

    연구진은 진흙 항아리의 구조로 볼 때 와인이 이 지역에서 만들어졌으며 현재 포도밭이 정확히 어딘지 찾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유명한 고대 포도원으로 베스나스 지역이 있다. 발굴지에서 15킬로미터 떨어져 있고, 경작을 시작한 것은 이번 와인 저장고보다 1천년 이후이다.

    연구진은 어떤 종류의 포도인지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 DNA 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7세기 이슬람 정복자들은 이 지역의 와인문화를 말살했다. 이후 19세기에 로스차일드의 바론 에드몬드가 프랑스의 보로드 지방에서 포도를 수입해 경작할 때까지 포도주를 생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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